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 텃밭에서 제때를 살피고 해야 하는 지혜를 읽는다
상태바
【시를 띄우다】 텃밭에서 제때를 살피고 해야 하는 지혜를 읽는다
  • 한들신문
  • 승인 2023.02.13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의 유언

신승열

어머니는
봄이면 하늘을 읽는다

진달래 필 때 감자 심고
찔레꽃 피면 모내기하거라

봄 고사리는 
보리 베고 산딸기 익어 떨어질 때까지 
꺾어 말리도 된다 

뻐꾸기 울 때 메주콩 심고
옥수수는 하지 지나고 심어도 된다
깨 모종은 초복까지 
메밀은 중복까지 뿌려도 된다

그래야 꽃을 보지
밭을 일구어야 봄이지
가을이 그냥 오더나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화집, <너도 그렇다>에서 인용

              『거창문학 33호, 2022년』


어머니가 읊조리는 농가월령가이다. 제때를 알고, 제때에 할 일을 살피는 지혜를 시는 말하고 있다. 
  마늘 눈이 깨어나 어깨가 아프고, 온 삭신이 저린 것은 참깨, 들깨 짓이라고 한다. 가슴이 답답한 것은 무시나 배추가 누르는 것이고, 윗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쓰린 것은 성깔 사나운 고추 때문이며, 혓바닥이 돋는 것은 나락이며 그래서 때에 맞추어 일을 돌봐야 한다고 자식에게 말한다. 정우영 시인의 <밭>이라는 시에 나오는 내용이다.
  신 시인의 어머니도 ‘내 몸이 곧 밭이랑게’ 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어머니가 하늘을 읽기만 하시겠는가. 받아쓰기도 하고, 새로 짓기도 하실 것이다. 
  겨울이 매서우면 봄이 일찍 온다고 했던가. 아무리 동장군 기세가 강해도 엄연히 봄은 온다.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어제의 오늘처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시간이고 삶이다. 소소하게 오늘 내 삶 속에서 제때 살피고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절기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다. 밭을 일구어야 봄이고,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일이 세상사 이치이다. 너도, 나도 사회도 그럴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