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22]감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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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22]감자 이야기
  • 한들신문
  • 승인 2021.07.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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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이미화

 

오늘 교실에서 감자를 삶았다. 비가 오는 아침, 아이들과 감자를 삶아 따뜻하게 먹고 싶었던 것이다. 감자는 4월 초에 심었던 것을 얼마 전에 수확한 것이다.
  올해 감자를 심은 텃밭 제일 위쪽 밭은 우리 3, 4학년들만의 공간이었다. 텃밭 제일 위쪽 밭은 몇 년 전에 감자를 심기도 했는데, 2년 정도 농사를 안 짓는 동안 산책로만 있을 뿐 풀이 무성한 풀밭이 되어 있었다. 3학년 선생님과 나는 그곳에 감자를 심어보자 했다. 감자를 심은 뒤에는 근처 풀밭에 꽃도 심어보자 했던 것이다. 
  올해는 씨감자를 사지 않았다. 작년 수확한 감자들에서 싹이 뿔처럼 삐죽삐죽 올라오고 있어서 “씨감자 살 거 뭐 있나? 이거 심자.”라고 했던 것이다. 작은 틀밭이어서 비닐 멀칭도 안 했다. 다만, 감자가 추워할까 봐 조금 늦게 심었다. 기계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호미와 괭이로 흙을 부드럽게 하고 이랑과 고랑을 만들었다. 감자는 자르지 않고 통째로 심었다. 이제 감자 심기에는 자신이 붙은 것이다. 몇 해 전 처음 감자를 심을 때는 인터넷으로 심는 방법을 찾아보고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씨감자를 사지 않으면 감자를 못 심는 줄 알았다. 이제 비닐 멀칭도 안 하고 씨감자도 사지 않고, 감자를 자르지도 않았다. 우리 식으로 심어도 된다는 배짱이 생긴 것이다.
  산책로 옆에 피죽 테두리를 한 감자밭 두 개. 아침에 아이들은 학교 오면 “감자밭 갔다 올게요.”하고, 갔다 와서는 “감자밭에 꽃이 피었어요.”, “감자밭에 풀이 장난 아니에요.”하며 재잘재잘 소식을 전했다.  
  다 함께 밭에 가는 날에는 감자에게는 안부만 전하고 근처 꽃밭에 더 마음을 썼다. 풀들이 번성하던 곳이라 우리가 뿌린 씨들이 잘 올라오지를 못했다. 백일홍만이 꿋꿋하게 올라와 주었다. 우리는 꽃밭 풀 뽑기를 더 열심히 했다. 그래도 감자는 쑥쑥 컸다. 가끔 감자밭의 풀을 뽑아 주었다.
  7월 1일 점심시간, 반짝 감자시장을 열었다. 학교의 여러 선생님들이 격려차 많이 사 주셨고 소식을 들은 학부모님들도 아이들 편으로 감자를 사 주셨다. 3학년 승빈이가 “감자를 캘 때는 더 많이 캐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팔고 나니까 서운한 마음이 생기네요.”라
고 했던 말처럼 감자밭은 지금 우리에게 그런 느낌을 준다. 매일 아침, 감자밭에 들러서 살펴보곤 했는데, 지금 우리는 감자와 헤어진 기분이다. 약간의 서운함은 그런 우리 마음의 모습을 표현한 말인 것 같다. 
  이제 감자를 판 돈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3, 4학년들이 모여서 의논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2021. 07. 06. 화)


<바향의 텃밭일기>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오늘 민준이와 기현이는 동작이 느리다. 앞장을 서주면 좋으련만, 한 코스씩 느리다. 우리가 텃밭에 도착해서 감자 꽃을 따고 있을 때 민준이와 기현이는 장화를 신는다. 우리가 텃밭에서 산책로로 가려고 하면 민준이와 기현이는 이제 텃밭으로 올라온다. 오늘은 감자 꽃을 땄다. 
새싹: 선생님, 고백할게요.
바향: 그래, 새싹의 사랑을 받아주겠어(^^).
  보리와 바다도 감자 꽃을 내게 준다. 나는 보리와 바다의 사랑도 받아줬다(^^).
  꽃밭은 풀들이 자리를 다 차지했다. 감자밭은 우리가 가끔 풀을 뽑아줬더니 나름 상태가 좋다.             (2021. 06. 07. 월)
  
  아이들과 감자밭에 갔다. 아이들은 감자밭에 풀이 장난 아니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꽃밭에도 풀 천지다. 이를 어떡하나. 풀씨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풀을 좀 뽑아야겠다. 감자도 곧 수확해야겠다.     (2021. 06. 14. 월)

  감자밭에 갔다. 감자밭 옆 풀밭에 풀이 무성하다. 몇 개 뽑아줬다. 감자밭에 키 크게 자란 풀도 뽑았다. 감자 몇 알이 흙에서 나와서 초록색으로 보였다. 키위 같았다. 감자를 심었는데 키위가 열렸다(^^). 내가 키 큰 풀을 과감하게 뽑았더니 바다가 말했다. 
바다: 불쌍해요. 이렇게 큰데!
바향: 불쌍하지만 안 뽑아주면 감자가 잘 자라지 못해서 뽑아 줘야 해.
  바다가 그렇게 말하니 사실 나도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2021. 06. 16. 수)

  점심시간에 나의 콩 세진이가 물었다.
세진: 선생님, 뭐할 거예요?
바향: 교실에 있을까 하는데?
세진: 나가서 놀아요. 밭에 갈까요?
  우리는 밭에 가기로 했다. 나는 “호미도 가져갈까?” 말하며 호미 챙기면서 내 것만 챙겼다. 세진이는 자기 거랑 내 거랑 챙겨 나오다가 내가 호미 챙긴 걸 보고 한 개는 다시 가져다 둔다. 내 것만 챙긴 내가 부끄럽다.                 
(2021. 06. 21. 월)
  
  아침에 3학년 선생님이 “선생님, 같이 감자밭에 가 볼까요?”라고 했다. 감자 줄기는 많이 누워 있고 잡초는 서 있다. 때가 왔다. 감자를 캘 때가 왔다. 아이들과 준비를 해서 감자밭에 갔다. 3학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감자는 누가 키웠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렇다. 우리는 감자를 심고 가끔 들여다봤을 뿐, 햇빛과 비, 흙 등 자연이 감자를 키운 것이다. 나는 감자 줄기와 키가 큰 잡초들을 걷어냈다. 누렇게 말라가는 감자 줄기를 걷어내자 감자 한두 알이 딸려 나왔다. 흙 속에서 하얀 감자알이 나오자 아이들은 흥분했다. 
  감자를 캘 때쯤 되면 감자밭은 볼품없어진다. 삭아가는 줄기, 커가는 잡초들로 심란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것들을 걷어내고 땅 속을 파보면 하얗고 토실토실한 감자가 나온다. 심란함과 대비되는 토실함. 그래서 더 반갑다. 흙을 파자, 감자뿐 아니라 애벌레와 지렁이도 많이 나왔다. 민준이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다. 평소 민준이는 텃밭 일을 할 때면 이유를 대면서 일을 잘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모기 기피제를 뿌려도 모기가 물었다. 그래도 감자 캐는 일은 신이 났다.     (2021. 06. 28. 월)


<아이들의 감자 이야기>
  1교시에 감자를 캤다. 그리고 모기한테 내 피를 줬다. 그리고 애벌레를 자연으로 보내줬다. 트리하우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2021. 06. 28. 월. 기현)

  오늘 1교시에 감자를 캤다. 감자 줄기를 깔끔하게 뽑고 감자를 땅에서 파서 초록 상자에 담았다. 근데 파다가 감자에 찐득한 액체가 있었다. 민준이에게 물어봤는데, 귀뚜라미 알이라고 했다. 감자밭에 있는 거 다 캐고 꽃밭 옆에 심어둔 감자까지 다 캤다.
(2021. 06. 28. 월. 새싹)

  *나중에 민준이에게 ‘귀뚜라미 알’이라고 말한 이유를 물었다. 민준이는 “찐득한 것이 알이 깨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옆에 귀뚜라미도 있었어요.” 했다. 나는 민준이의 생각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바향)

  오늘 5교시에 감자를 내일 팔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3, 4학년이 섞어서 두 팀으로 나눠서 했다. 감자를 대, 중, 소로 나누어 골고루 담았다. 2kg 4,000원, 1kg 2,000원이다. 저울로 무게를 재는 것은 민지와 기현이, 신문에 무게를 적는 것은 하경이, 감자를 나르는 일은 나고, 세진이는 작아서 못 파는 것을 모았고 선생님은 도와주셨다. 캐릭터를 더 꾸미고 종이가방에 풀칠을 해서 붙였다.
(2021. 06. 30. 수. 새싹)

 

▲감자 장사 영상
▲감자 장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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