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 교실에 있던 사람들 “골로 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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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화, 교실에 있던 사람들 “골로 갔다” (1)
  • 한들신문
  • 승인 2023.05.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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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
▲거창사건 생존자 이덕화 씨. 본 책에서 발췌.       

저는 이덕화라고 하고, 나이는 육십일곱입니다. 난리 때는 열한 살이었죠. 그날이 정월 초닷샛날 저녁때입니다. 저녁때가 되어서 밥을 먹는데 이웃 어른이 놀러 오셨어요. 놀러 오셨는데, 그때 형수는 안 계셨는데, (형수가 안 계셔서) 우리 작은 형님이 밥을 지어가지고 먹고 있었는데, 그 어른이 놀러 오신기라요. 우리는 저녁을 먹고, 아버님은 (이웃 어른과) 서로 이야기하시느라고 고마 숟가락도 들지 않고 얘기만 하는 기라요. 두 분이…. 우리는 저녁 다 먹고, 숟가락 놨어. 숟가락을 놨는데, 총소리가 나는기라요. 우리 집이 제일 위에 집입니다.
  중유에서 제일 윗집인데, 그래 총소리가 나디만 고마 ‘손들고 나오라’, 하는 기라예. 즈그 손으로 문을 열고…. 나오라 하는데 안 나오고 됩니까? 안 나오면 쏴 죽인다고 하죠. 아버님하고 인자 형님은 두 형님이 그때 계셨거든요. 나오라 하는 사람은 흰 두루마기를 입었어. 흰 두루마기를 입고, 지금 생각하면 캘빈 총이에요. 그걸 거꾸로 매고, 그러니께 인자 총 앞이 밑으로 가게 거꾸로 매고…. 나오니께 그마 불을 질러 버려요. 짚단에다 불을 써(붙여) 가지고 그마 몸채, 마구간 안 있습니까? 거(거기에) 불을 지르는 기라요.

콩나물 시루같이 빽빽한 교실
  그래 인자 동네 밖으로 나왔어요. 조금 있다 보니까 동네가 꽃밭이라요. 전부 불을 싹 다 지른 거라요. 그래 인자 한참 있응께네 (동네 사람들을) 전부 다 훑어 가지고 오는 기라요. 발길로 차고…. 그래 동네 앞에 논이 있습니다. 논이 있는데, 동네 사람을 인자 (논으로) 집합시킨 기라요. 군인들은 ‘여 모여 놓고 (동네 사람들을) 죽인다’ 그래 이런 말을 하는 기라요. 그래 어린 마음에 죽는 거보다는 피신을 하면 안 났겠나 싶어서…. 사람 모인데, 그 옆에 큰 돌이 섰어요. 요 사이에 사람 하나 들어갈 공간이 있어요. 공간이 있는데, 나는 거(거기)에만 들어가 웅크리고 앉았는 기라.
  그래 앉았는데, 연설을 해 싸코, 대략 10분 동안 군인이 연설을 하더만 그냥 데리고 내려가는 기라요. 신원학교로…. (저는) 거(거기) 쪼매 앉았는데, 다 내려갔거든요. 사람이 다 내려가고 없어요. 혼자 어디 갈까 싶어도 뭐 무서워서 가도 못하는 기고. 어둡긴 어둡고…. 지금 생각한께네 고때 시간이 한 일곱 시 정도 넘겨 됐나 싶어요. 그래 인자 할 수 없이 안내려갔습니까? 혼자서 내려갔어요. 길은 아는 길이고…. 그래 인자 내가 신태릉을 뛰어 내려 왔지. 소재지에서 한 약 4km 됩니다. 그래 한 2km 정도 내려가니까, 뒤에 가는 (마을) 사람이 하나씩 드문드문 내려오는 게 보여요. 군인들이 맨 뒤에 서고요. 군인들이 내 뒤로는 없었어요. 나는 혼자 떨어져 숨어 있다 내려오니까 내가 거(거기) 있는지는 모르는 기라요.
  그래 인자 내려오는데,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소변도 안 보고 싶는가베?” 이런 소리 하는 군인이 있어요. 그때 어른들이 지금 매로(처럼) 눈치만 있어도, 뭐 논두렁 밑에, 밭에 내려가면 (군인이) 아는가요? 소변보는 척하며 고마 어디로 넘어갔으면 사는 건데…. ‘설마 죽이겠나. 죄 없는 사람 죽이겠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 내려간 기라예.
  어디를 갔냐 하면, 교실로 전부 들여보내는 기라요. 그때 어머니가 중풍이 들어가지고. 그래 어머니도 와서 있는 기라요. 그 당시는 어머니가 어째 내려왔는지 물어볼 새도 없고…. 그날 밤을 거서(교실에서) 새우는데, 잠을 잘 수가 있습니까? 견뎠는데, 날이 샜어요. 날이 샜었는데, 군인이 하나 들어오더니만 ‘군인 가족 손을 들라’고 캐요. 손든 사람이 하나 둘도 아니고 여럿인데, 인자 ‘손을 들고 있으라’ 해요. ‘손 내리라 하기 전에는 내리지 말라’ 하고. 그래 한 사람씩 착착 빼내가지고…. 누가 군인을 갔는고? 친척에 군인을 간 사람이 있으면 누구 이름을 대야 알 거 아닙니까? 이름을 대고 확인을 하면 인자 딸린 식구들, 말하자면 세대주, (세대주에) 딸린 식구가 몇 명이면 그래 인자 확인을 해가지고 내보내고, 내보내고…. 손든 사람은 얼추 다 빠져나갔어요. 우리가 맨 뒤쪽에 있었거든요.
  
교실에 남은 사람 골로 갔다
  그래 인자 아버님이 손을 들고 있었는데, 인자 나한테는 사종됩니다. 그때 군대 가신 사종 형님이 두 분 계셨거든요. 그래 인자 이름을 대고 나왔는데, 우리 나오고 나서 우리 집에 왔던 그 어른이 손을 드는 기라요. 그 뒤에는 손드는 사람도 없어요. 우리는 인자 빠져나오는 기라요. 빠져나오는 순간에 군인이 하나, 지금으로 말하면 높은 사람인 모양이에요. 그 사람이 그래 “웬 군인 가족이 이렇게 자꾸 나와?” 이래 하면서 그 어른 나오고 나서는 고마 문을 닫아버렸어요. 인자 그 손들고 나온 사람은 ‘여 있으면 죽을 끼다’, 이런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그래 인자 학교 마당에 안 나왔습니까? 나오니까 우리 당고종 형님이 그때 이장질을 했어요. 지금으로 말하면, 이장질을 했는데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우리는 어째야 되노?” 이러니까 “저 아래로 내려가라(피난가라).” 하는 기라. 그래 인자 소재지 밑에 하상재리 라는 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자 안 내려갔습니까? 그래 인자 여럿이 내려가는데, 누가 “위에(교실에) 있는 사람 골로 갔다.” 이기라요. ‘골로 갔다’ 캐요. 옛날에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기라. 골로 간 게 뭐 인고. 우리 동네 일본 다녀온 아저씨가 한 분 계셨거든요. 그래 (골로 갔다는 게 일본 말인 줄 알고) “동상(동생), 골로 갔다는 게 무슨 말이고?” 이래 아버지가 물어보니까 “아이고, 형님 나도 무슨 말인고 모르겠싶니더.” 그러고 내려가는 길에 누가 “저기 있는 사람 다 죽었다.” 이러는 거예요. 그 소리 들으니 참 발이 안 떨어져요. 
  인자 저 밑에 내려가면 학교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학교에 사람들을) 집합을 시킨 기라요. 동네 분 한 분이 주먹밥을 해 가지고, 소금을 해가지고 간간하니 (주먹밥을) 뭉쳐와서 한 뭉치씩 주는 기라요. 인자 묵고 그래 있으니까 군인들이 “친척간이 있으면 그리 가라.”카는 기라요.
  그 노인 얘기 한 합디까? 우리 집에 온 그 노인…. 이웃으로 사니까 한 목으로 뭉쳐 다녔어요. 우리 친척간인 집으로 갔는데, 가서 밥을 얻어먹고 한 삼일을 그 집에서 살았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미안해서 있을 수도 없는 기라요. 그때 그 노인은 좀 잘 살았습니다. 우리는 좀 몬 살고…. 그 노인이 하는 말씀이 ‘오데(어디에) 방이 하나 있으면 거서 (거기서) 밥을 해 먹고 생활하자’고 (방을) 좀 알아보라…. (우리한테) 방을 한 칸 마련해 주는 기라요. 그 방이 길이가 한 넉자 정도밖에 안돼요. 말하자면, 한 평도 안 된다는 거 아입니까? 여기서 우리 형님이랑 어머니랑 나랑 아버지랑 그 집에 노인 내외분, 여섯이 거서(거기서) 그날 저녁에 생활을 하는데 뭐 쌀이 있나? 반찬이 있나, 냄비가 하나 있나? 그 노인이 좀 잘 사니까 돈을 좀 챙겼던 모양이라요. 그 돈을 가지고 쌀을 팔아 가지고 밥을 해서 우리는 아들이라고 형님하고 나하고는 조금 마이(많이) 주고, 어른들 네 분은 안 죽을 만큼 연명을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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