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20]천사들의 합창
상태바
[작은 학교 이야기 20]천사들의 합창
  • 한들신문
  • 승인 2021.06.25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상초 교사 최은정

<그 마음>
 쉬는 시간 교실문이 열리더니 
2학년 아이들이 무언가 손에 들고 온다.

우리가 뒷산으로 산책 갔는데요. 
오디가 많이 있어서 따 먹었어요. 
1학년도 주고 싶어서 따 왔어요. 
우리는 많이 먹었으니까 1학년 너희들 다 먹으면 돼.

초록 뽕잎에 싸인 까만 오디
끝이 검붉게 물든 손가락

동생들 주려고 뽕잎에 오디를 따 모은,
오디를 두 손 가득 들고 달려온
그 마음, 그 마음! 
(2021.6.2.수)

 


 

<다 같이! 고맙습니다!>
 올해 들어 처음 있었던 출장! 출장 다녀온 다음 날 아침, 교실 칠판에 내 별칭인 물방울 그림과 함께 “다 같이♡ 고맙습니다”라고 써져 있는 걸 보고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눈물이 핑.
 우리 반에는 요일 요정이 있다. 보통 도우미라고 부르는데, 우리 반에서는 요정. 월요일에는 달의 요정, 화요일에는 불의 요정... 재미로 그렇게 붙여보았는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우리 반은 모두 다섯 명이니 금요일까지 딱 맞다. 여튼 요정의 가장 큰 일은 수업을 다 마치고 돌봄 교실 올라가기 전에 인사하는 거다. 요정이 “다 같이!” 이러면 우리는 모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우리가 인사하려는데 선생님이 없어서요. 칠판에다가 물방울 그림을 그리고 인사했어요.
“다같이!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제 절대 출장가지 마요.

 아! 그림을 다시 보니 그 마음이 보인다. (2021.5.13.)

 



<마법>
“분홍이 훈련시켰어요.”
 아침에 나를 만나자마자 윤이가 신나서 말한다.
“분홍이 훈련?”
 분홍이라... 분홍이라면 분홍쥐인형인데? 분홍이 훈련을 시켰단 말이지?
“분홍이랑 어떤 훈련을 했을까? 진짜 보고 싶다, 윤아. 보여줄래?”
“네!” 분홍이를 자기 앞에 척 놓고 윤이가 호령한다.
“코 접어!” 윤이가 분홍이 코를 잡고 접는다.
“귀 접어!” 양쪽 귀를 손으로 접네.
“꼬리 살랑살랑” 꼬리를 잡고는 살랑살랑한다.
“이거는 쫌 어려운 건데, 한 발로 서!” 분홍이가 한 발로 섰다가 아이코 하며 넘어진다.
“분홍이가 더 많이 하면 어려워서 힘들어해서 이거까지만 했어요. 분홍이가 진짜 말을 잘 들어요.”
 오늘 나는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엄청난 마법을 보았다. (2021.4.19.)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