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비효율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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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비효율의 역설
  • 한들신문
  • 승인 2023.02.1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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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추운 것 같다. 우리 집 지하수 펌프용 모터와 계량기가 얼어 터져 이틀 동안 물을 사용하지 못했는데 물이 안 나오니 마시는 물도 문제였지만 화장실 사용을 못하는 것도 마시는 물 못지않게 큰 문제로 다가왔다. 날이 조금 풀린 후 계량기와 모터 부품을 교체하고 얼었던 호스를 드라이어로 녹여 이상 없이 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덕분에 물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아무런 느낌 없이 당연히 누리고 살던 물과 공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요즘처럼 요란한 이상기후가 계속된다면 우린 더 이상 물과 공기를 지금처럼 사용하지 못하고 살 수도 있으며 우리의 후대는 분명히 환경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에 부딪칠 것이다. 기상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겨울이 추워지는 것 또한 지구 온난화 결과 중 하나라고 한다.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진단다. 북극을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느슨해지고 늘어나면서 북반구 아래까지 맹추위가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화석연료를 대량 사용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온실 역할을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누구나 인정하지만, 십여 년 전에는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도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의 후원을 받았던 학자들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들의 논리도 발표 당시에는 많은 타당성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지구의 온도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올랐다 내렸다 하는데, 지금은 그 온도가 오르는 주기라는 것이었다. 나름 타당한 듯 보이는 자료까지 보여주는데 나 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었다는 희미한 기억만이 남아 있다. 
  지금의 나는 야외 모임이나 장거리 외출의 경우 수저와 텀블러를 챙겨 가려고 노력하지만 2~3년 전만 하더라도 귀찮아서 그냥 몸만 가는 경우가 많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십 년 전 나는 동네 형님과 먼저 귀농한 선배님께 조언을 얻으러 전남 보성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집에 찬이 없다는 핑계로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그 선배는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는 것이었다. 뭔가 하고 살펴보니 수저 세트와 개인용 컵이 들어 있었다. 식당에 가는데 왜 수저와 컵을 챙기는지 여쭤보니 식당에서 사용하는 수저와 컵의 청결 상태를 믿을 수 없는 부분도 있고, 그보다 원래 수저는 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계셨다. 당시에 나는 그냥 좀 유별한 분인가 보다하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지금 되새겨 보니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남들과 달리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작은 부분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그런 행동들이 큰 냇물처럼 모여 지금처럼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식당이나 야외 행사, 모임에서 일회용 종이컵 및 식기를 사용하는 걸 당연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농민들이 많다. 일회용품 사용이나 무분별한 플라스틱제품 사용에 대해 주변에 그 위험성을 알리고 환경 보호를 외치는 분들을 아직도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하는 풍토도 시골에서는 적지 않아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는 각종 매체들의 과대 선전과 홍보물들의 범람에 대해 인류의 미래와 결부시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기업과 정부 모두 경제 성장률에 목을 매고 그 성과를 마치 자신들의 고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소비를 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환경을 더 파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외치는 고효율이 결국은 높은 이윤 확보에 있음은 모두 아는 사실이고 이윤의 사회적 분배는 현 정부 들어 저 멀리 들리는 남의 나라 얘기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맹목적인 성장이 우리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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