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미등산기#18 히말라야의 청정지역 랑탕, 코사인쿤터를 가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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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미등산기#18 히말라야의 청정지역 랑탕, 코사인쿤터를 가다(5)
  • 한들신문
  • 승인 2023.09.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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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재성
1.코사인쿤더를 오르며 만난 최윤진의 추모비
1.코사인쿤더를 오르며 만난 최윤진의 추모비

트레킹 8째날 : 신곰파(3,250m)에서 코사인쿤더(4,380m)까지

오늘은 이번 트레킹 중 가장 전망이 뛰어난 능선 구간을 걷는 날입니다. 지금까지 랑탕 계곡에서 보았던 설산들을 이제 시야가 확 트인 능선에서 바라봅니다. 꿈만 같은 히말라야의 풍광들을 바라보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전경들을 마음속에 꼭꼭 심어두었습니다. 오후 1시경 가는 길에 돌무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In The Memory of Late Ms. Choi Yun Jin (Korea)> 한국 여성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사고를 당했을까? 길을 잃지는 않았을 테고 악천후나 저체온증, 아니면 심한 고소증이었을까?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또 올랐습니다.

2.다이닝룸에서 벌어진 노래대회
2.다이닝룸에서 벌어진 노래대회

8시간의 고된 트레킹 끝에 고개를 넘자, 말로만 듣던 커다란 호수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코사인쿤더 호수입니다. 이 호수에는 "물의 여신"이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호수에 내려가 발을 담근다든지, 씻는다든지 하면 몇 달 이내에 죽는다고 합니다. 코사인쿤더에 108개의 호수가 있다고 하니, 108 번뇌가 떠오릅니다. 이곳이 인도 갠지스강의 발원지여서 시즌이 되면 많은 힌두교도가 성지로 여겨 순례자들이 모인답니다.

저녁을 먹고 다이닝룸에 모였습니다. 날씨가 엄청 추워서 난로가 있는 다이닝룸에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사람들, 네팔 가이드와 포터 팀, 그리고 우리 일행 팀, 3파전의 노래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돌아가면서 자기 나라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끊기면 지는 것입니다. 국가의 명예가 걸렸습니다. 네팔 노래, 프랑스 노래, 한국 노래, 이렇게 계속해서 돌아갑니다. 네팔 사람들은 신명이 대단합니다. 노래가 끝이 없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노래를 이상하게 부릅니다. 꼭 프랑스어를 하듯이 부릅니다. 무슈앙 슈앙슈앙. 우리도 열심히 불렀습니다. 우리가 아는 온갖 노래를 다 불렀습니다. 아리랑에서 노들강변에 닐리리 만보등 민요에서 동요까지 온갖 노래들을 코리아의 명예를 걸고 불렀습니다. 네팔 사람들 1, 우리 2, 프랑스 3등으로 내심 판단했습니다.

3.라우레비나패스 고개
3.라우레비나패스 고개

코사인쿤더의 밤은 겁났습니다. 밤새도록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바람은 집 전체를 날릴 듯하였습니다. 집하고 같이 히말라야 산꼭대기로 날려가지는 않을까? 집 전체가 흔들흔들하였습니다. 밤새도록 불안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침실바닥은 바닥이 송판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바닥은 공중에 붕 떠 있습니다. 바닥 틈새로 밤새도록 황소바람이 들어왔습니다. 조대장의 온도계로 보니 방 안 온도가 영하 12도였다고 합니다.

 

4.타레파티 롯지를 지키고 있는 13세 아이
4.타레파티 롯지를 지키고 있는 13세 아이

트레킹 9째날 : 코사인쿤더(4,380m)-라우레비나 패스(4,610m)-타데파티(3,690m) 오늘은 오전 7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에 출발했습니다. 오늘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기온이 낮아 영하 20도인데 칼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는 넘을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호수를 지나 이번 트레킹 중 가장 높은 고개인 라우레비나 패스(4,610m)를 지나야 합니다. 드디어 한 시간여만인 8시가 좀 넘어서 라우레비나 패스에 올랐습니다. 감회가 컸습니다. 날씨가 차갑습니다. 얼음과 같은 칼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너무 추워서 오래 머물 수가 없습니다. 기념 촬영을 하고 곧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산 길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있는 가파른 돌길이어서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했습니다.

 

12시경 페디(3,730m)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망이 끝내줍니다. 계속 내리막길로만 되어 있는 줄 알았더니 또 큰 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이제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넘어 곱테(3,430m)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본래 이곳에서 숙박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가이드는 내일 일정이 너무 빡세다며 오늘 타레파티까지 가자고 했습니다. 이제 지쳤습니다. 타레파티까지는 여기서 고도 260m를 올려야 합니다. 오늘의 목적지 타레파티에 도착한 것은 곱테에서 두어 시간 지난 어둠이 내려앉는 6시경이었습니다. 오늘 총 11시간을 걸었습니다. 산에서 맞는 10일째 밤. 타레파티(Tharepati 3,690m) 롯지입니다. 그런데 이 롯지에는 어른은 아무도 없고, 어린아이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첩첩산중 히말라야 깊은 산 속에 어린아이 혼자 있다니! 나이를 물어보니 13,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합니다. 이 아이가 롯지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유인즉 겨울은 트레킹 시즌이 아니라 주인은 산에서 내려가고 머슴인 어린아이 혼자만 남겨놨다는 것입니다. 이 어린아이가 롯지를 관리하고 과자도 팔고 술도 팔고 주방을 관리하고 다이닝룸 난로도 피우고 청소도 한다고 합니다. 역시 네팔 어린이들은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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