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본범은 처벌 받지 않는데 방조범은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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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 본범은 처벌 받지 않는데 방조범은 처벌?
  • 한들신문
  • 승인 2022.11.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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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문상변호사
권문상변호사

<사례> 
A는 생활고를 비관하다가 자살을 결심하였다. 자신과 같이 동반자살할 사람을 찾기 위해 인터넷에 ‘동반동반’이라는 명의로 카페를 개설하고 함께 자살할 사람은 쪽지를 보내달라는 공지를 올렸다. B는 위 카페에 가입하여 A와 쪽지로 연락한 후 서로 만나 동반자살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자살시도는 실패하였다. 실패 후 두 사람은 ‘죽을 마음으로 열심히 살자’고 함께 다짐하고 성실한 사회인으로 복귀했다. 한편 위 카페에 가입한 C와 D는 카페에서 쪽지로 의사소통을 하다 만나서 동반자살을 하였다.

<촉탁살인과 자살방조>
  우리 형법은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고 살해한 경우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이라는 죄명으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형법 제252조 제1항) 자살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자도 같은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자살방조죄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행위를 도와주어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다. 그 방법에는 자살도구인 총, 칼 등을 빌려주거나 독약을 만들어주거나 조언 또는 격려를 한다거나 기타 적극적, 소극적, 물질적, 정신적 방법이 모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동반자살과 자살방조>
  동반자살은 일반범죄와 달리 복잡한 성격을 띤다. 숨진 사람은 처벌할 수 없으니 실패한 사람에게만 책임이 돌아간다. 즉 본범(자살죄)은 처벌 받지 않는데 방조범(자살방조범)만 처벌 받는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자살을 부추겨 함께 실행한 사람에 대하여는 절대적 가치를 가진 생명이 침해됐다는 점에서 죄책을 가볍게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자살에 실패한 이후 마음을 다잡고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는 것 역시 다시 한번 삶의 의욕을 꺾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동반자살은 그 복잡한 성격 때문에 형량을 정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것이 자살방조죄에 해당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자살방조가 아닌 경우>
  만약 자신은 자살할 의사가 없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동반자살을 거짓으로 제의했다면? 이는 위계에 의한 살인죄(형법제253조)로 일반 살인죄와 똑같은 형벌(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 판단 능력이 없는 어린이에게 자살을 유도한 것도 명백한 살인죄에 해당한다. 
  만약 자살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독약이라고 하고 팔았는데 그것이 독약이 아니고 설탕이라면 무슨 죄가 될까? 자살방조죄 또는 그 미수죄는 성립하지 않고 사기죄가 될 것이다. 
  생을 마감하려 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니 죄질이 더 안 좋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결과적으로는 사람의 자살을 막은 것이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할까? 

<사례의 경우>
  A와 B는 서로 자살방조에 대하여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 그들의 자살이 실패하였으므로 서로의 자살방조에 대한 미수죄가 성립할 것이다. 
  그런데 C, D의 자살에 대하여 A는 어떤 책임을 질까? A는 자신은 카페를 개설하였을 뿐이고 B를 만난 후 카페를 탈퇴하였기 때문에 C, D의 자살에 대하여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A의 카페 개설과 C, D의 동반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카페 개설로 누군가의 자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 즉 자살방조에 대한 미필적고의가 있다고 판단, A에게 자살방조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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