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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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 한들신문
  • 승인 2023.04.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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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마음이 바쁘다. 사과 가지치기 작업을 마무리 하지 못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꽃눈이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지치기 작업은 통상 꽃눈이 벌어지기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혼자 작업하다보면 작업 시기가 늘어나고 그러다보면 잎이 나고 꽃이 필 때까지 가지치기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지치기 작업은 가지만 솎아내는 작업이 아니다. 세력이 센 가지는 아래로 내려주고 약한 가지는 끝이 하늘로 향할 수 있도록 묶어 주는 등 많은(?) 수확을 하기 위해 해주는 작업이다. 엄밀히 얘기해서 많은 수확이라기보다 적절한 수확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수확량이 많아도 볕이 안 들어가서 색이 안 나는 경우에는 수익이 많지 않고 수확량이 적어도 질 좋은 사과를 만들 경우 양에 비해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사과 농사의 고수는 사과를 많이 수확할 수 있도록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수확량의 큰 변동 없이 좋은 사과를 생산해 낼 수 있도록 가지치기 작업을 한다. 많은 경험이 쌓여야 이를 수 있는 경지다. 욕심을 내면 좋은 사과를 만들어 낼 수 없고 너무 원칙을 고수하면 수확량이 적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벽에 부딪칠 때 마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최선이 무엇인가를 한참 고민해야 하고 현실과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 점이 정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정치 역시 기본적으로 분배의 문제이고 현실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을 결정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하다고 여기면서 현실적 고민의 최선이란 느낌이 들어야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보면 좋은 정책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일제시대 강제 징용 피해자 분들은 국가 간의 협의와 상관없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를 했고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를 했으나 남도 아닌 현 정부에 의해 대법원 판결이 무효화 되다시피 했다. 일본 전범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아 내야 하나 윤 석열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의 돈으로 배상을 해 주기로 결정했고 이를 시행 중에 있다. 그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일본과 전범 기업의 사과일수도 있는데 현 정부는 이분들과 그런 공감을 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희생양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 분들을 이용했고 그 결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한 듯이 보였으나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현 정부의 바람과 달리 일본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 같다. 현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까지 스스로 뒤집으며 얻으려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다른 나라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국 경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보호 무역으로 단단한 장벽을 친 미국과 그에 편승해서 이익을 도모하려는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한 축을 형성하고 중국은 그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 하에 다른 한 축을 형성한 현재의 국제 정세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응 방안이었다고 보는데, 문제는 일본과 미국 러시아와 중국 양자 중 대놓고 미국과 일본의 편에 서 버렸다는 데 있다.

국제무대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곳이다. 그때그때 정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현재 윤 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보면 너무 유연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절로 든다. 각국의 역학 관계를 고정 불변으로 보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은 없다. 특히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떨어져 경제를 생각할 수 없으며 미국과의 관계도 돈독하게 유지해 나가야하는 아주 어려운 외교 숙제를 안고 있는데 이를 너무 단순 도식화 시켜 강제 징용 피해자를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식민 지배를 한 일본에게 면죄부를 앞장서서 주고 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본과의 화해 과정을 보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자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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