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민들의 봄은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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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농민들의 봄은 참혹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3.06.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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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어린 시절의 봄은 색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제일 먼저 목련이 흰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렸고 다음으로 개나리가, 그다음으로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꽃이 피는데 순서가 있었고 웬만해서는 그 순서가 바뀌질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순서가 없어져 버렸다. 봄이 오면 모두 한꺼번에 핀다. 심지어 벚꽃까지 봄의 초입에 피는데 가세해 버렸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벚꽃 등이 순서 없이 한꺼번에 핀다. 특히 올해는 벚꽃 개화가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빨라 미리 정해 놓은 진해 군항제 축제를 우습게 만들어 버렸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는 봄이 빨리 왔다고, 추운 겨울이 지나갔다고 좋아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대부분 사람은 이에 대해 무관심했다. 

  작년 겨울은 다른 해에 비해 약간 더 추웠지만 빨리 따뜻해지면서 땅이 빨리 녹았고 뿌리 활동이 예년보다 더 빨라지면서 꽃들이 빨리 피었다. 빨리 핀 꽃은 개나리, 진달래뿐만 아니라 사과, 자두, 배, 복숭아꽃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핀 꽃들은 당연히 냉해 피해를 받았고 결실된 작은 열매들이 많이 빠져 버렸다. 냉해가 오기 전 사과 꽃들은 다 피어났는데 벌들이 날아다니질 않아 수정을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벌들이 날아다녀 내심 안심했으나 두 차례 이상의 저온 현상은 수정된 결실을 모두 떨어뜨려 버렸다. 저온 현상 당시에는 큰 표시가 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과 꽃대가 노랗게 말라가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자두, 복숭아, 포도, 배나무도 모두 냉해 피해를 받아 많은 열매가 사라져 버렸다.

  과실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감자 농가도 피해를 입었고 호두나무도 새싹이 모두 고사하면서 열매가 사라졌고 심지어 늦게 심은 고추마저도 냉해 피해를 보았다고 하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냉해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꽃이 피는 시기는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4, 5월에는 꼭 저온 현상이 발생하니 이를 피할 도리가 없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나름대로 해결을 위해 살수, 방풍 팬, 저온 현상 발생 시 불을 피우는 방법 등을 강구하고 있으나, 많은 투자가 필요하므로 중, 소형 농가에서 이를 따라 하기에는 힘든 실정이다. 야금야금 냉해에 농업이 먹히면서 그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농민들의 힘만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량 소비를 위한 이산화탄소 발생이 도시에서 거의 발생하고 있으나 그 피해는 농민들이 오롯이 다 받는 것이다. 이는 대량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피해를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받는 상황과 유사하다. 많은 나라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떨어지다 보니 목표만 세워 놓은 채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도 이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지속 가능한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전력 발전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을 3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목표치를 21.6%로 하향 조정했고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는 독일과 달리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 없는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발전으로 볼 수 없다고 한 EU의 발표를 현 정부에서는 그냥 무심한 듯 방관만 하고 있으며 이는 곧 미래세대의 채무로 나타날 것이다. 

  축복받은 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친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현 정부의 환경 관련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강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세대에서 농업의 몰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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