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거창군 살림, '새는 바가지' 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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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시선]거창군 살림, '새는 바가지' 면해야
  • 한들신문 논설위원회
  • 승인 2023.08.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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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이 올해 2월에 개장한 거창사과 융복합센터인 ‘G-애플(거창사과 푸드코트)’의 위·수탁 협약을 해지하고, 새로 수탁자를 모집해야 하거나 군 직영으로 전환하거나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또 거창군 축산물 브랜드 조성사업으로 보조금이 집행되어 설치된 거창애도니영농조합법인거창 애도니 브랜드육 직판장이 다른 업체에 임대되어 운영되는 상황인데 거창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보조금 사후관리 기간이 지나 직판장을 타 용도로 전용(용도변경, 양도, 교환, 대여 등) 하더라도 보조사업자로서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군 행정이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거창군이 진행하고 있는 위·수탁 사업 및 보조금 사업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 1)

  G-애플(거창사과 푸드코트)은 거창군이 거창의 대표 농산물인 사과 농업인의 소득 향상을 위해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융복합지구조성 공모사업을 통해 37억 원을 확보하여 지난해 말 준공하고 올해 개점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민간위탁공모 절차를 거쳐 농업회사법인 엉클팜이 수탁자로 선정되어 2025년 말까지 3년간의 위·수탁 업무가 지속될 예정이었지만 겨우 반년 만에 위·수탁 협약을 해지해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된 것이다.

  중도 해지의 사유가 수탁법인의 내부적인 문제들로 인한 것이지만 공모 심사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야 할 것이다. 새로 수탁자를 모집하거나 군 직영으로 전환하거나 하는 사이에 생기는 업무상의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며 그 과정에 발생하는 경제적인 비용들까지 고려하면 예산의 낭비까지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행정 누수’, 거창군의 행정 자체가 새어 버리는것이다.

  보조금 사업의 관리도 사업의 추진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결과를 평가하고, 평가의 결과를 새로운 사업의 추진 시 반영할 수 있도록 환류하는 기본적인 틀을 확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획과 결과의 대조 평가, 그리고 평가에 토대한 계획 수립으로 잇지 못한다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제자리걸음 행정은 불가피한 것이다. 결과는 제자리가 아닌 뒤처짐이다.

  함양의 상림공원은 통일신라시대 함양(천령)의 태수로 부임한 고운 최치원선생의 치산치수의 업적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후손들에게 대물림되는 귀중한 향도 자산으로 되고 있다. 함양군사의 추정대로라면 통일신라 말인 893년 이후 대관림(상림) 조성 사업이 있었으니 1130년 이전의 일이다. 애민하는 지방수령의 지혜가 천여 년의 세월을 넘어 후손의 소중한 자산으로까지 대물림되는 것을 거창의 행정일꾼들 새기기를 바란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라는 속담이 있다. 잘 알듯이 남의 덕에 분에 넘치는 호강을 할 때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지난 시절 원님 행차의 요란함에 힘입는 호강의 바람이 이 속담이 생겨난 배경이라면 이제 제대로 계획하고 평가하고 실행하는 행정의 덕분에 거창군민 모두가 나발을 부는 거창의 명품 행정을 기대해 본다. 천년 후까지 이어지는 큰 지혜는 아니더라도 반년만에 깨어지는 새는 바가지는 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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