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인터뷰]"청년농뷰"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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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찾아가는 인터뷰]"청년농뷰" 두 번째 이야기
  • 백종숙 이사장
  • 승인 2021.04.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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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백종숙

※이사장의 인터뷰는 거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청년농뷰> 팀을 두 번째 만났다. 지역에서 청년으로, 농부로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박창환은 함양에서 산업기능 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고 있어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고, 조성민은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세 명 청년의 농사 이야기를 싣는다.


정수용(30세, 영농 7년 차)의 거창살이와 사과 농사 이야기

그는 게임에 관심이 많아 게임 비제이가 되고 싶었다. 무엇이든 뛰어들어 열정을 쏟아내는 성격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청년 농부를 소개하고, 청년 농사꾼이 어떻게 즐겁게 일하며 노는지를 유튜브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군대를 갔다 와서 방황하다 농사로 진로를 정한 후, 과감하게 마산에서 고제면 용초로 귀농하였다. 23살 젊은 나이의 귀농을 그때는 불나방이었어요. 멋모르고 즐거웠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첫 수확부터 하늘의 운으로 사과가 잘 돼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여자 친구에게 “‘니 일 안 해도 되니까 같이 농사짓고 살자고 했다가 보기 좋게 차였어요. 여자 친구도 자기 꿈이 있을 거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습니다.”라고 했다.

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가, 마산에 일을 접고 부모님이 자식 때문에 들어오셔서 농사를 같이 지어요. 가족애란 게 그런 같아요.” 그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5,400평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가 접근성을 어렵게 보는데 공부만 철저하게 하고, 시장조사도 하고, 내가 한해 잘 지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계속 배워나가면 기후 문제 이런 것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꽃을 따는 시기나 열매를 솎을 시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하지만 농촌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놉이라고 하는데 인근 마을 아주머니나 용역업체를 통해 사람을 구한다. 일꾼은 2~3주나 한 달 전에 예약하고, 인건비는 평균 하루 8만 원에서 9만 원이다. 한번 작업할 때 인부는 20명에서 10명 정도로 꽃을 따거나 열매를 솎을 때 인건비만 천만 원이 든다고 하였다.

그는 사과 농사에 관한 한 베테랑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제서 사과 농사를 짓는 사과 마이스터 김병철씨를 교수님이라 부르며, 사과농사를 배운다. ‘사과 농사를 정말 잘 짓고, 사과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박사가 주위에 있는 것도 인복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스스로 배워가면서 할 수 있지만, 판매나 홍보 부분은 혼자 개척하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그가 농사지은 사과는 안동으로 출하한다. 거창에 로컬 매장이 있지만, 원하는 가격을 받기 위해 안동 공판장으로 보낸다. 거창 사과가 안동 사과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거창에서 제값으로 다 받아주면 굳이 안동으로 갈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거창에는 지역별로 사과 영농 조합이 있고 조합별로 사과 브랜드가 있다. 조합을 결성해서 조합별로 판로를 개척하거나 개인이 판로를 개척하고 있어 거창 사과는 전국 공판장으로 나가, ‘안동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 사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과 농사를 지으며, 거창에 대해 알아가고, 거창을 사랑하게 된 그에게 농사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일’,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유위현(27세, 영농 2년 차) 토마토 농사 이야기

어릴 때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별다른 꿈이 없었다고 했다. 공부에 취미가 없어 대학은 가기 싫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하고 제대를 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해발 600m, 웅양면 진마루에서 시설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토마토 재배 기술을 배우면서 일을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경남 농업마이스터대학 토마토 마이스터 1출신이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농사와 다른 방식을 아버지께 제안하였다. 아버지의 농사법은 땅에 토마토를 심어서 재배하는 방식이었으나 위현 씨는 스마트팜을 도입한 양액재배(養液栽培)인 새로운 농사법을 도입하고 싶었다. 양액재배는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수용액으로 만들어 작물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양액기를 설치하고 시설 온실을 세우기 때문에 초기의 시설설비 투자비가 많이 든다. 시설비용은 아버지 돈과 자신이 군 생활(부사관)로 벌어놓은 돈을 모아 투자하였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설 온실은 아버지와 함께 손수 지었다. 그의 아버지가 “10년 후면 네 것이 될 텐데 내가 손해다.”라고 하셨다는 말에 옆에 있던 원규 씨는 앞에 10년 어떡할 거냐, 너는 10년은 공으로 일하는데, 그것도 말씀드리지 그랬냐며 거들어 모두 박장대소했다.

유위현의 단단토마토
유위현의 단단토마토

 

토마토 양액 재배 기술은 무엇보다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당주의가 통하지 않는다. 하우스 안의 적정한 온도와 환기, 병해충 관리 등 식물재배에 필요한 대부분 요소를 인위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식물 생리와 양액 관리에 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노하우와 자신의 공부로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의 토마토 이름은 단단토마토이다. 출하된 상품은 대부분 대구 중앙청과로 가고, 나머지는 거창푸드에 낸다. 한번 출하될 때 5kg 박스가 250~300개 정도 나간다. 한해에 그가 출하하는 단단토마토는 100톤가량이다. 5월에 수확을 시작해서 11월 말이면 끝난다. 사과 농사를 짓는 친구들은 사과 농사와 비교해 수확 철이 길다며 돈이 들어오니까 좋아해야 되나, 싫어해야 되나라고 물었다. “일은 힘들어도 재미있다(돈이 들어오니까).”라고 대답하였다. 출하 시기에 일손이 부족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토마토 따는 일은 부모님과 자신이 한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일꾼들이 따면 토마토를 막 다루니까, 던지기도 하고 그러니까 상처가 생기면 안 되니까 직접 따죠.” 농촌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 수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았다. 가축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외국인 부부가 와서 일하기를 바란다.

그는 거창읍에 살고 있다. 작업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한다. 성인이 된 후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다가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가 불편하다고 하였다.

부모님도 출퇴근하는 것에 찬성하였다. 그는 퇴근 후에 친구도 만나고 헬스클럽도 다니며 일과 여가생활을 한다.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최원규(29, 영농 4년 차사과 농사 이야기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하고, 영농 1, 2년 차에 한창 수익을 낼 나무들이 냉해를 입어서 예상했던 수확량이 반 토막이 났어요.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은 했으나 냉해는 넣지 않아서 몹시 상심이 컸죠. 그때는 이 길이 맞나 고민했었죠.” 그는 처음 농사 시작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작년에도 웅양과 고제는 우박피해가 있었지만, 사과 농사 3년 만에 예상했던 수입을 올렸다고 하였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냉해 피해로 인건비가 나가지 않았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적과 할 때 인건비가 들어갔다고 하였다.

그는 혼자 지을 수 있을 만큼의 농사(1,500)를 하고 있다. 정일근 시인의 거창 사과를 받고라는 시의 배경은 바로 그의 아버지의 사과이다. 최원규 씨는 그 시를 읽고 맛있는 사과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농법처럼 석회브로도액을 이용해서 저농약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농민생산자로 한살림에 사과를 납품하고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도농 교류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는데 소비자들이 맛있는 사과를 생산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코로나로 생산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거창읍에서 웅양에 있는 농장으로 출퇴근을 한다. 혼자 사는 이유를 물었더니 직장 상사랑 한집에서 사는 것은 스트레스받는 일이다.”라고 유쾌하게 대답하였다. 부모님이 오랜 농사를 지어온 직장 상사이다. 직장에서 부모님 잔소리는 그가 배워야 할 부분이니 흔쾌히 받아들인다. 부모님 사과밭과 그의 사과밭은 분리되어 있고, 일하는 시간도 각자 알아서 한다. 부모님의 경험은 받아들이지만, 자신이 공부해 온 분야이니 자신의 방식대로 농사를 짓는다. 부모님이 잘하는 분야가 있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어 일할 때 서로 상부상조하기도 한다. 부모님 밭에서 나온 사과즙은 본인이 판매한다.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강화로 사과즙을 판매하는 방식도 바꾸었다. 새로운 방식은 단가가 올라 기존보다 판매량은 줄었다. 그는 사과즙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꽃담농원 건강한 사과즙을 올리고 홍보하고 판매에 힘쓰고 있다.

농수산대학 동기, 4-H 활동으로 알게 된 동생, 형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잘 놀아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청년농뷰> 활동을 계획하며 한 해 농사를 준비 중이다.


청년농부들은 농촌 일손 부족에 대한 고민, 농산물 판매와 홍보, 정부의 영농후계자지원사업 문제, 청년 농부의 연애와 결혼, 거창지역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청년들과 함께 하는 거창은 분명 희망이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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