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진정성 있는 행정
상태바
[농민]진정성 있는 행정
  • 한들신문
  • 승인 2023.03.13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농인 백상하

요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인구 절벽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이 대세가 되어 버렸다. 줄어들 것 같지 않던 인구가 줄어드는 걸 겪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 느낌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계획의 근간에 인구 증가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고 인구 감소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도 각종 대중 매체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지금이 아닌 몇 십 년이 지나야 시작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시골에서만 학교가 문을 닫을 줄 알았더니 우리나라의 중심인 서울에서도 초등학교가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다니 변화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청년들이 결혼을 꺼려 하고 자녀를 갖지 않아 생기는 인구 감소는 우리나라 전체적인 현상이고 이곳 거창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가는 바람에 이중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지방 소멸이 괜한 엄살이 아니라 곧 우리 눈앞의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공무원들의 무성의한 행정 처리 방식은 십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며칠 전 사과 재해보험을 가입하려 농협에 갔는데 내가 가져간 농업 경영체 등록서 상의 지번과 현재 지번이 일치하지 않아 재해 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내가 임차한 문중 땅을 문중에서 쉽게 팔기 위해 재 측량을 해서 지번을 쪼개는 바람에 지번이 달라진 것이었다. 
  농협에서 농산물 품질 관리원에 가서 지번을 다시 등록해야 한다고 해서 농산물 품질 관리원에 갔더니 담당자가 해당 지번의 경지 대장을 면사무소에 가서 발급받아와야 다시 경영체 등록을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면사무소로 와서 담당 직원에게 경지 대장 발급을 요청하자 새로운 지번이므로 그에 맞게 새로운 계약서, 문중 회의록, 경지 대장 등록 합의서 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며칠 후 문중 대표에게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문서를 새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여 일주일 후 우여곡절 끝에 서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다시 면사무소로 가서 담당 직원에게 서류를 제출하니 작년에 법이 바뀌어서 모든 임야는 경지 대장 발급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갔을 때 분명히 지번이 산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면 서류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테고 다시 면사무소를 찾을 일도 없었을 텐데 왜 이리 사람을 이리 가고 저리 가게 만드는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3~4년 전 임차한 밭을 농업 경영체 등록을 하려고 몇 번을 뺑뺑이 돌았던 그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가까운 일본의 인구 소멸 예상 지역에 인구가 다시 유입되고 경제가 활기를 띤 성공 사례를 보니 민과 관이 함께 협의체를 꾸리고 민간에서 의견을 내면 관에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에 다름 아니었다.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아무리 법이 모든 것들을 제한하고 통제한다 해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고 보면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으련만 이곳의 공무원들은 법 때문에 안 된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기업에서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한 곳에서 원 스톱 방식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비슷하게 민원이 발생하면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안내해 주고 해결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는 그런 시스템을 원하는 것이 과욕일까? 
  진정성 있는 응대로 민원인의 고충을 빨리 해결해 준다면 빠져나가는 청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을 찾을 것이다. 인구 감소는 더뎌질 것이고 이런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다면 오히려 인구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왜 다들 안 된다고만 생각하는 걸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