응급의료를 받을 권리, 지켜지고 있는가?
상태바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 지켜지고 있는가?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2.07.04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응급실 수용 거부 6건, 올해는 3건
병상 부족·전문의 부재…‘거창은 안전한가?’ 의문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구급차로 이송되던 환자가 거창이 아닌 함양의 응급실로 이송, 사망 판정을 받은 사건을 두고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있다. 장거리 이송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응급의료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18일, 고제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환자가 거창적십자병원(응급실)이 아닌 함양 성심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있었다. 해당 환자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심정지 상태에서 119 구급차로 이송되던 상황이었다.
  거창의 응급의료기관인 거창적십자병원은 교통사고 외상 환자라 상급 병원을 가야 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당시 119 상황실과 거창적십자병원과의 통화기록을 보면, 병원 관계자는 ‘TA(교통사고) 면 권역으로 바로 가는 게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실 근무자가 ‘지금은 안된다고요?’라고 묻자 병원 관계자는 ‘네’라고 대답했다.
  한들신문과의 통화에서 거창적십자병원 관계자는 “교통사고로 인한 ‘중증외상 CPR 환자’다 보니 저희 병원에서 수용하기 힘들고, 되도록 권역 응급센터에 가도록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급차 이송 지침은 달랐다.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권역외상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기관에 이송하도록 되어 있으나, 심정지 환자의 경우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게 되어 있다. 중증 외상환자라도 심정지 상태일 경우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지침에 따라 거창적십자병원으로의 이송이 거부당한 구급차는 다음으로 가까운 함양 성심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했고,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특히, 거창 주민들은 함양 성심병원의 시설이 거창적십자병원과 비슷한 데다 이송 시간도 10여 분이나 지연돼 이 같은(수용 거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제대로된 응급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작년 수용 거부 6건, 올해 벌써 3건’
  응급환자의 이송이 거부당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거창소방서로부터 확보한 ‘거창 내 수용 불가(거부) 사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응급실의 응급환자 수용 거부 사례는 총 9건이었다.
  지난해 응급실을 운영했던 거창 서경병원은 총 7건, 올해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거창적십자병원은 두 건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산부인과 진료’ 등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응급실 이송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으나, 대부분 ‘응급실 병상 부족’, ‘전문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위의 사례처럼 ‘병원 수용 곤란’이라는 이유도 있다.
  ‘병상 부족’으로 인해 수용을 거부한 사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보면,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를 위한 예비병상을 확보해야 하며, 예비 병상을 응급환자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다.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반드시 한 개 이상의 예비 병상이 있어야 한다.
  거창에서 응급환자가 하루 두 명 이상 이송됐을 경우 병상 부족을 이유로 댈 수 있으나, 이 같은 사례는 드물다.

‘응급의료에 관심 가져야’
  이런 이유로 거창 주민들은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속하게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 장비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창에서는 응급의료기관에 연간 대략 2억 2,000만 원 정도(서경병원 기준)의 예산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응급실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의 인건비로만 사용됐다.
  응급실 시설비도 지원한 적 있으나, 병원의 한계 등으로 인해 대폭적인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는 않아왔다.
  거창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었다는 ㄱ씨는 “지금 거창 병원의 상황으로는 다발성 손상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없고, 그래서 중증외상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시설과 장비, 인력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이와 같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역책임 의료기관 설립 문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거창군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거창적십자병원을 이전·확장하게 될 지역책임 의료기관의 설립 문제가 아직까지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적십자의료원이 설립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쯤 거창 주민과 병원 관계자, 관공서 직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친 뒤 올해 10월 이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용역 결과가 발표되면 그 결과에 따라 설립 방향 등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데, 설립까지는 적어도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관계자 ㄴ씨는 “당장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면 지역책임 의료기관의 설립이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이 같은 사례를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거창 주민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