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 또 바보딱지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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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단상] 또 바보딱지 같았네!
  • 한들신문
  • 승인 2022.12.12 18: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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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정애주

멧돼지가 다녀간 밭에 고랑을 정리하고 한 해 수고를 다하고 기진맥진 널 부러진 아스파라거스를 정돈하고 있었다. 봉우산과 그 주변 능선은 그날따라 정갈하고 평화로웠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윗집 어른께서 전화를 주셨다. 흙손이 된 장갑을 벗고 통화를 하는데 빨리 와보라 하신다. 일을 중단하고 내려갔더니 아침 일찍 시작한 사랑채 뒤 돌쌓기 공사가 중단되어 있었다. 아뿔싸!!!
  서사집과 사랑채 어둑을 경계로 한 윗집 어른이 속이 많이 상해 계셨다. 당신 땅에 포크레인이 올라가서 흙을 파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우셔서 공사를 제지하셨다 했다. 이렇게 저렇게 의논하여 쓰시지 않는 어둑이므로 공사를 마치고 측량하여 사용한 만큼 땅을 매도·매입하기로 동석한 사위 분과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이 보는 앞에서 구두로 약속하고 공사는 재개되었다. 바보딱지다! 이로써 난, 또, 한번 큰 실수를 했고 큰 교훈 하나를 챙겼다. 

  지난해 당신의 사과밭 확장으로 원인이 된 흙탕물 폭포수로 서사집 뒤뜰 수국과 잔디밭이 초토화되었다. 사태를 수습하고 그런 끔찍한 일이 생기기 전에 대비를 해야 했다. 올해 초 당신 밭에서 물길을 잡아 우리 대나무밭으로 대대적인 수로 공사를 했다. 들인 경비도 어마어마했지만 자랑이던 대나무 밭이 두 동강이가 났고 대나무 반이 베어졌다. 덕분에 금년 여름 물로 인한 피해는 없었고 수로공사는 유효 적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우려가 있었다. 서사집과 사랑채로 이어지는 뒷경계의 어둑으로 인해 해마다 발생하는 일들이 제법 많았다. 그러니까 어른의 땅을 매입해서 제대로 돌을 쌓고 반대편 물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족히 수십 년을 살았을 감나무가 작년에 썩어 베었고 그만큼 우람한 매실나무도 큰 둥치가 갈라져 넘어졌다. 해가 들지 않아 사랑채 뒷벽에 습이 스며들고 있었다. 대나무도 쳐야 했고 두릅도 매번 눈치 보면서 베어야 했다. 내 땅이 아니어서.... 그 어둑은 두고두고 걱정거리였다. 매해 여름마다 걱정을 습관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상습적인 우수 지역이었다.  
  올해 초 수로공사는 한 달을 넘게 했고 그 어간 나는 어른께 그 어둑을 쓰시지 않으면 내가 매입을 해서 물 관리를 제대로 했으면 한다고 수차례, 십수 번 간곡히 부탁 요청 설명드렸다. 그리고 어른의 최종 결정은 당신이 어찌 내게 돈 받고 팔겠는가? 그저 마음대로 쓰면 된다였다. 아이고... 문제가 생길 텐데...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찜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올해 안에 어떤 방법으로라도 물 관리를 끝내기로 작정했다.

  마침, 우리 하성지역에 오하수 공사로 또 도로 확장공사로 우리 마을에 돌이 처치 곤란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돌을 얻어 우리 사랑채 앞마당에 부려 놓았다. 산더미였다. 마구잡이로 부려져서 하루에 열 개씩 옮기고 작은 돌은 길가에 경계석으로 정리했지만 수개월 그 돌은 돌산으로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했다.

  드디어 서사집을 지어준 ‘빌드’가 가을 건축 일을 마치고 이곳 ‘고객’들을 위해 와 주었다! 돌쌓기 공사가 일정이 잡혔다. 그날이 늦은 가을 바로 그날이었다. 공사 전, 어른께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그 전날, 기진맥진해서 밭일을 마친 나는 윗집 어른과 막역한 마을 어른을 우연히 길목에서 마주쳤다. 지금까지의 물길에 대한 서사를 모두 알고 계신 분이시다. 그래서 난 “공사가 시작되는데 말씀드려야겠지요?”라고 가볍게 여쭈었다. 어른은 뭐... (혹여라도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문장은 생략) 그러다가 귀찮은 마음이 훅 들어왔다. 그래서 공사 직전 말씀드리는 일을 지나가 버렸다. 그 아침 나는 봉우산의 정갈하고 평화로운 기운을 밭고 서사밭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멧돼지가 밉다가 불쌍하기도 했다가...

  엄혹한 상황, 결과적으로 내 실수다. 어른들의 호의와는 별개로 예의 바르게 진행했어야 했는데 살짝 귀찮아서 지나쳤다. 윗집 어른께 죄송했고 같이 맞장구쳐주신 이웃 어른께도 미안했다. 공연히 당신들 두 분의 친분과 내게 베푸시는 배려를 활용한 꼴이다. 심히 부끄럽고 창피했다. 두고두고 곱씹어 볼 실수이다. 예의는 친하고 또 친해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공사는 끝났고 당신 땅에 길을 내었다. 물길이 이로써 완전히 잡히기를 기대하고 내년 물 많은 계절에 확인만 하면 된다. 공사를 마치고 웃집 어른께 사과드리고 공사 완료를 알려 드리면서 측량하시자 말씀드렸다. 우짜노... 다시 대략난감.... 큰 공사인줄 알았더만... 그냥 그리 합시다.....하신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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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영 2023-03-15 17:25:52
귀촌단상 애독자인데 12월 이후로 글이 안올라오네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미경 2022-12-12 20:57:37
사모님 안녕하세요?
매달 잘 읽고 있어요.
귀촌생활이 만만치 않네요.
화이팅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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