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26]과학실을 아이들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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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26]과학실을 아이들 공간으로
  • 한들신문
  • 승인 2021.10.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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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정유선

 

올해 처음으로 과학 전담교사를 맡으면서 어떻게 하면 과학실을 과학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닌 아이들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과학실을 아이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한 학기를 지내고 보니 과연 아이들에게 과학실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싶어 과학 관련 책(발명, 발견 이야기, 생명의 역사, 플라스틱과 환경 등 일상생활과 과학을 쉽게 연결 지을 수 있는 책)들을 사서 비치하고, 아이들이 필요한 물품을 언제든지 꺼내기 쉽게 정리도 하였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실은 아이들에게 있어 늘 제약이 많은 제한적 공간이다. 
  자칫하면 언제든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이기에 늘 아이들에게는 조심하라는 말이 먼저였다. 과학실 물품을 함부로 만져서도, 선생님 허락 없이는 서랍을 열어서도 안 된다. 그게 내내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점심시간만큼은 아이들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나의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점심시간이 되면 과학실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배추흰나비 알을 키우던 어느 날이다.

  점심시간에 지민이가 쭈뼛쭈뼛거리며 과학실 앞에 있길래 과학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과학실에 오더니 이것저것 묻는다. 과학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언니, 오빠들은 무엇을 공부하는지 평소에 많이 궁금했나 보다. 지민이도 3학년 되면 과학을 배우게 되고, 과학실에서 공부한다고 하니 괜히 기대하는 눈치다. 마침 과학실에 배추흰나비 사육망과 강낭콩 화분이 있어 지금 4학년은 강낭콩 화분을 키우고, 3학년 과학 시간에는 배추흰나비를 키운다고 했더니 배추흰나비를 보고 싶단다. 사육망으로 가서 봤더니 분명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는 번데기가 살짝 꿈틀대는 것이 보였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2마리의 배추흰나비가 되어 있었다. 배추흰나비 둘은 나란히 화분에 붙어 있었다. 지민이는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지민이가 배추흰나비를 볼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싶었다. 한 마리는 날개가 거의 마른 듯 보였고, 다른 한 마리는 쭈글쭈글하였다. 내가 지민이에게 쭈글쭈글한 날개가 다 마르면 날 수 있다고 하니 “머리 말리는 것처럼요?” 그런다. 맞네! 맞아. “그래, 머리 말리는 것처럼 ㅎㅎ”
  오늘 일기는 이걸로 쓰면 되겠다 싶어 지민이에게 말했다.
“오늘 지민이랑 있었던 일을 일기로 써야겠다. 선생님이 요즘 과학실 일기를 쓰고 있거든.”
  그랬더니 씨익 웃는다.
<과학실 일기(2021.5.3.) 중에서>

  돌이켜보니 과학실이 과학 수업만 한 곳은 아니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듯이 과학실은 아이들에게 늘 궁금하고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공간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은 과학실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과학 시간에는 무엇을 공부하고 배우는지 늘 궁금해했다. 그러다가 서랍 여기저기를 열어보고는 서랍에 있던 무게중심 발레리나, 망원경 만들기 키트를 꺼내어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어떤 때는 아이들과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였다. 그렇게 과학실은 아이들의 공간이 되어갔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20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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