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원과 교육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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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억 원과 교육도시
  • 한들신문
  • 승인 2020.11.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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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신용균

거창군이 근 900억 원을 교육에 투자한단다. 환영한다. 그러나 방법이 틀렸다. 소위 거창군 복합교육센터를 짓겠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랜드마크. 높이 10층짜리 건물을, 그것도 죽전 만당에 세운단다. 높은 건물 하나를 세운다고 교육도시가 될까? 마가 끼지 않고는 그런 발상이 나오기 힘들다. 방향을 바꾸어 그 돈을 제대로 쓴다면, ‘교육도시 거창은 가능하다.

거창은 교육도시가 되기에 딱 맞다. 세계적인 교육도시인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보라. 둘 다 런던에서 북쪽으로 100떨어진 조용한 농촌, 그 사이로 작은 강이 흐르고, 거창읍보다 작은 공간에 대학이 즐비하다. 도시 전체가 대학이자 민가고 상가다. 교육도시란 그런 곳이다.

애초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시작했다. 12세기, 그러니까 지금부터 800여 년 전,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과 프랑스의 파리 대학에 밀렸던 영국의 학자와 학생들이 학교 조합을 만들어 이 작은 시골에 자리 잡았다. 거기에 영국 왕실이 재정을 지원했다. 인재들이 몰려들었고, 뛰어난 학자가 배출되었다.

거창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거창은 이미 교육도시로 이름났다. 행정이 한 일이 아니다. 1세기 전부터 뜻있는 분들이 학교를 세웠고, 열정을 쏟았으며, 인재가 배출된 결과다. 주마가편이라고 했다. 여기에 900억 원을 투자한다면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영국 왕실이 그랬듯이 말이다. 아이디어는 많다.

거창을 대학도시로 만들고 싶은가? 간단하다. 도립 거창대학교에 1천억 원을 기부하라. 지금 거창대학은 교수와 학생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1천억 원으로, 실력 있는 교수를 초빙하고, 전망 있는 학과를 개설하며, 새로운 교육방법을 적용하고, 장학금을 제공하면, 전국에서 인재가 몰려올 것이다. 이미 춘천의 한림대학교와 포항의 한동대학교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거창대학에 공공 의대 개설을 추진해도 좋다.

고등학교를 키우고 싶은가? 학생들에게 투자하면 된다. 강원도 화천의 사례를 보라. 화천군은 인구가 겨우 25천이다. 5명 가운데 1명은 노인이다. 2018년부터 화천군 소재 고등학교 출신 대학생에게 대학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를 지급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곧 고등학생의 숫자가 중학교 졸업생의 숫자를 추월했다. 말 그대로 농촌 유토피아가 되고 있다. 좋은 군수 1명이 지역을 이렇게 바꿔낼 수도 있다. 여기에 드는 10년간의 예산 계획은 2500억이다. 거창군이라고 못할 바 아니다.

초중학교를 키우고자 하는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거창군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정책은 없다. 어린이들이 뛰노는 거창은 우리 모두의 꿈이다. 방법이 있다. 가까이 함양군 서하초등학교처럼 하면 된다. 주거지와 교육 조건을 만들어주라. 그러면 자연에서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젊은 부부들이 줄지어 거창으로 올 것이다.

우리가 먼저 할 일이 있다. ‘교육도시 기획단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에게 그런 경험이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일이다. 거창의 인사들이 모여, 거창에 중등학교를 유치하고자 20여 년간 노력했고, 그 결과 정규 중등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 그것이 현재 아림고등학교와 거창중학교의 전신이자, 거창대학교의 터전이다. , 주의할 것이 있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자들을 처음부터 분명하게 배제해야 한다. 그런 자들이 단 한 명만 들어와도, 배는 산으로 갈 것이다. ‘랜드마크를 세우자느니 하는 엉뚱한 언사를 일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창군 복합교육센터를 건립한다면, 그것은 거창을 교육도시로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재앙이 될 것이다. 거기에 입주한다는 도서관, 공연장, 교육센터 등은 이미 한마음도서관, 거창문화센터, 거창청소년수련관, 거창문화의 집, 각종 복지 공간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10층짜리 건물은 랜드마크가 되기보다는 거창읍의 스카이라인을 망치는 흉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 게다가 운영하는 데 매년 15억 원의 적자가 난다고 한다. 결국, 이 건물은 900억 원의 군 재정을 낭비하고, 장차 허물지도 운영하지도 못하는 거창의 계륵이 될 것이다. 거창군수가 이 계획을 계속 추진한다면, 우리는 거창군에 지방세를 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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