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활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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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활의 균형’
  • 한들신문
  • 승인 2023.04.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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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생활재활교사 신은혜

어느덧 봄입니다. 새해를 실감하는 건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한 이런저런 일들을 정신없이 해나갈 때인데요, 올해도 그랬습니다. 해가 바뀌기만을 기다린 일들, 올해를 잘 살아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을 바쁘게 하나씩 처리하며 겨울을 보냈고, 달력이 넘어가는 걸 보며 한 계절의 바뀜을 자각합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깊이 고민했고 나름대로 정리한 주제가 있었어요. ‘일과 생활의 균형저를 잘 아는, 저를 많이 생각해 주는 친구들에게서 근래 자주 들었던 조언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일이 소중하듯 저의 생활 역시 소중하니까요. 그런데 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서 워라밸이라는 용어도 탄생하지 않았을까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두고 제가 내린 나름의 답은 이런 것입니다. 우선, ‘균형을 유지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하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일하는 시간과 개인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간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라는 거잖아요? 이 시간의 비율이라는 것이 하루를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도, 일주일을 두고 이야기할 수도, 또는 삶 전체를 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는 하루에 8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푹 쉬는 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키는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 이틀은 미뤄두었던 개인적인 일들을 즐기며 보내는 게 균형 있는 삶일 수도 있고요.

개인의 삶 전체를 두고도 그런 시기를 얼마쯤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일에 몰두하게 되는 때가 있고, 또 어느 시기에는 자연스레 나의 생활을 돌보는데 쏟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요. 그러니까 내가 오늘 하루, 혹은 이번 주 내내, 또는 최근에 계속해서 일만 했다고 해서 내 삶을 너무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어요. 마찬가지로 또 나의 동료는 저렇게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데 나는 너무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 역시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받고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생각들로 나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제가 그랬거든요. 해야만 하고, 또 이왕 한다면 그래도 잘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는데, 생활의 균형을 위해 그 일들을 애써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하면서도 나에게 잘못하고 있나,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고요. 그런데 그저 균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준은 다양하고, 나는 지금 일을 좀 더 열심히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지난날 제가 열심히 무언가에 몰두한 동료나 지인들에게 했던 이야기도 생각났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자신을 챙기라는 조언을 듣고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만큼 하라고, 지금 그만하려고 해도 안 될 거라고, 욕심껏 다하고 나면 스스로 어느 순간 속도를 조절하게 될 거라고했거든요. 그 말을 이제 나에게도 해 주기로 했습니다. 나의 생활을 염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참 고마운 일이고요. 그런데 때로는 그 사람들이 건네는 말의 진의를 제가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좀 쉬엄쉬엄해, 너도 좀 챙겨야지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저를 잘 챙기라는 뜻일 텐데요. 저의 건강을, 저의 삶을 돌아보기를 놓칠까 봐 가끔은 멈춰 서서 챙겨보라는 의미일 텐데 제가 그걸 몰랐더라고요.

열심히 일하면서도 제 건강과 제 삶을 잘 챙기고 있다고, 일부러라도 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생활에 재미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찾으려는 노력 역시 틈틈이 해야겠다 싶었어요.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새로운 것을 해볼 기회가 왔을 때, 즐거움을 찾을 기회가 왔을 때, 미뤄두지 않고 해보기로 합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 아마 앞으로도 두고두고 생각할 주제가 아닐까 싶지만, 일단 지금은 이 정도로 그간 저의 소회를 정리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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