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랑’
상태바
‘여전히 사랑’
  • 한들신문
  • 승인 2023.12.06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평빌라 생활재활교사 신은혜

올해를 시작하며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 새 마음으로를 읽었습니다.

새 마음을 먹는 거지. 자꾸자꾸 새 마음으로 하는 거야. 크는 단계에서는 식물이나 동물이나 똑같아요. 모든 것을 사랑으로, 사랑으로 키워야 돼. 스트레스도 잠깐만 받고 금세 잊어버리고 자꾸 새 출발 해야 해’-‘새 마음으로중에서.

이런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자꾸자꾸 새 마음을 먹어야지, 사랑으로 바라봐야지마음처럼 되었던 날도, 그렇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새 마음을 먹기로 한 것조차 잊어버릴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은 덕분인지 올해 어느때 보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싶어요. 마치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누군가 알기라도 한 것처럼, 또 어쩌면 그렇게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저에게 사랑이란 화두를 던져 주었답니다.

 

곁을 내어 주는 일

  저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대학생 몇 명과 실습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때, 한 학생이 우리 시설로 실습하러 오면서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대요. 각자 다른 곳에서 실습하고 언젠가 만나게 되면, 서로 배운 사랑의 모양을 나누자고요. 그 학생은 실습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의문을 품었어요. 자신이 하는 일이 장애인 당사자가 어떤 일을 스스로 하고, 자기 일로 여기도록 돕는 일인데, 그러다 보니 때로는 그 학생이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묻고, 할 줄 아는 것도 해 달라 부탁하게 될 때가 있대요. 그런데 이게 진정성 있는 행동일까 싶어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아는 것도 때로는 모르는 척 묻고, 할 줄 아는 것도 부탁하는 것. 그래서 그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고 알아가려고 하는 것, 그리고 이로써 그 사람을 세워 주고 싶은 것. 그런 행동과 마음이 서로가 서로에게 곁을 내어 주는 일, 사랑이 아닐까 하고요.

 

일을 사랑하지 말고 사랑이 일하게 하라

  일 년 중 어느 때, 어느 시기가 되면 일 성수기를 맞이하게 되죠. 그때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일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내가 잘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일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일에서 마음이 멀어지게 되거나 소홀해질 때가 있어요. 제가 만나는 장애인 당사자분들을 홀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참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때 박노해 작가의 걷는 독서에서 이 문장을 봤어요. ‘일을 사랑하지 말고 사랑이 일하게 하라제가 하는 일은 바른 시선, 또 제가 만나는 분들을 예와 성으로 대하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에요. 돌이켜보면 제가 좋은 마음과 바른 시선을 지녔을 때 자연스레 당사자를 대하는 것도, 제가 한 일을 글로 풀어내는 일도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의 방향, 사랑의 대상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기대하고 싶은 사람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런 글을 봤어요. 사람에게 외로움과 우울증이 오는 이유는, 누구도 나를 돌보지 않아서가 아니래요. 내가 기대했던 사람이 나를 돌보지 않고, 신경 써 주지 않을 때 외로움과 우울증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나를 돌보고 신경 써 주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지만, ‘가 될 수도 있다고요. 내가 나를 돌보지 않고 신경 써 주지 않을 때, 생활이 잘 유지되지 않고, 그래서 외롭고 우울해질 수도 있다고요. 내가 나를 잘 돌보는 것, 나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더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관계, 내 생활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또 나는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가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는 일, 삶을 사랑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해요. 올해 새 마음으로, 사랑으로 한 해를 보내기로 했는데요, 사랑의 여러 모양을 생각하고 배우며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언제나 여전히 사랑이라는 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