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글을 쓰며 산다는 것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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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글을 쓰며 산다는 것3
  • 한들신문
  • 승인 2023.11.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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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소설가)
▲2004년 음반 출처 : 네이버
▲2004년 음반 출처 : 네이버

프랑스의 예술가들이 누리는 혜택은 정부의 시혜나 사회적 관용의 결과가 아니다. 예술가 스스로 싸워서 따낸 권리이다. 사회가 예술을 필요로 한다면, 예술가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스템으로 보상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 결과이다. ‘앵테르미탕이 없다면 야기될 사회적 손실을 여러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이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설득했다. 그 결과 프랑스 국민의 80%가 이 제도에 찬성할 정도로 지지를 받았다. 재정 부담 등 여러 악조건에도 앵테르미탕이 유지되는 것은 사회 전체가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도, 정부가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자체도 경제 위기와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축제를 줄이면서 각종 공연이 자취를 감췄고, 예술가들 또한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14년엔 문화를 위한 행진같은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 결과 2016년에 문화 예산이 소폭 늘어나고 일부 후퇴했던 앵테르미탕제도의 혜택이 원상복귀되었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파업이나 노조 활동에 관대했던 시민정신도 점차 줄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예술이 지닌 가치를 믿고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11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다.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증진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창작활동이 고용보험을 통해 보호되어야 하는 노동으로 인정한 제도적 변화인 셈이다. 이는 일명 최고은법이라고도 부른다. 20111, 시나리오 작가이자 조연출인 최고은이 생활고로 사망하자 이 사건을 계기로 20111117, 이 법이 제정되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젊은 예술가의 죽음은 예술가의 가난은 선택이라는, 예술인에 대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최고은 이전에도 이미 많은 예술인의 죽음이 있었다. 2003년 조각가 구본주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가해자 측의 보험사는 구본주가 지속적인 수입과 고정된 직업이 없었다는 이유로 도시 일용노동자의 노임을 기준으로 보상액을 책정했다. 구본주가 많은 작품을 판매하고 전시한 중견 작가였음에도, 보험회사는 상시성과 지속 수입의 관점으로 예술노동의 특수성을 무시했다.

  ‘달빛 요정 역전 만루홈런이라는 이름으로 <절룩거리네>라는 곡을 발표한 인디음악인 이진원은, 싸이월드가 커뮤니티 서비스로 인기를 끌던 시기, ‘음원 사용료를 도토리로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 <도토리>를 발표했다. 그가 2010년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왜 예술인이 노동한 대가를 현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지불하는가?”라는 질문이 사회에 던져졌다. 그 과정에서 소위 예술은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 대가를 받는 것은 예술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게, 사회적 통념임이 전면에 드러났다.

  최고은과 구본주, 이진원 등 예술가의 죽음은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삶과, 예술에 대한 직업으로서의 사회적 인정, 노동으로서 창작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쟁점을 드러냈다. 예술인 복지정책은 이처럼 예술인들의 죽음과 사회적 쟁점화, 그리고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예술인들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사회정책이다.

  이 법의 제2조 제2목에 따르면,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예술인에 대한 정의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예술 직종을 400개로 나누고 이 가운데 223종의 직업에 대해 사회복지 혜택을 준다. 독일의 예술인 사회보험법은 예술가가 사회보험 보험료의 50%만 부담하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장기요양보험이 의무 적용되며, 가입 대상 여부는 예술인사회금고에서 결정한다. 예술인사회금고에서 작성한 예술인목록을 보면 카니발에서 우스꽝스러운 연설을 하는 사람, 소리 제작자, 인형극 연기자, 퀴즈 방송 진행자, 문학작품 낭독자 등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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