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감사를 감사로, 감사가 감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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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감사를 감사로, 감사가 감사로
  • 한들신문
  • 승인 2023.07.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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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생활재활교사 정진호

'선생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출근길에 준비한 간식 위에 포스트잇을 붙입니다. 5분만 더 자려는 게으름으로 11초가 아쉬운 아침에 이 간식을 사려고 얼마나 분주했는지요. 결국 모두 자기 탓이라 푸념할밖에요. 편의점에도 들렀고, 지각하지 않고 출근했으니 조급한 것도 없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직장에서 우리 팀 상반기 정합성 평가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상반기,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다는 우리 일에 정합하게 일했는지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월평빌라에서 평가는 축제라고 하는데요. 연말 평가회에서는 월평빌라 사회사업가가 저마다 한 해 동안 입주자를 지원하며 기록한 글을 엮어 책으로 냅니다.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자기 일을 동료 앞에서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그러니 평가는 축제라 할 만하겠지요? 상반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반년, 자기 실천을 소개하고 동료의 실천에서 뜻을 밝혀 지지와 격려를 나눕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저마다 동료에게 하는 말 가운데 감사, 감사, 감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듣는 감사, 내가 말하는 감사, 동료가 듣는 감사, 동료가 말하는 감사.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좋은 말을 건네고 좋은 말을 들으며 살고 있구나비단 어제 평가회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쩌다 하루,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그 하루와 한 번이 거듭되는 것을 알고 실감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 그런 생각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하늘을 세 번 볼 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네요. 누구는 다섯 번이라 하기도 하고요. 운전하던 어느 날, 또 깨닫고 말았습니다. 하늘이 참 예쁘다고요. 생각해 보니, 거창에서는 맑은 날엔 화창한 풍경을, 흐린 날에 침침한 정서를, 비 내리는 날엔 그리움과 적적한 마음을 온전히 느끼며 살게 되더라고요.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보리차 색 햇살과 진한 오렌지색 햇볕을 구분하게 되고요. 매일 다른 하늘을 보며 살고 있더라고요. 역시 감사,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상 중에 깨달음은 단박에 찾아오는 것인가 봅니다. ! 그래서 깨닫는다고 하는가요? 깨달음을 깨닫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깨달았다고 해서, 감사에 감사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해서 매 순간 내가 쓴 글처럼, 꺼낸 말처럼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고 겸허히 인정합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고, 출근은 힘들고, 계획한 일정과 다가오는 약속은 버겁습니다. 그럴 때가 많습니다. 동료와 나누는 인사말에 온정이 없고, 표정은 무뚝뚝합니다. 자주 오인하고 오판하고 오해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문득 깨닫습니다. 동료의 말 한마디에, 나를 위해 건넨 손길 하나에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얼굴이 달아오른 때가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아야겠다, 너그러이 생각해야겠다, 진심이 담겨 있음을 기억해야지다시 결심합니다. 그런데 같은 실수는 언젠가 다시 되풀이되고 말겠지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새 마음을 언제고 다시 먹으려는 자신의 태도일 테니까요. 나아가려는 결심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일 테니까요.

오늘 아침, 선생님 두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어렵게 산 간식을 전했습니다. 한 분은 지나가며 말했고, 한 분은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잘 먹겠다고, 고맙다고 하시네요. 감사를 감사로 전하고 감사가 감사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또 감사, 감사네요.

 

<사랑한다는 말은>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 가시덤불 속에 핀 /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 무수한 별들을 / 한꺼번에 쏟아내는 /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 훤히 얼굴이 빛나고 / 절망 속에서도 / 키가 크는 / 한마디의 말 / 얼마나 놀랍고도 / 황홀한 고백인가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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