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6)「엄마 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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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6)「엄마 자판기」
  • 한들신문
  • 승인 2021.11.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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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임혜윤
조경희 글, 그림 / 노란돼지 출판사 / 2019. 8. 30
조경희 글, 그림 / 노란돼지 출판사 / 2019. 8. 30

 

나도 엄마가 처음이란다!

“아들! 아들! 
어서 일어나 학교 늦는다. 
준비물은 다 챙겼니? 마스크는 썼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이면 반복되는 말입니다. 무한반복 기능을 눌러 놓은 것처럼 엄마인 나의 아침 풍경은 매일 같은 모습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에 다니는 주부라면 아침시간이 무척 분주할 것입니다.
  여기『엄마 자판기』 속의 주인공들도 아침부터 전쟁입니다. 책 속 엄마와 딸아이의 대화를 보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건 엄마라면 다 공감이 가는 단순한 이야기이면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면지 한 장을 넘기지 못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걸 보니 주인공들이 할 말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또 바쁜 아침시간이라 그런가 봅니다. 신우네 집입니다. 토요일에도 출근을 하는 엄마가 신우를 깨우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학교에 가는 날도 아니고 엄마의 출근이 달갑지 않은 신우는 자는 척을 합니다. 엄마는 물이 줄줄 흐르는 고무장갑을 손에 낀 채로 신우에게 오늘의 할 일을 알려 줍니다. 신우는 겨우 일어나 식탁에 놓여 있는 김밥 개수를 보며 엄마가 늦을 거라는 걸 직감했는지 투정을 쏟아냅니다. 

“김밥 싫은데, 맨날 김밥이야! 오이도 싫고, 당근도 싫고, 토마토도 싫은데...”
  투덜거려 보지만 엄마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시끄럽고 얼른 먹으라는 말입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출근을 위해 화장을 하면서도 여전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도 엄마는 다시 한 번 신우에게 당부합니다. 

“김밥 먹고 방과 후 갔다 와서 숙제 해 놓고 있어, 알았지? 양치 꼭! 하고 가야 된다. 학습지 선생님 오면 까불지 말고 얌전히 하고 수업 끝나고 집에 있어.”

  신우는 엄마가 정해준 일과를 꿋꿋하고 씩씩하게 해내고 심심해하며 엄마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퇴근한 엄마는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신우랑 놀아 줄 수 없습니다. 핸드폰만 한다고 혼을 내고 씻으라고 재촉합니다. 그런 엄마가 신우는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날 밤 신우는 
“엄마가 너무 미워 없어졌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며 우울하게 잠이 듭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로 엄마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집안 여기저기 찾다가 엄마 방문을 열었는데,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엄마는 없고 어마어마한 엄마 자판기가 놓여 있습니다. 자신을 눌러 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엄마 자판기의 메뉴는 신우가 평소 엄마와 해보고 싶었던 놀이를 함께해 볼 수 있는 자판기입니다. 그것도 여섯 가지나 되는 놀이를 엄마랑 한다니 아이는 신이 납니다. 자판기에서 나온 엄마들은 신우와 함께 피자 만들기, 공주놀이, 공놀이를 신우가 원하는 대로 같이 합니다. 마지막으로 업기 놀이까지 끝낸 신우의 기분은 최고입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엄마 자판기에서 나온 엄마들과 함께한 놀이가 전부 진짜 엄마랑 해봤던 놀이이고 지금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 대목에서 엄마들의 코끝이 찡해 옵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복잡하거나 돈이 들어 못하는 것들이 아니고 그저 자신들과 함께 몸으로 놀아주고 안아주고 함께 해달라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노는 일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겠지요!
  책 속에 풀어놓은 이야기에 바쁜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거나 아이들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데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이 참으로 추천할 만할 책입니다. 부모를 꾸짖거나 투정쟁이 아이도 아니니 그저 서로에게 조금만 시간을 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엄마가 늘 집에 있으면 좋겠고 온통 내 차지가 되면 좋겠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아이와 보내지 못하는 부모세대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책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위로를 부보님들께는 용기를 드리는 힘이 있는 그림책입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내용이지만 엄마와 아이에 집중한 그림 구도와 익살스러운 표정들을 유쾌하게 그려내어 보는 독자들의 마음을 무겁게만 만들지 않아서 좋습니다.
  일요일 신우네 집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해집니다. 늦잠 자고 싶은 일요일, 제일 먼저 일어나 가족을 깨우는 사람이 누구일지 짐작이 가시지요? 

  이번 주말엔 아이 손잡고 공원 산책이라도 나가야겠습니다. 아직 가을이 남아 있으니 늦진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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