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모든 후회는 하늘에다 걸어두고 이만 총총, 다시 소박한 생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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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띄우다】모든 후회는 하늘에다 걸어두고 이만 총총, 다시 소박한 생이여 안녕?
  • 한들신문
  • 승인 2021.08.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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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편지 집배원, 박혜숙 시인

별의 부음을 받다

이운진

불혹을 넘고 나니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다고
이미 너무 둥글어졌다고
수천 살 수억 살 먹은 별들에게 말을 하고

목숨 하나쯤은 거뜬히 받아줄 밤하늘에서
마지막 길을 잃었으면
우주의 먼 구석인 허공에게 말을 하다가

신의 정원에서 홀로 피었다 지는 풀꽃처럼
소박한 이름으로 사는 하소연을
제일 빛나는 별빛에게 하려던 중이었는데,

그 큰 별은
무한의 너머로 가지 않고
이 지상의 어둠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가장 현명한 슬픔 하나를 이해하는 중이다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문학의 전당』

 

모든 후회는 하늘에다 걸어두고 이만 총총, 다시 소박한 생이여 안녕?

맑은 별을 보고 싶을 때 아니,
별을 천천히 읽고 싶은 저녁엔 대야리 들판으로 달려간다.
간장 빛 어둠 속에서 은하수는 마치 꼬마전구 찔레덩굴처럼 환하게 핀 꽃으로, 
또는 작은 버들치들이 지나가는 시냇물 소리라도 들릴 것만 같이 맑게 흐른다.
다투는 듯, 푸른 외침이 들리다가 위로하는 듯, 내 어리석은 생각을 쓰다듬기라도 하는 듯
따뜻한 빛이 머리 위에서 총총히 걸어 다니기도 한다.

시를 이어간 문장 곁에 삐거덕 나무의자 하나 놓고 앉아서 봄 햇살 쬐듯 시를 바라보고 싶다.
불혹을 지나며 소박한 일상을 향한 시인의 저 곡진한 마음자리와 가장 현명한 슬픔을 이해하는 그녀의 선연한 눈빛을 별 지는 틈을 타 훔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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