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들 반발... ‘믿고 못 먹이겠다.’
- 거창군·교육청 ‘도시락 업체 선정 어려워’
- 거창군 ‘개선책 마련하겠다.’
“한 달 내내 아이에게 편의점 도시락을 먹일 수 있겠습니까?”
거창 내 초등학교의 돌봄 교실 도시락을 두고 학부모들의 우려가 거세다. ‘도시락 지원 사업이 돼 반가웠는데, 실상은 편의점 도시락’이라며 ‘한 달 동안 먹이기가 걱정된다.’는 것
‘건강 도시락 시범사업’인데 편의점 도시락…
거창군은 ‘2022 우리 아이 건강 도시락 시범사업’을 통해 거창 내 15개 초등학교에 도시락 구매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주상초등학교와 월천초등학교는 자체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급식비는 1인 6,000원으로, 총 529명에게 53,424,000원을 지원한다. 학교별로 초등 돌봄 교실 시작일이 달라 지원 시기는 다르지만, 최소 3일부터 최대 25일간 지원된다.
문제는, 지원을 받는 15개 초등학교 중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신원초·위천초를 제외한 13곳에서는 가조면에 소재한 도시락 제조업체인 ㈜지에프에스에서 구매해 제공하고 있다.
㈜지에프에스는 지에스(GS) 편의점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업체로, 편의점용 라벨까지 그대로 붙여 학교에 배달해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도시락도 편의점에 제공되는 것 그대로였다. 월요일은 ‘더블고기도시락’, 화요일은 ‘정찬한판도시락’, 수요일은 ‘함·치·까(함박스테이크&치킨&생선가스) 도시락’ 등 매주 같은 메뉴가 반복되는 식이다.
각 도시락의 가격은 4,000원 전·후로, 높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도시락은 매일 1회 용기에 담아 배달되다 보니 하루치 식사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도 많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그래서 먹어봤습니다’
한들신문은 3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함께 급식으로 나온 함·치·까 도시락을 먹어봤다. 해당 도시락은 거창 내 지에스(GS) 편의점에서 구매했다.
도시락에 붙어져 있는 라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나트륨의 양이었다. 해당 도시락에 포함된 나트륨은 956mg으로, 성인 1일 권장량(2,000mg)의 48%, 청소년 하루 권장량(1500~1800mg)의 53~65%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짠맛이 강했다.
같이 도시락을 먹은 학부모 ㄱ씨는 “배를 채우는 것 이외에는 기대할 게 없다.”라고 평가했다.
예산과목은 ‘로컬푸드’, 그러나 거창산 농산물은 없어
특히, 경상남도의 지침과 거창군의 예산과목을 살펴보면 단위사업이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는 ‘로컬푸드 활성화’로 되어 있지만, 도시락에는 거창산 농산물이 쓰이지 않았다.
거창군이 각 학교로 전달한 공문을 보면 예산과목은 ‘행복농촌과, 행복농촌, 로컬푸드 활성화, 우리 아이 건강 도시락 시범사업, 자치단체 등 이전, 교육기관에 대한 보조’라고 안내되어 있다.
경상남도 먹거리정책과의 시행지침(2022년 우리 아이 건강도시락 시범사업 시행지침)에도 ‘취약계층과 맞벌이 부모 자녀들이 이용하는 초등돌봄교실 방학 중 도시락 제공으로 지역 농식품 판로 확대’라고 목적이 적혀 있다.
해당 지침의 추진 방향도 ‘로컬푸드 소비촉진 및 친환경 농산물 활용으로 농식품 유통 다양화’, ‘수요자 중심의 안전하고 영양 높은 도시락 제공으로 학생 성장발달 및 돌봄 시간 연장 등 학부모 만족도 제고’, ‘사회적기업과 협력하여 지역 우수 농산물 소비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거창의 경우 편의점 도시락이 제공되다 보니 거창산 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이 전혀 쓰이고 있지 않았다.
학부모들, 에스엔에스(SNS) 등에 항의글 게시
최근 에스엔에스에는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항의글이 이어졌다. 학부모 ㄴ씨는 “초등학교 돌봄 교실에 도시락이 제공된다고 해 엄마로서 너무 반가웠다.”라며 “아이를 보내고 나서 도시락에 뭐가 나오는지 궁금해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편의점 도시락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선한 야채는 찾아볼 수 없고 영양 불균형에 화학물질까지, 그것도 한 달 내내 먹인다고 한다.”라며 “학교 재량껏 운영할 수 있도록, 적어도 공장표 도시락을 먹이진 않도록 운영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ㄷ씨는 “수제 도시락집이나 인근 식당과 계약해 점심을 제공하는 줄 알았다. 먹거리 안전이 중요한 시대인데, 1·2학년 학생들에게 한 달 내내 공장 도시락은 못 먹이겠다.”라며 “제발 각성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거창군·교육청, ‘업체들이 못한다고 해 부득이한 상황’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거창군과 거창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곳에 문의를 했는데 모두들 못한다고 해 부득이하게 진행됐다.’라며 ‘개선책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거창교육지원청 관계자는 “3시간 안에 냉장차로 배송해야 하는 데다 위생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같은 요구 조건을 들어줄 수 있는 곳이 없는 데다가 다른 업체에서 하지 않으려고 해 어려움이 있다.”라며 “학부모들의 걱정은 예상했지만, 경남도의 예산을 받지 않거나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이상 어려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경상남도에서 금액을 6,000원으로 정했고, 거창에서는 ‘금액이 적으니 우리가 더 보태서 건강한 음식을 먹이겠다.’라고 했으나 타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로 거부당했다.”라며 “납품 업체인 지에프에스는 식중독 사고 등을 막을 수 있는 해썹(HACCP : 위해요소 중점관리 우수식품) 인증을 받은 데다 규모가 있어 청결 관리도 잘 돼(이곳을 선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과 협의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