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미등산기#14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품에 안기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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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미등산기#14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품에 안기다(4)
  • 한들신문
  • 승인 2023.04.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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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정식

트레킹 7째날 : ABC에서 시누아까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도 아침 날은 밝았다.안나푸르나1봉(8,091m) 꼭대기로부터 황금빛 서광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장엄한 일출 광경에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안나푸르나1봉의 일출
안나푸르나1봉의 일출

  오늘은 이틀에 걸쳐왔던 시누아까지 17km거리를 되돌아가야 하는 강행군이다. 처음부터 속도가 다르다. 두 시간 반 만에 올라온 거리를 한 시간 만에 MBC(마차푸츠레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쉬지도 않고 데우랄리를 향했다, 뱀부까지는 무난하게 걸었으나 뱀부부터 시누아까지 오르는 오르막은 우리들의 인내력을 테스트해야 했다. 흐느적거리며 시누아 롯지에 도착한 것은 5시 20분이었다. 

  저녁에는 물소 고기를 먹기로 했다. 1kg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우리 돈으로 6,000원 정도란다. 한 시간을 기다려 나온 물소 고기의 맛은 일품이었다. 간간한 양념이 되어 있어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다. 네팔 양주와 캔 맥주를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 그날 저녁 우리가 포터들과 함께 먹은 물소 고기는 6kg이나 되었다. 자연스레 그동안 수고했던 가이드, 포터들과 함께 가무로 어우러졌다. 포터들을 따라 네팔 전통 춤을 열심히 따라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저녁 나도 모처럼 기분이 좋아 춤도 추고 취해서 비틀거려야 했다. 

시누아에서 네팔전통춤판
시누아에서 네팔전통춤판

트레킹 8일째 : 시누아에서 톨카까지
  오늘로 트레킹 8일째를 맞는다. 이제 빨리 내려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과 트레킹이 곧 끝난다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올라올 때 점심을 먹었던 촘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외국인이 뭐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안나푸르나 남봉을 가리켰다. “앗, 눈사태다!!”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아니! 이럴 수가 엄청난 위력으로 눈이 쏟아져 내리면서 눈구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위력이 얼마나 큰지 산 높이로 가늠해 볼 때 눈구름이 수백 m이상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이런 광경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다니! 저 속에 파묻히면 영원히 시신을 찾지 못할 것이다.

  촘롱에서부터는 올라올 때와 달리 다른 길로 하산한다. 지누단다(1,780m), 뉴브릿지(1,340m)를 거쳐 오늘의 목적지 <톨카 1,700m>에 도착했다. 이제 롯지에서는 마지막 밤이다. 그동안의 피로도 풀 겸 몸보신으로 닭백숙을 먹기로 했다. 지난번 고라파니에서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강재성 총무가 요리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하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백숙을 먹을 수 있었다. 옛날 시골에서 놓아먹인 토종닭이라 맛도 일품이다. 

톨카롯지에서 개구쟁이들
톨카롯지에서 개구쟁이들

다이닝룸에는 우리 일행밖에 없어 자연스레 포터들과 함께 노래 부르기로 이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이 롯지에서 일하는 15살 된 심부름꾼이 노래를 부르는데, 왠지 슬프고 짠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였다. 노래를 마치고 가이드가 해석해 준 가사를 들으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 내용은 자신의 처지를 노래한 것이란다. “나는 아버지도 없어요. 어머니도 없어요. 형제자매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학교도 다니지 못해요. 나는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요.~~”

촘롱에서 본 남봉의 눈 사태
촘롱에서 본 남봉의 눈 사태

트레킹 9째날 : 톨카에서 포카라까지
  다음날 아침 이상하게도 몸이 지치기는커녕 모두 컨디션이 전보다 훨씬 충만하다. 히말라야 정기를 받았나 보다. 점심 먹을 담푸스(1,890m)까지 일사천리로 내 달았다. 

  전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한껏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저 멀리에 우리가 가까이서 보아 왔던 설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와~~! 우리가 저곳을 다녀왔단 말이지. 우리를 기꺼이 받아준 안나푸르나 여신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포카라에서 도로가 있는 페디까지는 급경사 길이다. 추위에 떨었던 며칠 전과는 달리 가벼운 옷차림에도 땀이 흐른다. 아직도 에너지가 넘치는 이과장님은 포터를 따라 내달려서 보이지 않고, 다른 대원들은 급할 것도 없어 천천히 여유를 즐기면서 내려왔다. 3시가 좀 넘어서 큰 도로가 있는 페디에 도착했다. 내가 만세, 만세 하며 길을 건너자 미리 와 있던 이과장님과 포터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8박 9일의 트레킹은 이렇게 해서 끝이 났다.

  포카라의 풀 바리 호텔에 여장을 풀고 열흘 만에 목욕 다운 목욕을 하였다. 저녁에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삼겹살로 포식하며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끊임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4명의 포터와 보조 가이드 파상과는 이제 이별을 하여야 한다. 그동안 그들이 충실하게 그 힘든 일을 아무 불평 없이 묵묵하게 해 주었기에 이렇게 즐거운 트레킹이 가능할 수 있었다. 뒤에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아내는 ‘이들의 모습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였다’고 기도하였다. 지금까지 추운 롯지에서만 자다가 좋은 호텔에서 자려고 하니 오히려 기분이 이상하다. 이제 흐뭇한 마음으로 꿈나라로 빠져 들어가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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