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 운동회운동회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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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단상] 운동회운동회운동회!!!
  • 한들신문
  • 승인 2022.11.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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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정애주

“아아,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이장님의 방송이 있으셨다. 코로나 녀석이 한바탕 난리를 친 지난 2년여 치르지 못했던 가을 행사가 올해 드디어 개최된다는 공지였다. 참 이상하다, 그 운동회라는 단어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스멀스멀 즐겁다. 내 한 편은 늘 어린이다.
  행사 당일 흥분된 마음에 서두는 기운까지 보태져서 이미 난, 겅중겅중이다. 마침 한기리 교리간 도로확장 공사 중 일부 구간이 개통되어 잘 닦인 새길을 달려 운동회 장소인 웅양 초등학교로 향했다. 
  개통된 구간은 마을에서 빠져나와 웅양로에 진입하여 경남의 마지막 마을인 백학 마을과 경북의 시작인 예서 마을 사이 언덕을 지나 대1리를 끼고 다시 경북·경남의 경계인 터널을 지나서 봉우산을 우측으로 두고 우두령 측면을 지난다. 가을 풍광은 휴가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기여하는 전국도로증설 사업에 혜택을 누리면서 웅양면 산포리를 지나 웅양면 동호리 회전교차로에서 웅양초등학교 길로 접어드니 그 흥분은 배가했다. 도로가에 주차된 차량들이 이미 잔치다. 운동회다 운동회! 웅양초등학교 주변 상당한 길이의 차도를 빼곡히 촘촘히 각양각색의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마음은 급하고 어여 저 운동장 무리에 끼어 함께 즐기고 싶은데 주차할 자리가 없다. 급당황! 그러다 한자리 발견, 구겨 넣다시피 주차를 하고 늠름하게 교문에 들어서면서 이장님께 선수 입장 보고를 드렸다.
  “어디로 가면 되어요?” 확인해주신 진마루마을 대기 천막에 다다르니 아 좋다!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다!!! 연신 반가워하시는 분들과 인사를 하며 자리를 잡았다. 동지애로 번지는 든든한 기분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어르신들은 인사 말씀이 뭘 그렇게 갖다 먹으라신다. 못 이기는 척 캔커피와 부추전을 받아 와서 음미를 하는데 드디어 현타가 왔다. 그제야 이곳이 어디, 지금나는 누구? 살피니 윷놀이, 투창 던지기, 제기차기 등의 종목별 마을대항 경기가 있고 중앙 무대에서는 동아리들의 공연이 순차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 마을은 선수가 부족하다 해서 불려나가 생전 처음 제기를 차보는데... 제기 따로 발 따로 그게 그렇게 쉽게 맞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로도 발탁되지 못했다. 다른 종목은 어르신들도 가능하니 굳이 내가 출전하지 않아도 되었고 이 무력한 주민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보탬은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일일 진마루마을 사진기자로 자청하여 스스로 임명하고는 마침 새로 바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우리 마을 출전 순서는 빠짐없이 달려가 응원하고 사진 찍고 웅양면 마을들의 대기 천막을 하나씩 찍어 기록하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동아리들의 순서가 바뀌는 대로 멋쩍어하는 저들을 격려하듯 근접 촬영을 해대었다. 초등부의 캉캉댄스팀, 성인동아리의 댄스팀, 색소폰 팀 등등 공연하는 이들이 으쓱해지기를 기대하며 사진기자 흉내를 내었다. 그렇게 운동회 전체를 사진 스케치하듯 다니다가 들른 네일아트, 페이스페인팅 시연팀에서 어라 반가운 음악이 들렸다. 잘못 들었나? 울아들의 노래였다. 참고로 울 3남은 가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선물처럼 아들의 소리를 만났다. 소리가 나오는 핸드폰 주인을 기다려 만난 그 코너의 담당 책임자는 자신을 아들의 팬이라 했다. 유레카! 살면서 이런 일을 만나는 건 횡재다! 차에 있던 아들 CD를 가져와서 선물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진마루마을 대기 천막으로 복귀. 그리고 점심 식사! 
  아아 1년에 한 번, 운동회 날 이런 먹거리 잔치를 하는 것에 대대대 찬성이다. 산해진미 진수성찬의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 아쉽다. 울 마을 주민 모두 오셨어야 했는데 특히 울 남편! 내가 할 수 없는 요리들이 즐비했다. 올해는 부득불 나만 즐긴다. 내년에는 울 남편도 마을 분들도 모두 모두 모셔오겠다 다짐한 푸짐하고 풍요로운 식사시간이었다. 
  그리고 식사시간 자리싸움 해프닝 하나. 젊은 엄마들과 어린이들이 내 주변으로 왔는데 국수를 가지러 갔다 오면 자리가 없어지고 과일을 가지러 다녀오면 의자가 없어졌다.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 저들에게 내가 민망해서 우물쭈물 우두커니 서서 바라만 보는데... 엉거주춤 양보도 못하는 못난 어른이 되어버렸다. 자세히 보니 젊은 엄마들 본국이 이 고장이 아니었다. ‘다문화가정’ 이웃이었다. 드디어 만났다. 반가움에 서운함은 휘발! 저들이 우리의 미래다! 잘 자라다오 축복한다!!! 그래서 또 운동회운동회운동회가 좋다!


*첨언/귀가길 유감 발견-동호리회전교차로 사고 위험 최고 수준, 웅양면 한기리 이정표 부재. 서운함 한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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