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돌봄 보냈더니 편의점 도시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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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돌봄 보냈더니 편의점 도시락을…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2.08.0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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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 시범사업으로 편의점 도시락 제공
- 학부모들 반발... ‘믿고 못 먹이겠다.’
- 거창군·교육청 ‘도시락 업체 선정 어려워’
- 거창군 ‘개선책 마련하겠다.’

한 달 내내 아이에게 편의점 도시락을 먹일 수 있겠습니까?”

 

거창 내 초등학교의 돌봄 교실 도시락을 두고 학부모들의 우려가 거세다. ‘도시락 지원 사업이 돼 반가웠는데, 실상은 편의점 도시락이라며 한 달 동안 먹이기가 걱정된다.’는 것

 
초등 돌봄 교실 도시락(좌)과 편의점에서 구매한 도시락(우). 라벨부터 모든 게 똑같았다.
초등 돌봄 교실 도시락(좌)과 편의점에서 구매한 도시락(우). 라벨부터 모든 게 똑같았다.

건강 도시락 시범사업인데 편의점 도시락

거창군은 ‘2022 우리 아이 건강 도시락 시범사업을 통해 거창 내 15개 초등학교에 도시락 구매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주상초등학교와 월천초등학교는 자체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급식비는 16,000원으로, 529명에게 53,424,000원을 지원한다. 학교별로 초등 돌봄 교실 시작일이 달라 지원 시기는 다르지만, 최소 3일부터 최대 25일간 지원된다.

문제는, 지원을 받는 15개 초등학교 중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신원초·위천초를 제외한 13곳에서는 가조면에 소재한 도시락 제조업체인 지에프에스에서 구매해 제공하고 있다.

지에프에스는 지에스(GS) 편의점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업체로, 편의점용 라벨까지 그대로 붙여 학교에 배달해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도시락도 편의점에 제공되는 것 그대로였다. 월요일은 더블고기도시락’, 화요일은 정찬한판도시락’, 수요일은 ··(함박스테이크&치킨&생선가스) 도시락등 매주 같은 메뉴가 반복되는 식이다.

각 도시락의 가격은 4,000원 전·후로, 높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도시락은 매일 1회 용기에 담아 배달되다 보니 하루치 식사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도 많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그래서 먹어봤습니다

한들신문은 3,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함께 급식으로 나온 함··까 도시락을 먹어봤다. 해당 도시락은 거창 내 지에스(GS) 편의점에서 구매했다.

도시락에 붙어져 있는 라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나트륨의 양이었다. 해당 도시락에 포함된 나트륨은 956mg으로, 성인 1일 권장량(2,000mg)48%, 청소년 하루 권장량(1500~1800mg)53~65%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짠맛이 강했다.

같이 도시락을 먹은 학부모 ㄱ씨는 배를 채우는 것 이외에는 기대할 게 없다.”라고 평가했다.

 

예산과목은 로컬푸드’, 그러나 거창산 농산물은 없어

특히, 경상남도의 지침과 거창군의 예산과목을 살펴보면 단위사업이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는 로컬푸드 활성화로 되어 있지만, 도시락에는 거창산 농산물이 쓰이지 않았다.

거창군이 각 학교로 전달한 공문을 보면 예산과목은 행복농촌과, 행복농촌, 로컬푸드 활성화, 우리 아이 건강 도시락 시범사업, 자치단체 등 이전, 교육기관에 대한 보조라고 안내되어 있다.

경상남도 먹거리정책과의 시행지침(2022년 우리 아이 건강도시락 시범사업 시행지침)에도 취약계층과 맞벌이 부모 자녀들이 이용하는 초등돌봄교실 방학 중 도시락 제공으로 지역 농식품 판로 확대라고 목적이 적혀 있다.

해당 지침의 추진 방향도 로컬푸드 소비촉진 및 친환경 농산물 활용으로 농식품 유통 다양화’, ‘수요자 중심의 안전하고 영양 높은 도시락 제공으로 학생 성장발달 및 돌봄 시간 연장 등 학부모 만족도 제고’, ‘사회적기업과 협력하여 지역 우수 농산물 소비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거창의 경우 편의점 도시락이 제공되다 보니 거창산 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이 전혀 쓰이고 있지 않았다.

 

학부모들, 에스엔에스(SNS) 등에 항의글 게시

최근 에스엔에스에는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항의글이 이어졌다. 학부모 ㄴ씨는 초등학교 돌봄 교실에 도시락이 제공된다고 해 엄마로서 너무 반가웠다.”라며 아이를 보내고 나서 도시락에 뭐가 나오는지 궁금해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편의점 도시락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선한 야채는 찾아볼 수 없고 영양 불균형에 화학물질까지, 그것도 한 달 내내 먹인다고 한다.”라며 학교 재량껏 운영할 수 있도록, 적어도 공장표 도시락을 먹이진 않도록 운영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ㄷ씨는 수제 도시락집이나 인근 식당과 계약해 점심을 제공하는 줄 알았다. 먹거리 안전이 중요한 시대인데, 1·2학년 학생들에게 한 달 내내 공장 도시락은 못 먹이겠다.”라며 제발 각성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거창군·교육청, ‘업체들이 못한다고 해 부득이한 상황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거창군과 거창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곳에 문의를 했는데 모두들 못한다고 해 부득이하게 진행됐다.’라며 개선책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거창교육지원청 관계자는 “3시간 안에 냉장차로 배송해야 하는 데다 위생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같은 요구 조건을 들어줄 수 있는 곳이 없는 데다가 다른 업체에서 하지 않으려고 해 어려움이 있다.”라며 학부모들의 걱정은 예상했지만, 경남도의 예산을 받지 않거나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이상 어려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경상남도에서 금액을 6,000원으로 정했고, 거창에서는 금액이 적으니 우리가 더 보태서 건강한 음식을 먹이겠다.’라고 했으나 타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로 거부당했다.”라며 납품 업체인 지에프에스는 식중독 사고 등을 막을 수 있는 해썹(HACCP : 위해요소 중점관리 우수식품) 인증을 받은 데다 규모가 있어 청결 관리도 잘 돼(이곳을 선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과 협의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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