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45] 주상초등학교에서 경험하는 것!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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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45] 주상초등학교에서 경험하는 것!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다
  • 한들신문
  • 승인 2022.08.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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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김준형

 

우리는 매일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하고 지낸다. 아침 7시에 일어날지, 7시 5분에 일어날지도 작은 선택일 것이다. 5분을 늦게 일어나 아침이 바빠지기도 하고, 하루의 많은 부분이 변하기도 하는 걸 보면 선택이란 것이 꽤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선택하고 있는가? 매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래도 꽤 괜찮다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삶과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 앞에서 선택하는 방법을 글로, 말로 “이렇게 하는 거예요.” 하며 가르치는 건 뭔가 많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삶에서 선택이란, 수없이 많은 경험에서 체득되는 것이란 걸 알기에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선택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은 아주 훌륭한 교육 활동일 것이다.
  학교에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에게 학교는 삶 그 자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고민하며 지낸다. 어른들이 매일의 삶 속에서 겪는 선택의 문제가 쉽지 않듯 아이들 관점에서 학교생활도 그러할 것이다. 어른들에게 가족여행을 어디로 갈지? 어떤 차를 사고, 어떤 회사에 다닐지가 중요한 선택이듯, 아이들에겐 학교에서 하는 야영, 현장체험학습, 동아리 등을 어떻게 할지가 큰 선택의 순간이지 않을까?

  주상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선택 과정은 항상 쉽지 않다. 항상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때때로 귀찮고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삶에서 모든 것은 선택의 과정이고 모두에게 어렵다는 것을. 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들의 삶에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실패해 보고 즐겨보는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 시간일까?
  주상초등학교 아이들은 매 학교 교육 활동에서 현실적인 질문을 마주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1~6학년 학생으로 구성된 각 두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이 시작된다. 여럿이 함께이기에 든든하기도 하지만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 속에서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답은 나온다. 그 답의 실천 결과는 오롯이 아이들 스스로가 진다. 그렇기에 너무도 신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정해주지 않고 학생 스스로가 답하고 실천하고 책임지니 어떤 결과든 아이들은 재미있다. 

  야영수련활동을 준비하며 아이들은 고민에 빠진다. ‘저녁에는 어떤 식단을 구성할까?’, ‘내가 짠 식단을 위해 어떤 재료를 사야 하나?’, ‘그 재료를 어디에 가서 살까?’ 등 하나하나 현실적이고 삶고 맞닿아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난 어떤 동아리활동을 할까?’, 그러기 위해 ‘내가 평소에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내가 하고 싶은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나와 비슷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친구들, 동생들, 언니, 형을 찾고 모으고 설득해야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답을 주지 않는다. 그냥 “괜찮아.”, “좋은 생각이야.”, “그래, 또 어떤 방법이 더 좋을까?”, “두레 친구들과 같이 얘기해 봐.”란 말을 할 뿐이다. 단지 모든 교직원을 학생들을 지지해줄 뿐이다. 뒤에서 믿어주고 있다.

  학교에서 교직원의 선택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항상 모이고, 대화하고, 의견을 나눈다. 어떤 학부모는 학교에 와서 제일 힘든 게 자꾸 말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한다. 의견을 얘기하고,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 어렵고 번거롭다. 누군가 “이렇게 하세요.” 하고 딱 정해주면 쉽고 빠르다. 하지만 재미가 없지 않은가? 학교장도 어떤 선생님도 함부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의견을 듣고, 지지해 준다. 결정이 늦어지기에 단지 조금 더 빨리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될 뿐이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그렇기에 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성장해 가고 있다.

  주(主)상(尙), 스스로 주인 되고 서로 섬기는 주상초등학교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자주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학생들에게 판단하고 계획하고 이끌어나가는 역량이 키워진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직장을 잡고 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 위에 서기 위해 배우는 것도 아니다. 배움이란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함이다. 자기 삶을 올바르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 현재 상황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 때론 그 선택이 나중에 틀렸더라도 인정하고 그때 또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면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생각하고, 선택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가진다. 불안해도, 최선이 아닐지라도 설익어도 괜찮다. 그냥 나름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선택할 뿐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저녁 무렵 고추잠자리가 윙윙하는 걸 보니 가을 냄새가 나는가 보다. 이제 방학이 지나고 아이들이 몰려오면 또 아이들은 축제를, 가을 현장체험학습을, 동아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주상초등학교 아이들은 머릿속이 좀 복잡하고, 맘이 좀 불편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그냥 많이 틀려보면 되니깐. (202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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