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42]주상초, 농며드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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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42]주상초, 농며드는 시간
  • 한들신문
  • 승인 2022.06.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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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김세연

나는 2022년 올해 주상초로 전입하였다. 2월, ‘새학년 맞이 주간’. 교장 선생님께서 ‘찾아가는 논 교실’ 신청을 할 학년이 있냐고 물으셨다. 강사가 와서 하루 두 시간, 총 8회기로 진행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내가 평소 잘 알던 강사님이었다. 게다가 6학년 실과 2단원이 마침 농업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교과와 연관 지어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학년, 신청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벼농사는 시작되었다. 

4월 11일, 첫 번째 시간: 논 조성하기
  벼농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본, 모가 심겨 있던 논은 물이 찰박찰박하니 모가 물에 잠겨 있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주상 마을 안에서 논을 구해보려 하셨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학교 안 텃밭 한편을 논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벼가 잘 자랄까 싶었지만 어쨌든 ‘논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시간 과업은 ‘논 조성하기’였다. 작업을 하기 전, 교실에서 논과 관련된 명칭과 논을 조성하는 절차 및 방법에 대해 익혔다. 그리고 나와 학생들은 밀짚모자와 장갑을 쓰고 삽, 호미 등의 장비를 챙겨 학교 텃밭으로 향했다. 우리가 논으로 일구어야 할 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우선 밭을 뒤집고 잡초를 치웠다. 뒤엎는 것은 학교 시설 주무관님과 교장선생님께서 도와주셨다. 그리고 10cm 정도 깊이가 되도록 안의 흙을 밖으로 퍼냈다. 삽질의 연속이었다. 나는 내가 신청했다는 미안함과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해본 적도 없는 삽질을 전문가인 척 학생들 앞에서 한껏 해 보였다. 한참의 삽질 끝에 깊이가 어느 정도 생기고 땅을 고르니 제법 무언가를 심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양새가 나왔다. 첫날 수업이 끝났다. 점심시간에 밥맛이 없었다. 몇 숟가락 먹지 못했다. ‘내가 왜 신청해서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날, 아침 1교시 전.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약간 어지럽고 근육통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얘들아, 괜찮니? 힘들었지?”라고 안부를 물으니, “네? 뭐가요?”란다. ‘아... 얘들은 젊지...’ 다음 시간이 벌써 무서웠다. 

4월 25일, 두 번째 시간: 볍씨 뿌리기
  오늘도 지난번과 같이 실제로 볍씨를 뿌리기 전에 교실에서 간단한 이론 수업이 이루어졌다. 다양한 토종 볍씨에 대해 배우고 학생들 각자 자신이 심을 볍씨를 골라 보았다. 좋은 볍씨 가리는 방법까지 배운 뒤 우리는 장비를 챙겨 논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장갑 낀 손으로 자신이 고른 벼를 통에 쓸어 벼에서 볍씨를 분리하였다. 그러고 나서 볍씨를 손바닥에 올리고 비벼 까끄라기를 제거하였다. 까끄라기를 제거한 볍씨를 다시 통에 넣고 물을 부으니 정말 신기하게 볍씨 일부는 가라앉고 나머지는 물 위에 떴다. 물 위에 뜬 것은 조심스레 물과 함께 흘려보냈다. 아이들은 실한 볍씨를 자신만의 구역에 뿌렸다. 나무젓가락 이름표도 꽂았다. 내일은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였다. 우리는 육묘장에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제법 농사 느낌이 났다.
  첫 번째 시간 이후 많이 힘들어하는 나에게 논 선생님이 “논 조성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다음 시간부터는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해 주셨는데, 정말 그러했다. 웬걸. 뭔가 모를 성취감까지 들었다. 이런 게 요샛말로 ‘농며든다’는 것일까.

  아직 두 번밖에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매시간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지금은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는 이 시간이 어떻게 각인되고 있을까. 나와 같이 긍정적이기를 바라본다. (202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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