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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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는 법
  • 한들신문
  • 승인 2023.05.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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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요즘 인구 절벽 문제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출산율이 꼴찌란다.  전 세계에서 꼴찌이기도 하다. 여성 1명당 자녀 출산이 평균 0.78명이라고 하니 인구가 늘어날 리가 없고 감소 폭이 매우 가파르다. 이게 과연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싶다. 
  도시에서도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많은 직업군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임금도 많은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시골에서의 여성 입지는 이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인류가 수렵, 채집의 시대를 지나 농경에 정착한 후 농업 생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력 면에서 남성이 더 유리하다보니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졌고 이러한 전통이 아직까지 농촌의 좋지 않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가부장적인 모습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동네 어른들의 경우는 더 심하다. 농번기에 마을 단체 급식을 할 때였다. 나는 젊은 사람 축에 들기 때문에 밥도 나르고 국도 나르는 등 밥상을 차리는 데 몸을 움직이려고 한다. 어른들도 그래주기를 바라지만 그건 아직까지 시골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나도 참기 힘든 남성 어른들의 모습은 밥을 다 먹고 난 후 그 자리에 앉은 채로 물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할 때다.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 심하고 얄밉다. 다 먹고 난 후 내 밥그릇을 개수대에 갖다 놓을라치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린다. 그게 싫어서 그렇게 하겠냐마는 워낙 남성들의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오히려 도와주는 남성이 어색한 것일 거라 짐작한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성희롱 및 성추행이다. 성추행에 해당될 수 있는 그런 얘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당하는 여성들도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저항하지 못한다. 지인에게 전해 들은 얘기다. 한 아주머니가 일하러 온 남자들이 일을 잘해줘서 그 보답으로 술 한 잔 대접하려고 어떤 술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술중에 최고는 입술이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성인지 감수성이 완전 바닥 수준이다. 자신의 아내, 딸들이 그런 말들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여성들의 노동량도 남성들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처럼 힘쓰는 일은 기계들이 하고 있고 그 기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어 있다. 기계로 하는 일은 남성이 하지만 김을 맨다든지, 기계로 하지 않는 밭 관리는 오롯이 여성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논, 밭에서 같이 일을 하고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당연히 여성들이 한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아내에게 최대한 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하라고 부탁하는 것과 수저, 밑반찬이라도 챙기고 식사 후에 커피를 직접 준비한다는 것이다. 빨래를 널어 준다든지 아내가 부탁하는 것들은 내가 할 수 있으면 다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잘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의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남성들의 각성과 변화된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도적인 장치도 필수 조건이지만 그보다는 남성들이 여성을 단순히 여성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관계 선상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전근대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은 스스로 알아차려 그 틀을 깨고 나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원하든 원치 않던 간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 왔으며 그 사고와 행동이 은연중에 남성 우월주의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남녀 불평등 사회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미래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으며 우리 후대들도 인구 감소로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남성들의 노력으로 여성들이 성차별 없이 하나의 똑같은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생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 보라. 변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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