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미 등산기#9 오늘도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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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미 등산기#9 오늘도 참 좋았습니다
  • 한들신문
  • 승인 2022.11.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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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길 낭떠러지를 오르내리던, 아! 설악산

한새미 30년 산행 경력에서 남한에서 가장 높은 4대산 종주 기록을 보자. 지리산 종주 19회, 덕유산 종주 13회, 설악산 9회 그리고 한라산 5회라면 나름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거창에서 이런 4대산을 종주하자면 1박 2일 혹은 2박 3일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 큰 산들은 품도 너르거니와 곳곳에 빼어놓은 절경을 숨기고 있어서, 갈 때는 힘들어도 돌아오면 또 언제 갈까 설레는 그리운 곳이다. 천왕봉을 오르며 힘찬 지리산 정기를 받고, 한라산 눈밭에 푹푹 빠지며 걷고 또 걸었던 종주길.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들을 숨겨놓아 자칫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까 벌벌 떨며 걸었던 설악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설악산 종주는 주로 여름방학 기간에 이루어졌다. 워낙 빼어난 설악의 겨울 풍광도 눈에 담고 싶지만, 겨울 등산 시간이 너무 짧아서 일정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 벼르고 별러온 설악산 첫 종주는 한새미 출범 8년 만의 일이었다. 1999년 7월 22일부터 7월 24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11명이 함께 한 대장정(?)이었다. 새벽 3시에 거창을 출발, 11시에 설악동에 도착하여 중청산장까지 10km 산길을 7시간 넘게 내처 올랐으니 이런 강행군이 없다. 낑낑거리며 계단을 오를 때 아이고, 무릎이야! 다리야! 아프다 하고, 탈진 상태라며 신음 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러나 처음으로 마주한 설악의 풍경에 압도되고 말았으니, 등반 내내 신음과 감탄이 함께 하였다. 고개를 70도 이상 올려봐야 겨우 끝을 볼 수 있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 비선대와 귀면암, 깊은 계곡 사이를 흐르며 소를 만들고 널따란 반석 위를 흐르는 에메랄드 빛 물의 향연 그리고 바위 위에 걸쳐있는 갖가지 나무며 기묘한 바위들이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의 연속인 것.

1.비선대에서 장군봉, 형제봉, 적벽봉(왼쪽부터)
1.비선대에서 장군봉, 형제봉, 적벽봉(왼쪽부터)
2.양폭산장 위 계곡길을 오르며
2.양폭산장 위 계곡길을 오르며
3. 1999년 첫종주,공룡능선 신선대
3. 1999년 첫종주,공룡능선 신선대

 

  첫 종주 코스는 설악에서도 험하기로 손꼽히는 공룡능선 코스, 첫날의 힘들다는 하소연은 다음 날 산행의 맛보기에 불과했다. 중청산장에서 쓰러지듯 잠을 자고 새벽에 대청봉에 올라 운무에 살짝 가린 공룡능선의 늠름한 자태를 감상하며 각오를 단단하게 다졌다. 희운각에서 아침을 해 먹고 본격적으로 공룡능선 코스에 진입하면서 긴장과 감탄이 수시로 교차하였다. 계곡 좁은 틈으로 나 있는 계단을 아슬아슬 기다시피 걷고, 깎아지른 절벽길에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찔하게 올라섰다. 눈 들어보면 곳곳에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고, 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또 어떤 봉우리가 있을까 기대하게 했다.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면서 ‘설악산에 온 걸 500번 후회한다던 한 대원이 일망무제 확 트인 전망과 수많은 범봉들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는 장관을 보고는‘내가 여기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노’라며 180도 말을 바꾸었다. 1275봉을 오를 때는 가파른 바위 200m 이상 낑낑거리며 올라야 했다. 공룡능선에서 가장 높은 암봉으로 3km 거리를 무려 3시간이나 걸렸으니 얼마나 험한가! 

4. 대청봉에 핀 바람꽃
4. 대청봉에 핀 바람꽃
5.공룡능선에 피어난 모싯대
5.공룡능선에 피어난 모싯대

 

  오후 1시경 나한봉의 양쪽 봉우리 사이에 바람이 약간 덜 부는 장소에서 점심을 해 먹었다. 종희님이 준비해온 된장이 꿀맛 같았다. 우리는 식사 때마다 주메뉴를 준비해온 사람을 가리켜 누구누구 집에서 초대한 것으로 하였다. 어제저녁 돼지찌개 때는 귀순님이 초대, 오늘 아침 북엇국은 영옥님이 초대, 점심 된장은 종희님이 초대한 것으로 하여 함께 감사하며 수고를 치하했다.

  하산 길 마등령을 거쳐 비선대까지 내리막길은 특히 깎아지른 길로, 다리에 통증을 느끼던 한 대원에게는 고난의 행군이기도 했다.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하여 수고한 발을 벗어 차가운 냇물에 담그고 캔맥주로 목을 축이니, 얼마나 행복한가. 지나온 고행을 금방 잊어버리고 해마다 설악산에 오자고 이구동성 다짐했던 첫 종주의 기억. 

6. 공룡능선 1275봉의 위용
6. 공룡능선 1275봉의 위용
7. 공룡능선의 한구간을 지나며
7. 공룡능선의 한구간을 지나며

 

  이듬해에 다시 공룡능선, 그 다음 해에 드디어 용아장성을 넘고, 또 다음 해에 서북능선 코스로 종주하며, 해마다 오자는 설악산 종주의 다짐을 3년간 이어나갔다. 힘든 만큼 아름다운 설악산, 설악산 종주의 기억을 되새길 때 한새미는 늘 행복하다.

2018년 설악산 대청봉에서
2018년 설악산 대청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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