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청년 인터뷰] 거창 청년 최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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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청년 인터뷰] 거창 청년 최성흠
  • 강보배 시민기자
  • 승인 2022.08.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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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강보배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올해 89년생 34살 최성흠입니다. 거창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거창에서 보내고 대학교는 다른 지역에서 다니다가 지금은 거창 연세 학원에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지금의 일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A> 부모님께서 학원을 운영하셨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시험 치고 시험지를 들고 오면 부모님부터 학원 선생님까지 모두 ‘시험 잘 봤어?’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분들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어린 저에게는 부담이었지만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수능을 칠 때까지는 공부하는 기계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된다’가 부모님의 방침이었는데 ‘다들 열심히 하니까 너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표현하신 것 같아요. 오히려 그렇게 자극을 주셔서 저도 더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되고,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걸 잘 알게 된 것 같아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확실한 계기는 대학생 시절 군대를 가기 전에 부모님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로 처음 학원 일을 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 과학, 고등학교 수학 등 끊임없이 인터넷 강의를 보고 주변에 조언도 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이해를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학생들의 시선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가 문제를 풀더라도 성인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것과 중학생 대상으로 설명할 때는 용어와 표현이 달라져야 하니까요. 또한 요즘 학생들은 문해력이 낮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 신경 쓰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Q> 학원 일을 하면서 생긴 특별한 경험이 있으실까요?
A> 일단 학원은 사교육 기관이잖아요? 제가 느끼는 몇 가지 문제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서구 문화는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존중한다는 상호 간의 질서가 있는 상황에서 수평적인 관계가 만들어져서 ‘수업 시간은 선생님의 시간’이라는 전제가 기본으로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떠들거나 집중을 못 할 때 선생님이 그 학생에 대한 확실한 제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공경 문화와 수직 관계가 기본이잖아요? 그런 유교 예절을 따르다가 갑자기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며 수평 관계가 되어버리니까 ‘이렇게 해도 선생님이 우리한테 뭐라고 못하네?’ 하며 아이들이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번째는 요즘 맞벌이 가정의 비율이 더 많아지면서 부모님들이 학교와 학원 일정에 바쁜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심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자식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경우가 많이 보여요. 학생들이 “선생님이 나를 혼낼 권리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에서 이미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러면서 오히려 ‘자신의 부모님에게도 저렇게 말을 할까?라고 생각될 정도의 폭력적인 어휘를 구사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체벌을 찬성하는 편은 아니지만 수업 중에 선생님에 대한 예절과 존중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체계를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현재 초등학생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을 치지 않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자유학년제로 기본적인 시험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학원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부 습관은 하루아침에 잡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기억에 남았던 일 중 하나는, 한 학생이 제대하고 저를 찾아왔는데 “다른 건 진짜 기억 하나도 안 나는데, 선생님한테 배웠던 수학이랑 과학은 기억이 나요.”라고 말해줄 때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열심히 배운 학생들이 정직하게 성적이 올랐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Q> 거창에 살면서 느낀 장·단점은?
A>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이 몇 있어요. 우선 거창읍내에서는 행동반경이 다 좁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전거, 전동 킥보드, 오토바이만으로도 이동이 충분히 편합니다. 근데 그만큼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동네가 좁으니까 한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분들이라 그로 인해서 득을 보기도 하고 한편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부모님이 다 거창 분이시고 친구분들도 거창에 많다 보니 그런 인맥 덕에 득을 보기도 하지만 그만큼 행동도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변에 산이 많아서 좋습니다. 수도권은 산에 가고 싶으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지만, 거창은 자전거 타고 가서 올라가도 되고 차 타고 1시간 이내에 거리만 가도 해발 1,000m 넘는 멋진 산들이 많습니다. 거창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자연 경관이 좋고 공기가 맑다는 거죠. 
  단점은 도시는 할 것, 먹을 것의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뭐 하지?’, ‘뭐 먹지?’를 고민하지만, 거창은 정말 선택지가 없어서 ‘뭐 하지?’, ‘뭐 먹지?’를 고민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운동을 배우고 싶어도 제가 거창의 운동 강사들이 얼마나 전문적인지에 대해서 신뢰가 낮아서 쉽게 운동을 시작할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Q> 청년 관련하여 정책이나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청년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거창에 있는 청년들, 신혼부부, 귀농을 했거나 거창에서 근무한 지 몇 년 이상 넘은 분들 대상으로 주택을 마련해 준다면 좋지 않을까요? 제가 부동산 정책은 잘 모르지만 예를 들자면 청년 주택 형태로 ‘청약 우선권’을 준다든지, ‘임대주택’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현재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면서 각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 아파트 임대료 면제, 신혼부부 1억 무이자 대출 등 파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예산을 써서 청년을 붙잡고 인구 증가에 애를 쓰는데, 거창에서도 청년 인구가 늘기를 바란다면, 거창에서 청년이 자의로 자리를 잡고 결혼해서 출산을 하고 싶을 정도로 더 파격적인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창에서는 어떤 행사나 축제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요. 지인을 통해 청춘창고의 ‘청춘 썸데이’ 프로그램을 하게 되어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거기서 <호러 in 거창>이라는 청년 호러 축제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만약에 그 단톡방을 나갔더라면 저는 그런 축제가 있는지 아예 몰랐을 거예요. 
  거창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이나 청춘창고에서 진행하는 청춘 썸데이, 원데이 클래스, 그 외에 개최되는 다양한 축제 등이 많은데, 그에 관한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아요. 연령층과 학습 단계도 다양하게 세분화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다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군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하고 있는 취미활동이 있나요?
A> ‘뭘 하면서 여유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찾은 게 등산과 러닝입니다. 지금은 너무 더워서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경남권에서 실내 서핑장은 거창이 유일하다고 해서, 서핑을 배워보고 싶고, 테니스나 배드민턴도 시간이 맞는다면 배워보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요?
A>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 세 곳을 오르는 게 올해의 목표였는데, 한라산과 지리산, 최근에는 설악산을 다녀왔습니다. 등산을 하면서 세웠던 큰 목표는 이뤘네요.
  그리고 제가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달리는 게 목표입니다. 하프까지는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언젠가는 꼭 마라톤 풀코스(42.195km)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것입니다.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든가, 코딩에 대한 수업도 진행해 보려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더 잘 되면 좋겠고, 나아가 본인들이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그에 관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용머리해안 앞에서 찍은 여행 사진
제주도 용머리해안 앞에서 찍은 여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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