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한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 마치는 대로 우리 기관으로 곧장 올 때가 많다. 우리 기관에는 방과 후에 정규 수업보다 더 일찍 오는 아이들이 꽤 많은데, 연령대도 다양하다. 같은 학년별로 놀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 6학년이지만 저학년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들도 있고, 중학생이지만 유치원생들과 노는 아이들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기관이 아이들 스스로 심리적 연령대를 찾아서 심리적 또래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심리적 연령대를 맞춰서 놀 때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우리 주변을 유심히 돌아보면, 어떤 아이는 같은 나이의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어떤 아이들은 같은 학년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나이가 같다고 놀이 수준이 다 같을 수는 없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한 반에 모여 있을 수밖에 없는 일반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심리적 연령대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10단계 부모들은 할 일이 많다. 아이들의 연령대를 맞추어서 행복감을 느끼면서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요즘 우리 기관 아이들 사이에서 탁구 치는 것이 유행이다. 방과 후 탁구 교실은 인기가 높아 들어가기가 어렵고 거창 스포츠파크에 있는 탁구장은 만원일 때가 많다. 처음에는 책상을 두 개 붙여서 탁구대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국제규격 탁구대를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좁은 공간에 책상도 있어야 하고 탁구도 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탁구를 안 칠 때는 책상으로 이용하려고 목공소에서 사이즈에 맞게 합판을 잘라 세 개의 판을 붙였다. 우리 기관 아이들의 탁구 실력이 날로 늘어갔다.
탁구를 유독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또래들보다 월등하게 탁구를 잘 친다. 같은 학년 아이들과의 탁구 대결에서는 진 적이 없을 정도로 탁구에 재능이 있다. 또래들과의 탁구 대결은 시시해한다. 이 아이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인 형이 있다. 형은 2학년 동생에게 진 적이 거의 없다. 형은 동생과 탁구 치는 것을 시시하게 여긴다. 주말에 시간이 많을 때면 동생은 형에게 탁구를 같이 치자고 조른다. 조르다 보면 둘은 종종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우리 기관에는 앞에서 말한 초등학교 2학년 동생과 탁구 치는 것을 즐기는 중1 학생이 있는데, 이 중1 학생은 2학년 동생과 몇 시간씩 탁구를 치기도 한다. 이기는 횟수를 보면, 반반 정도로 막상막하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부모가 아이들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중1인 아이와 탁구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주면 일은 간단해진다. 물론,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시간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 둘이 만나서 탁구를 치게 되면, 아이들은 심심함을 달랠 수 있고 부모들은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편해진다.
탁구의 실력에 따라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심리적 친구가 있을 수 있다. 반드시 같은 연령대의 놀이 집단을 형성할 필요는 없다. 10단계 부모들은 자녀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줄 놀이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은 질서(order)를 필요로 한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 주라는 말은 무질서하게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은 통제(control)나 지배(dominance)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선택하고 도전하도록 격려해주는 체계(system)를 원한다. 10단계 부모들은 질서 있는 체계를 만들어서 그 속에서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놀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가 체계를 만들어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아이들은 부모들이 개입해주길 원한다. 심사숙고해서 조금만 더 아이를 도와주면 질서 있는 체계를 스스로 수립해서 자신들에게 맞는 또래를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런 힘이 생기기 전까지는 10단계 부모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