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44] 교실로 찾아온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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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44] 교실로 찾아온 손님들
  • 한들신문
  • 승인 2022.08.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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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신은희

 

“선생님과 오늘부터 사귀는 사이예요.”
  월요일 아침부터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아이가 토끼풀을 뜯어 왔다. 짝이 맞지 않아 짝 활동에 어려움이 있던 아이와 사귀기로 한 지 삼 일째 되는 날인데 생각보다 선생님과 사귀는 걸 싫어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속으로 ‘그래, 내 인기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주먹을 꼭 쥔 것은 비밀.
  다른 아이들에게는 팔찌를 만들어 주고 특별히 아이에겐 반지를 만들어 주었다. 부지런한 주무관님 때문에 예초기에 잘려 나간 풀들을 뒤져 겨우겨우 찾아온 토끼풀이 예쁜 손에서 빛나고 있다.

  수요일, 중간놀이 시간이 지나고 막 3교시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아이들이 양손에 갈색 소라과자 같은 것을 한 움큼 가지고 왔다. ‘헉, 이것은 매미 허물.’ 학교 숲을 다녀오면 항상 꼬물거리거나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담임에게 보여주는 아이들이다.
“뾰족한 다리로 팔을 긁으면 시원해요.”
“여기서 매미가 언제 나오나요?”

  급히 매미의 생태를 찾아서 아이들과 시청했다. 이미 매미가 되어버린 껍질이라는 것을 알고 아이들은 실망했지만 우리 학교 숲에서 사는 매미의 수가 48마리를 넘어간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1학년 1학기 수학 수업은 50까지의 수만 배운다. 나름 선행 학습이 아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금요일 아침엔 놀라운 손님이 교실을 방문했다. 전학 온 친구 때문에 이제 짝이 맞아서 그동안 사귀기로 했던 아이와 헤어진 지 나흘째인데 갑자기 다른 친구와 사귀기로 했다며 친구를 데리고 왔다.
“새 친구와 사귀는 게 좋아요. 아기 참새랑 사귀기로 했어요.”
“닭장 주변에서 매미 허물을 찾으러 가다가 거미줄에 걸린 아기 참새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우리들이 구해서 교실로 가져왔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아기 참새용 박스를 구해주셨어요.”
“다리가 부러졌나 봐요. 박씨를 나중에 물고 올까요?”

  모두 흥분해서 여기저기 말을 하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은 금요일인데... 이제 오후가 되면 생존 수영 수업을 가야 하는데... 날개와 다리를 다쳤다면 살아날 수 있을까? 아이들은 교실에서 기를 예정인지 벌써 지렁이를 구하러 간 친구도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구해주셨다면서 박스를 들고 온 친구가 조심조심 참새를 박스 안에 넣으려다 참새가 푸드덕거리며 책상 밑으로 들어가 버려 아이들도 뛰고 나도 뛰고 한참을 그러다가 겨우 박스에 넣었다.
  지금은 중3이 되어버린 3년 전 학생들이 강제 분양하고 간 구피의 증손자를 키우는 어항이 2개인데 이제는 참새도 키워야 하나? 잠시 박스를 구해주는 것보다 아픈 참새를 치료해 주겠다며 아이들의 시선에서 참새를 사라지게 하는 센스가 부족하셨던 교장 선생님을 원망해 보았다.
  수영가방을 챙기러 점심을 먹고 교실로 올라와 보니 다행히 지렁이와 물을 먹고 기운을 차린 참새가 교실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야호! 창문을 열어 참새를 보내주면서 아이들도 나도 손을 열심히 흔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참새를 고쳐주었다는 뿌듯함에 벅차오르는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정말. 

  그러고 보니 교실에 찾아온 손님들이 토끼풀과 매미 허물과 참새가 처음은 아니었다. 봄에는 각종 풀들과 봄맞이꽃, 제비꽃, 시든 튤립 꽃잎, 냉이꽃, 개나리꽃, 벚꽃 한 사발. 여름에는 애벌레와 나비, 메뚜기 비슷한 것들과 다리 많은 벌레들, 빨간 장미 꽃잎을 모아 만든 수박 수영장 그리고 지렁이는 상시 방문하시는 손님이었다. 
  시골에 살아도 이렇게 가까이 식물과 곤충들을 보는 것은 모두 아이들 덕분이다. 삭막한 건물 사이에서 놀기보다 숲과 뜰과 풀숲을 헤치면서 뛰어노는 주상 아이들은 생명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다르다. 지렁이를 만지며 노는 것을 좋아해도 지렁이가 참새와 닭의 먹이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생명에 대해 겸손하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주상의 교육이 아이들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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