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17]정성을 담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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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17]정성을 담은 교육
  • 한들신문
  • 승인 2021.05.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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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장 송성동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낱말은 뭘까? 나는 단연코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본다. 늘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마음의 거리두기는 좁히는 데 노력했다. 그것은 소통과 참여였고, 주상 변화의 핵심이 되었다. 변화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16명이 전학을 왔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다시 보고 미래를 꿈꾸고자 한다.

주상행복학교는 부자학교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모임이다. 학생 다모임, 교사 다모임, 교직원 다모임, 학부모 다모임이다. 주상은 조금 특별하다.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학생 다모임은 학생들이 주인이다. 작년 공간 혁신을 위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주로 어디서 노는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공간은 무엇인가?’, ‘실내 공간에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실외 공간에 필요한 것은 또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했고 학생들은 모둠별로 토의와 토론을 했다.

모둠별 토론과 토의가 끝나고 결과를 복도에 전시했다. 아이들의 참여로 숲 놀이터 만들기에 생기가 생겼다. 아이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선생님도 더 바빠졌다. 아이들의 주장을 잘 담아서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했다. 이렇게 교육공동체의 관심 속에서 숲 놀이터가 정비되었고, 주상꼬꼬네 닭장도 더 활기를 띠게 되었다.

작년에는 전체 교사가 돌아가면서 아이들 아침맞이를 했다. 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하는지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아침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주상꼬꼬네 닭장과 숲 놀이터다. 아이들은 주상꼬꼬네 닭장에 가서 풀을 뜯어주기도 하고 벌레를 잡아서 닭에게 직접 주기도 한다. 닭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우렁차다. 매일 점심시간에 아이와 선생님이 콩과 콩깍지활동을 한다. 교사는 콩깍지가 되고 아이들은 콩이다. 교장부터 모든 교사가 콩깍지가 되어 콩들과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로 다른 활동은 못 하고 닭장에 가서 사료와 물을 주고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콩과 콩깍지 팀은 닭장 관리팀이 되었다. 장화를 신고 가서 사료와 물을 주고 달걀을 바구니에 담아온다. 교장, 교감도 팀의 일원이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상에서 달걀은 특별하다. 달걀을 팔아 기금을 모은 다음 연말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고 스리랑카의 한 어린이를 돕는 데 썼다.

달걀을 판 돈으로 기부를 할 때도 아이들이 결정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또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학생 다모임에서 어디에 얼마를 기부할지 의논해서 결정한 것이다. 주상 어린이들은 학생 다모임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교사들은 묵묵히 지켜봐 준다. 기다려주고 잘 안될 때 방법을 같이 고민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는 길은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상이 앞으로 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교사 다모임이다. 하나는 매일 2교시 마치고 모이는 반짝 모임이다. 반짝 모임에서 모든 교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업무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모든 학생 관련 일을 함께 토론한다. 교장, 교감도 늘 참여한다. 보고는 따로 하지 않는다. 여기서 모두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안 되면 다음에 또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라고 본다.

또 다른 하나는 매주 수요일 오후 모이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이다. 우리는 줄여서 전학공이라고 부른다. 온 배움날이라는 특별한 이름도 가지고 있다. 모든 교사가 함께 배우는 날이라는 의미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이 모임에서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온 배움날에도 교장, 교감은 함께 한다. 같이 독서를 하고 특정 주제와 안건에 관해서 토론을 한다. 주상 교사는 함께 의논하고 함께 결정하기 때문에 더 나은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원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벅찬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은데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구나! 어린이의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구나!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가슴 속에 뭉클한 기운이 솟는다. 이렇게 이야기 나눈 것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작년 2학기에는 학부모 동아리를 운영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서 용기를 냈다.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싶었기 때문에 실천에 옮겼다. 동아리 이름은 달빛 공방이다. 학부모와 마을주민이 밤에 함께 하는 목공교실이다. 마을주민의 신청도 받았다. 달빛공방을 하면서 학부모님과 마을 주민들은 너무도 좋아하셨다. 그동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마음을 이렇게 해소하였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저녁이면 작품을 만들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만든 작품 중에서 일부는 학교에 기증했다. 아이들이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달빛공방 3기를 진행하고 있다. 1학기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주상은 혁신을 꿈꾸는 곳이다. 마음가짐이 다르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는 곳이다. 거창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교육 본질에 정성을 쏟으려고 한다. 작지만 정성을 다한 결과, 성과가 나왔다. 소문을 듣고 전학 오는 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성을 모은 결과다.

앞으로 학생, 학부모, 마을주민, 교직원이 주상 교육에 정성을 더해 더 많은 어린이가 행복하게 배우기를 바란다. (20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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