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의 응급의료 역량 지수, ‘D-’(디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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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의 응급의료 역량 지수, ‘D-’(디 마이너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2.07.1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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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응급질환 사망률, 전국 70개 진료권 중 69위
주민 체감 응급의료 역량도 낮아
적십자병원의 지역책임 의료기관 지정이 도움될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중증 응급환자의 적정시간 내 최종 치료기관 도착률이 52.3%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중증 응급환자 최종 치료 제공률도 65.9% 수준으로,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는 전국 통계로, 거창군의 경우 이보다 더 열악하다.
  ‘응급의료’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후 생명 위험에서 회복되거나 심신상의 위해가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환자를 위해 실시하는 상담·이송·구조·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를 말한다.
  응급환자는 황금시간 이내에 최종 응급치료를 받아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데, 2018년 기준, 중증외상환자가 발병 후 3시간 이내 도착한 비율은 35.01%에 불과했다.

거창의 응급의료 현실은 ‘처참’
  서울대학교 박정호 교수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의뢰로 실시한 ‘2021 지역 응급의료 역량지수 개발 및 적용방안 마련’ 연구 결과에서 지역의 응급의료 현실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거창권의 중증 응급질환 사망률은 굉장히 높았다. 거창권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중증 응급질환 사망자는 2017년도 88.9명, 2018년도 119.7명, 2019년도 128.2명이었다. 2019년 기준, 거창보다 사망률이 높은 곳은 70개의 권역 중 상주권(147.7명)뿐이었다.
  병원 밖 심정지 환자의 119 구급대 반응 시간을 보면, 2017년도 기준 거창권은 12.56분으로, 총 70개 진료권 중 65위였다. 2018년도에는 12.42분으로 68위, 2019년도는 12.11분으로 66위였다. 3년간 최하위 수준이었다.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도 2017년도 66위(11.99분), 2018년도 68위(12.75분), 2019년도 69위(12.81분) 등 최하위를 기록했는데, 병원 전 단계부터 열악한 상황이었다. 다만, 2019년부터 웅양면에도 ‘웅양면 119 지역대’가 생기며 다소 해소됐을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의 급성 심정지 환자 표준화 생존율은 2017년 7.3%(17개 광역시·도 중 14위), 2018년 8.4%(13위), 2019년 7.6%(14위)였다.
  응급의료 역량을 가늠하게 하는 ‘중증 응급환자 진료권 내 최종 치료 제공률’은 2017년 7.5%(65위), 2018년 7.8%(64위), 2019년 69위(4.9%)에 머물렀고, 중증 응급환자 응급실 전원율은 2017년 69위(16.6%), 2018년 39위(6.3 %), 2019년 33위(5.0%)였다.
  이 같은 통계를 토대로 ‘응급의료 역량 지수’를 살펴본 결과 전국 평균이 52.7점(C-)인데 반해 거창권의 경우 2017년도 34.6점(D-), 2018년도 32.8점(D-), 2019년도 32.9점(D-)을 기록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응급의료 역량도 마찬가지였다. 한들신문이 취재한 응급실의 수용 거부 사례가 2021년 6건, 2022년 3건으로 생각보다 많았고(▷관련 기사 : 177호 1면), 2021년 7월에도 거창 내 응급실에서 유리에 베인 상처를 꿰맨 환자가 ‘누더기 봉합 수술로 피해를 입었다.’는 글을 거창 지역 SNS에 게재해 응급실 의료 역량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 밖에도 주말에 거창의 응급실에서 진료거부를 당해 합천에서 치료를 받고 왔다는 주민도 제보를 하는 등 거창의 열악한 응급의료 환경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지역 응급의료기관만 있는 거창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약 400개소의 응급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 응급의료기관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거창에서 응급실을 운영하는 거창적십자병원은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각 기관별 시설 기준과 장비 기준, 인력 기준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 이송·응급의료자원의 지역 간 균형배치가 중요한데,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응급의료자원의 편중된 배치는 중증 응급환자 사망률의 지역적 편차를 커지게 한다.
  또, 응급의료기관별 역할과 기능이 정해져 있어야 하지만, 수행 기능상 차이가 불분명하고 같은 종별 내 응급의료기관 간 진료역량 편차도 크다. 응급의료기관 중 권역·지역 응급센터는 중증 응급환자 최종 치료에 집중하고 지역 응급기관(응급실)은 1차 응급진료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응급환자 진료에 있어 차별적 역할과 기능이 명확하지 않다.
  위와 같은 문제로 병원의 잦은 ‘수용 곤란 고지’ 등이 일어나고 있고, 또한 119 구급대의 이송 지침의 구체성 미흡 등으로 인해 부적정 이송률(중증외상 44.6%, 뇌신경계 질환 31.9%, 심혈관계 질환 30.7%-중증 응급진료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국회 입법조사처 2020)이 높다.

거창적십자병원, 지역책임 의료기관으로 선정
  지난 4월 22일, 보건복지부는 지역 필수의료 협력을 위한 책임 의료기관을 지정했는데, 거창적십자병원이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필수·공공의료 책임성 및 협력 강화를 위해 2020년부터 권역(17개 시·도) 및 지역(70개 중진료권)에 책임 의료기관을 단계적으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적십자병원은 공공의료 본부 설치 및 원내·외 협의체를 구성해 응급의료 등 지역 필수의료 연계·협력을 주도하고 관련 예산(4억 4,00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또한 지역 내 보건 의료기관 등과 함께 중증 응급 환자를 이송·전원 하고, 감염 및 환자 안전 관리를 실시하며, 정신 건강 증진, 재활 의료 분야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거창적십자병원이 운영하는 응급실의 의료 역량이 나아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거창적십자병원 최준 병원장은 “지역 필수의료 문제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지역민에게 양질의 공공보건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거창 주민들이 체감하는 응급의료에 대한 불신은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와 거창군은 의료 역량을 기르고 시설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여 주민이 만족할만한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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