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누군들 아픈 소리가 깔려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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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띄우다】누군들 아픈 소리가 깔려 있더라
  • 한들신문
  • 승인 2023.05.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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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배달부, 염민기 시인

 

어디든 쓰임이 있을 거라며
허둥대다가
이제는 어디에도 도움조차
될 수 없는 나이임을 알고서야
서글피 파장 주막에서 힘들게 
막걸리잔을 들어 올리듯 
보이지 않는 나를 붙잡고
네 고단한 보따리를 풀어 본다
버티기 힘들면 즐기라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파도 웃는 넉넉한
너에게 찾아온 몹쓸 손님은 
내가 잘 배웅할 터이니
걸음걸음 옮길 때마다 
쏟아지는 별빛처럼 반짝이며
이 고개를 넘자
누군들 두드려 보면
가슴 한 켠에 아픈 소리가 깔려 있더라
『거창문학 33호, 2022년』

 나이 듦은 아픔을 처리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살면서 숱하게 맞이하는 아픔을 우리는 견디는가 아니면 버티는가. 힘들면 즐기라 했지만, 그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어디에도 도움조차 될 수 없는 나이’도 처음 맞이하는 늙음에서 오는 감정이다. 인생이 늙음에서 젊음으로 돌아가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아닌데, 모든 오늘은 늘 처음이더라도 새롭게 다가오는 것 보다 시인의 속 자리에도, 주변으로 사라진 빈 자리가 더 늘어난다. 시절의 경험을 말하면 ‘꼰대라떼’로 폄하된다. 
  누구나 살면서 아픔은 있기 마련이다. 가슴 한편에 두드려 보면 아픈 소리가 깔려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향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는 그저 아픔을 처리하는 기술이 남들보다 뛰어날 뿐입니다.
  그 아픈 소리, 종잡을 수 없는 ‘아파도 웃는’ 웃픈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기술자. 넉넉한 숙련공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나이가 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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