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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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과 정의
  • 한들신문
  • 승인 2023.01.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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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신용균

총체적 난국이다. 노동자가 파업하니 정부는 협박하고, 농민이 쌀값 보장을 요구하니 무시한다. 이명박이 사면되고, 부정부패자들이 줄줄이 풀려났다. 국제정세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공언하나 반박하지 못하고, 북한 무인기가 넘어오니 핵무기를 두려워하지 말란다. 역사상 안으로 민중을 등지고 밖으로 적대국을 만드는 나라치고 패망하지 않은 자가 있었던가. 대학교수들은 지난 1년을 과유불개(過有不改)라고 했다. 잘못이 있으나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인다. 불원복(不遠復)이다.

  불원복은 머지않아 돌아온다는 뜻이다. 의병장의 태극기에서 처음 보았다. 구한말 의병장 고광순이 일제 침략군에 맞서 싸우면서 사용한 태극기에 불원복 3자가 쓰여 있었다. 머지않아 한국의 국권을 회복할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독립을 빛의 회복, 즉 광복(光復)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 본래 이 구절은 주역 복괘에 나왔다. “초구는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오니, 후회에 이르지 않고 크게 길하다.”라는 내용이다. 초구는 양(陽)이다.

  양은 밝음이요, 선이요, 군자다. 그러니, 원래 좋은 상태에서, 나쁜 길로 접어들었다가, 금방 돌아오니 길한 것이다. 안연이 그러했다고 한다. 그는 공자의 수제자로,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금방 깨닫고 반드시 고쳐서 허물에 이르지 않았다고 한다. 때로 보면, 동지다. 음력에서 10월은 음(陰)만 가득한데, 동지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양(陽)이 나타나니, 밝음이 시작된다. 지금 정부가 그릇된 길로 간 것이니, 더 멀리 가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은 균형과 정의다.

  균형은 인류의 소중한 가치다. 성서는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중용의 덕을 실천하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중도를 강조했고, 유교에서는 중용을 중시했으며, 도교에서는 자연을 조화로 보았다. 위대한 인격은 조화롭고, 위대한 작품은 균형미를 갖추며,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이룬다. 정의는 균형 위에서 성립한다.

  정의는 저울대에 비유된다. 고대 로마 시대 정의의 여신은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한국 대법원 앞에도 저울과 법전을 든 정의의 여신이 앉아 있다. 저울을 든 것은 균형을 맞추라는 뜻이다. 정의는 강자와 약자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요, 정의로운 행동은 약자를 편드는 일이다. 거꾸로,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은 불의며, 빈자에게 빼앗아 부자에게 주는 것은 반개혁이다. 민중을 적대시하는 정책은 정의가 아니며, 따라서 인간의 도리도 아니다.

  “군자는 친구와 절교해도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충신은 나라를 떠나도 비방하지 않는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악의의 말이다. 이 말은 후대 선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니, 사기 열전을 보면, 당시 괴통과 주보언은 이 글을 읽으면서 책을 덮고 울지 않을 적이 없었다고 했고, 조선에서도 명문장을 골라 뽑은 “고문 백선”에 첫 번째로 실렸다. 그것이 인간의 도리다.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배신은 도덕의 문제니 그 패가망신이야 상관할 바 아니지만, 국가 정책의 잘못은 공동체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의 민주화와 민중 생존권, 남북관계의 진전은 오랜 민주 민중 운동의 소중한 성과이다. 어찌 한갓 개인의 영달을 꿈꾸다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 자들이 짓밟을 수 있겠는가. 곧 거대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심각한 것은 국제정세다. 미중의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팽창, 목하 세계정세는 혼돈이다. 심히 우려되는 것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민족이 식민지가 될 때와 같다는 점이다. 1백여 년 전,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를 막기 위해 일본을 지원했고,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자 한반도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 당시와 현재의 국제관계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양대 세력의 주역이 바뀌었을 뿐, 기본구도는 일치한다. 여기에다 한민족은 분단으로 더욱 취약해졌다. 다시 불원복의 태극기를 들어야 하는가.

  국운은 성하기는 어려워도 쇠하기는 쉬운 법이다. 내외적 균형이 필요하다. 내적으로는 민중을 편들어 균형을 이루고, 외적으로는 조화로운 외교 전략을 구사할 때다. 민중과 화해하여 국력의 버팀목으로 삼고, 북한과 화해하여 국제관계의 지렛대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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