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삶을 올곧게 지탱하고 붙잡아 줄 노란 등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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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띄우다】삶을 올곧게 지탱하고 붙잡아 줄 노란 등불 하나
  • 한들신문
  • 승인 2021.10.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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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편지 집배원, 김병준, 예장 동인

김병준

 

겨울밤 골목여관 앞 길가에서
혼자 사는 박씨 아저씨가 좌판에 귤을 팝니다
연밥 같은 탄불에 함께 손을 쬡니다
따뜻한 온기 때문에 온종일 앉아있다 보니
하루 매상이 두 배나 늘었답니다
난방비 삼천 원을 제하고도 이문이 더 남은 셈이죠
연탄불이 아저씨를 붙들어놓습니다
길가는 사람들의 종종걸음도 붙잡아 맵니다
꽁꽁 언 마음이 녹습니다
밤늦도록 붉은 연꽃 앞에 그가 좌선하듯 앉아있네요
불법不法 노점이 아니라 불법佛法 노점입니다

곁불을 쬐다 귤 삼천 원어치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까만 밤하늘에 노란 별들이 총총합니다

『거창문학 제2호, 2011년』

 

박씨 아저씨는 골목여관에 월세로 혼자 살아갑니다.
달방여관은 TV, 냉난방, 청소가 큰 이점이지요.
추운 겨울밤 꽁꽁 언 마음을 녹여주는 화롯불이 홍염처럼 피어납니다.
하루 일과를 끝낸 후 움츠린 어깨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겨울 같은 세상살이가 갑자기 훈훈해지네요.
불씨 하나가 不法을 佛法으로 만듭니다.
주위에 따뜻함을 전하는 화롯불 같은 친구가 되어보셨나요?
스스로 불씨가 되기보다는 곁불만 쬐고 불만 빌리는 존재는 아닌지요?
연탄불이 박씨 아저씨의 제자리를 지켜주듯,
우리의 삶을 올곧게 지탱하고 붙잡아 줄 노란 등불 하나 내 방에 걸어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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