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마음마저 풍성한 명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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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마음마저 풍성한 명절이었습니다
  • 한들신문
  • 승인 2023.11.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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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생활재활교사 정진호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제가 일하는 월평빌라가 품고 있는 생각입니다. 복지요결이라는 책을 공부하고 교과서로 삼아 모든 동료가 공유하는 생각입니다. 이 뜻으로 말미암아 저마다 지원하는 입주자의 상황과 일에 맞추어 실제 삶으로 풀어냅니다. 같은 머리에서 비롯한 생각을 각자 손과 발을 움직여 이루는 것이지요. 매 순간 실감하기는 어려워도 종종 깨달을 때면 몸에 전율이 이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도 월평빌라 입주자와 동료는 거창 어디선가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한다는 뜻을 이루려 애쓰고 있을 테니까요. 그 가운데 나도 일부가 되어 함께일 테니까요.

  이렇게 일하려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학교에서는 현장 체험 학습과 수학여행, ‘신앙에서 헌금, 심방, 수련회와 전도회 활동, ‘직장에서 월급, 휴가, 명절 선물, ‘취미에서 회비, 회원전, 단체복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에서는 생일과 명절 같은 대소사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 없다고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고, 어디에 있다고 다른 데 속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은 따름입니다.

  얼마 전, ‘명절이 있었지요. 추석이었습니다.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기에 지원하는 입주자를 잘 도우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바가 아주 컸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그 일을 나누려 합니다.

  제가 지원하는 입주자는 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추석 맞아 다른 지역에 사는 부모님에게 선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외박하며 가족들과 함께할 주말을 약속했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명절을 챙기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몇 해를 지원했지만, 명절에 맞추어 가족에게 인사하도록 도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진작 했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이번에 마음먹은 데 이유가 있습니다. 나이 때문이었습니다. 몇 해 전, 월평빌라로 이사 왔을 때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중학교 3학년, 중학생이라면 이런 날에 부모님에게 먼저 안부 물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준비한 추석 선물을 챙겨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물론 당사자가 함께였고요. 당사자 일이니, 당사자가 함께하는 게 중요했고, 저는 어디까지나 돕는 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마음 담아 적은 편지까지 꼼꼼히 소포 상자에 담아 포장했습니다. 거드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누구보다 당사자 자신이 뿌듯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명절을 맞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이제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며칠 후, 부모님에게 택배가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일로 가족이 함께하는 주말을 서로 기다리며 더욱 의미 있게 보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명절 연휴에 다다랐을 때는 그 입주자가 다니는 교회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하도록 도왔습니다. 평소 주일마다 예배드리러 오가는 길, 교회에서 돕는 손이 많습니다. 누구 한 분 빼놓기 어렵습니다. 평소 마음에 담아 두었던 감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했습니다. 이때도 느낀 바가 컸습니다. 그동안 교회 분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찾아다니니 한 분 한 분이 더욱 생생히 느껴졌습니다. 그날 돌아와 만난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까 과업의 배경이 사람으로 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름을 달고 진짜 그 사람으로 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 여기서 일하시는구나’, ‘! 이분들이 가족이었구나’, ‘일에 이렇게 적용해 보면 되겠다하면서요. 우리가 글을 쓰거나 누구 앞에서 말하는 것도 다 실천에 근거한 거잖아요. 그래서 그 실천이라는 게, 사회사업이라는 게 사회사업가에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에는 거기에 얼마쯤 갈증이 있었거든요. 오늘은 내가 그 일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왜 의미 있었는지’, ‘뭐가 고마웠는지같은 잊고 있던 기억이 살아나더라고요.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어요. 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추석,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일의 의미와 재미를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마음마저 풍성한 명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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