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 같이 한솥밥을 먹는 행위가 곧 밥심이다.
상태바
【시를 띄우다】 같이 한솥밥을 먹는 행위가 곧 밥심이다.
  • 한들신문
  • 승인 2023.03.13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밥의 힘

백종임

팔순의 할머니 밥상 앞에 앉으셨네 
식구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잡수시네 
고개를 숙이고 수저를 잡으며 
중얼중얼,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할머니 밥그릇에 얹혀진 기도 
수전증에 바닥으로 처박힌 기도 
반은 흘리고 반만 입속에서 오물거리며 
할머니 命은 숟가락 위에서 아슬하네 
할머니 하루 종일 밥을 찾으시네 
바닥에 떨어진 기도는 손으로 더듬으시네

        『건계정 걸개시화전, 2022년』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라는 물음이 있다. 사람의 여러 욕구 중에 죽기 직전까지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는 본능이 식욕이라고 한다. 이 먹는 힘마저 없어져 버린다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시세끼 밥에 진심인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차려진 따뜻한 집밥은 위로와 위안이다. 누군가와 함께 맛있는 걸 먹고 나누고 싶다는 소망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해주는 것이다. 끼니때 좋은 이들과 같이 한솥밥을 먹는 행위가 곧 밥심인 것이다. 
  팔순 노구는 저만치에서 떨어져 혼자서 밥을 자신다, 오물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기도.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늘날 노인들 75퍼센트가 집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시인은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 쓸쓸한 혼밥을 반어적으로 인간미 없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닐까. 
  ‘영고일취’ 꽃 피고 시드는 것은 한 번 밥 짓는 순간 같다는 인생에서 찰지게 지은 밥 한 공기, 숟가락으로 떠먹는 밥 한술이 가장 맛있을 때는 마주 보며 챙겨주며 하는 식사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