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5)「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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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5)「나무」
  • 한들신문
  • 승인 2021.11.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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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홍순희
옐라 마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6.6
옐라 마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6.6

 

10월 두 번째 그림책 소개는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잎을 틔우고 초록의 무성한 잎이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 땅으로 내려앉기까지 자연의 변화를 오로지 그림으로만 마주하게 됩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읽는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의 마음으로 볼 수 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지요. 
  그림을 보는 동안 내 마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나무를 만나러 숲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초록의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책의 첫 장면은 겨울입니다. 회색의 겨울, 나무는 가지를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어요. 책장의 오른쪽 한 귀퉁이에 선명한 회색의 동물이 웅크리고 있답니다. 회색빛이 점점 옅어지고 동물은 꼬리를 드러내며 동그랗게 눈을 뜹니다.
  아하, 회색빛 다람쥐였네요. 

  긴 겨울이 가고 소란스럽지 않게 봄이 왔습니다. 앙상했던 나무 둥지에 새들이 찾아들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납니다. 여린 잎사귀는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짙어집니다. 시간은 점점 흘러 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요. 무성했던 초록의 나무는 점차 붉은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새들은 새로 지은 둥지를 남기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다시 겨울이 올 거란 걸 나무는 알고 있었겠지요. 혼자 남은 다람쥐는 열심히 겨울 양식을 모으고 몸을 움츠리며 땅속으로 파고듭니다.
 
  또다시 황량하고 추운 겨울이 왔습니다. 나무는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내고 들판도 황량한 겨울 들판입니다. 붉은색 나무는 하얀색으로 변모합니다. 
  쓸쓸하고 고요한 겨울 들판은 모든 생명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고요합니다. 겨울 들판에 홀로 선 나무는 모진 눈보라에도 더욱 견고하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인간의 삶을 사계절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그림으로만 읽은 책 한 권으로 소박하지만 경이로운 자연의 변화에 겸손해집니다. 소리 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변화에 삶과 죽음까지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먹먹하기도 합니다. 
  나무의 사계절을 중심으로 시간이 흐르고 나무를 찾아든 새와 다람쥐 들판의 풀도 한 해를 살아냅니다. 풀이 자라 꽃을 피워내고 그 꽃은 씨앗을 맺어 다음 해 봄을 기다리겠지요. 그렇게 자연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분주히 해냅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계절에 맞게 살아갑니다.

  작가인 옐라 마리의 그림에는 어떤 삶의 철학이 들어있습니다. 자연에 있는 모든 것에 삶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단순하게 보이지만 명확하게 자연의 법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삶처럼 모든 자연의 순환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요.

  가을로 깊어가는 시월의 어느 날 하루쯤 글자 없는 그림책 《나무》에 잠시 머물러 보는 것은 어떠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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