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4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상태바
[작은 학교 이야기4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2.07.0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상초 교사 이서현

 

스승의 날, 선생님들과 스승의 날을 자축하고 있는데 3학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와아, 이○○ 주무관님 인기가 제일 많네요. 아이들한테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 써보자 했는데, 다 이○○ 주무관님한테 썼어요.”
  ‘이 주무관님? 선생님이 아니고?’
  그동안은 스승의 날 즈음이 되면 으레 편지 쓰기를 했고, 대상은 작년 담임선생님이었다. 3학년도 그런 의미로 편지 쓰기를 한 모양인데 아이들이 선택한 대상이 바로 우리 학교 시설 주무관으로 계시는 이○○ 주무관님이었다. 
  이 주무관님은 제일 먼저 학교를 열고, 마지막까지 학교에 계신다. 우리 학교 텃밭 농사는 이 주무관님 없으면 불가능하다. 항상 학교 주변을 살피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신다. 선생님들도 힘든 일이나 물어볼 것들이 있으면 이 주무관님을 찾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신나게 축구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신다. 늘 학교가 먼저이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그 마음을 아이들이 모를 리 없다. 같은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땀 흘리고 아이들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사람, 늘 학교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스승으로 생각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역시 우리 아이들, 사람 보는 눈 있네.
  참 스승은 가르치지 않아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억지로 주려고 하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가 가르침이 되고 배움이 된다면 선생이라는 이름이 없어도 그 사람은 선생이고, 스승이다.
  하루는 점심을 먹고 과학실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1층으로 내려가보니 교장 선생님과 5학년 민○가 씨름을 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씨름장을 정리하시더니 아이들과 씨름을 하려고 하셨구나.’
  씨름 장 주변에서는 열띤 응원전이 이어졌다. 그런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민○를 응원하고 있었다. 덩치는 꽤 비슷하지만 어른을 이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민○가 교장 선생님을 멋지게 이겼다. 아이들의 환호 소리가 학교에 울렸다. 아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응원을 한 이유는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나를 이기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노라고 큰 상품을 거셨던 거다. 결국 다음 날 주상초 가족 모두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도 우리 학교에서 이○○ 주무관님만큼 인기가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눈을 맞추고 때로는 하이파이브도 하며 아이들의 기분이나 몸 상태를 살핀다. 그리고 수업 시작 전 학교 둘레길을 걷는 산들걷기를 학년별로 돌아가며 하고 계신다. 점심시간에는 더 바빠진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교장실에서 오목을 두고, 장기를 하고, 교장 선생님과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수업 부담이 큰 선생님들을 위해 체육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만나기도 한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더 많이 만나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 가끔은 교장실에서 교장 선생님을 만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늘 교장 선생님 옆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주상초만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주상초에 오면서 더 실감하고 있다. 부모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온 학교가, 그리고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고 보듬어야 한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만이 아니라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 우리 학교 아이들을 생각하며 늘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해내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주상초 아이들을 키우고 살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