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글을 쓰며 산다는 것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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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글을 쓰며 산다는 것4
  • 한들신문
  • 승인 2023.12.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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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소설가)
▲삽화 : ‘그 해 겨울’박혜리(한국미술협회 회원)
▲삽화 : ‘그 해 겨울’ 박혜리(한국미술협회 회원)

우리나라의 경우, 문학ㆍ미술ㆍ음악ㆍ국악ㆍ무용ㆍ연극ㆍ영화ㆍ연예, 기술지원 분야에 따라 실적 기준이 정해져 있다. 문학 분야는 최근 5년 동안 5편 이상의 작품ㆍ비평을 문예지에 발표하거나 1권 이상의 작품집을 출판한 사람 등이 그 기준에 해당한다. 예술인으로 인정되면 절차를 거쳐 창작자금을 지원받고 산재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예술인은 단속적(斷續的) 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한동안 예술인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예술인에서 제외된다. 지원이 절실해도 혜택에서 배제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하는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예술직은 시간이 갈수록 자유 전문직과 정규 고용직은 줄어들고, 무직과 은퇴, 임시고용직이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예술의 길을 선택한 예술인에게 경제적인 보상은 보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암묵적 분위기가 작용해 왔다. 작업 과정에서 예술인 스스로 느끼는 감정적 보상과 예술인이라는 지위로부터 오는 추상적 보상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예술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비용 지급을 요구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왔다. 예술 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할 예술기관과 예술가 모두가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던 것이다.

  예술인복지에 대한 요구는 오래된 주제이다. 예술노동은 노동 자체가 부가가치 등의 이윤을 바로 만들어 내지 않기 때문에, 대가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근로개념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일종의 선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근로하지 않는 이로 여겨지면서 법적 사회보장과 복지제도에서 배제하는 것을 당연시해 왔다. 그래서 예술인 복지에 대한 요구는 단편적인 경제적 요인으로 한정하지 않고 예술인이 처한 복합적인 상황에 대한 개선으로 봐야 한다.

  지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사태에 이르는 동안, ‘예술인 복지법은 문화예술계의 안전한 사회안전망이 되지 못했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쾌거로,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인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형 앵테르미탕제도 도입이 정치적 공약으로 나왔고, 마침내 20206고용보험법12고용보험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예술인과 예술인 사업장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실직 예술인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사업주가 예술인과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체결한 후 대상 예술인을 근로복지공단에 피보험자로 신고하면 예술인고용보험 가입이 된다. 일부에서는 이런 변화를 예술인에 대한 특혜로 언급하며,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데 왜 예술인에 대해서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지 묻기도 한다. 스스로 예술의 길을 선택해 놓고 왜 국가 지원을 바라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영혼이 피폐해질 때마다 문화예술에 기대어 왔다. 또한 ‘BTS’기생충은 문화 콘텐츠가 국가 위상을 높이는 초강력 무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가난한 예술가를 위해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은 단순한 포퓰리즘이 아닌 예술 강국을 위한 투자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사각지대를 줄이면서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지가 과제이다.

 

  시골의 조그마한 문학단체에 소속된 나는, 회원들과 함께 글을 모아 자그마한 책 하나를 만들어 보려고 서류를 만드느라 매년 몸살을 앓는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은 항상 지원금 단체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서툴고 짜증 나고 아무런 성취감도 느낄 수 없는 신청서를 만드느라 머리에 쥐가 난다. 그리고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덕분에 나의 문학적 상상력은 늘 잠시 유보되곤 한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가야 하는 전업 작가란 생명유지를 위해 자본이 건네준 몇 푼의 먹이를 쪼아먹는 닭에 불과하다고 박민규 소설가가 말했던가. -중략- 꿋꿋하게 솟아오른 그림 속의 산죽처럼 예술은 부조리한 삶 위에 피어난 감동의 꽃이다.”(홍혜문, ‘비루한 현실 위에 피어난 예술의 가치-지난 계절의 소설 다시 읽기’, 경남문학, 가을호(통권 144), 2023.9.106~107. (박혜원, 단편소설 <작품비>에 대한 평)) 발췌.

  많은 예술가들은 여전히 배고프고 가는 길이 험난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내면을 예술로 승화하는 길을 걸어간다. 그리하여 산죽처럼 시린 눈 속에서도 푸르게 솟아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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