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덕분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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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 덕분에 3
  • 한들신문
  • 승인 2022.10.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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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미 조합원

 

나는 마음도 물건도 늘 주는 것에 비해 받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호의를 베푸는 상대를 민망하게 하거나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무엇이든 거절하기도 했고, 받으면서도 괜히 겸연쩍어하곤 했다. 그런데 늘 무엇이든 주려는 언니들 덕분에 이제는 꽤‘잘’받는 사람이 되었다.

  언니들은 늘 무언가를 준다. 따뜻한 인사와 위로, 애정, 웃음, 시간, 배려, 따뜻한 끼니와 커피 한 잔, 맛있는 것들. 아무튼 늘 무언가를 나눠 주려고 한다. 언니들은 그랬다. 낯선 사람, 가까운 친구 할 것 없이 항상 다정하다. 

  한결같이 살가운 언니들 덕분에 짝사랑하듯 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았고, 그중 몇몇은 나의 친구 범주에 들어왔다. 늘 따뜻한 언니들이 고마우면서도 종종 궁금했다. 언니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읽은 책 한 권에서 희미한 답을 찾았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가 쓴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는 책이었다. 

  저자는 신체적 우위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생존한 이유와 유사 사례를 분석하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고 말한다. 더 많은 적을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만듦으로써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언니들 이야기였다.

  언니들은 서로의 안부를 자주 묻고, 수다를 떤다. 같이 밥을 먹고, 장을 본다.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이 모여 취미생활을 하고, 공부도 한다.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누군가의 고단한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안아준다. 종종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것 같던 일을 해낸다. 서로 격려하면서, 깔깔깔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아주 멋지게. 

  언니들은 살면서 체득했던 것 같다.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 무엇이든 나누면 그것이 어떻게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번의 포옹이 상대에게 전달되는 동안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작은 목소리도 모이면 함성이 될 수 있음을.

  누군가의 딸로 태어난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만난, 무수히 많은 언니들로 하여금 막연하게 배우고 무의식적으로 체득했을 것이다. 익숙한 방식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경험을 축적하고 확신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상대에게 다정한 것은 결국 나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는 방법임을. 다정한 언니들 덕분에 오늘도 산다.

#언니들_덕분에 #다정한_것이_살아남는다 #춤을_추며_절망이랑_싸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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