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흘러야, 사람은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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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흘러야, 사람은 만나야
  • 한들신문
  • 승인 2021.05.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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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모 군의원


제가 후배들에게 종종 이야기하는 말 중 하나는 “거창에 갇혀있지 마라, 작은 일에도 거창 밖으로 나가고 외부의 인사들과 연결고리를 갖춰라.”입니다. 이는 거창이라는 지역의 물류, 운/수송, 기후, 경제, 산업 등의 여건 속에서 정체되거나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하는 말입니다. 정치, 문화예술, 행정, 복지, 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거창의 케이스가 중앙무대에서 활약하기 힘들다면 그들과 교류라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제 인생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거창에 머물면서 거창 내에서 저명한 인사 또는 특정 분야 전문가의 빛과 그림자를 보아왔습니다. 분명 거창군으로부터 인정받을 경력과 능력이 충분한 단체 혹은 개인임에도 불구하고, ‘지학혈(지연, 학연, 혈연)’로 엮인 단체 또는 개인을 더 크게 인정하고, 또 실제로 능력 있는 이들을 오히려 무능하게 만들어버리는 불합리한 현상들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유는 그간의 잘잘못을 가리고 능력과 경력의 화려함을 시시비비 가려내어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과거로 퇴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향후 우리 거창군의 발전적 행보를 기대하며 글의 첫머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전국의 지방 정부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구정책과 청년정책에 대한 크고 작은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직접지원정책과 간접지원정책, 정책 수립을 위한 수렴과정으로서의 토론회 또는 간담회의 형식을 갖춘 다양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구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흥행하는 시도와 실패하는 시도가 생겨날 것이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며, 보완과 수정을 거듭하며 정책은 자리 잡아갈 것입니다. 이때에도 역시 같은 주제의 영역에 몸담고 있는 외부지역 인사들과의 교류와 소통은 필수입니다. 선진사례로 알려진 지역의 인사라면 장점을 벤치마킹할 수 있고, 나아가 중앙부처의 여러 공모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 선진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수준에 있는 지역의 인사와의 교류는 그들과의 경쟁심을 유발하여 자신도 모르게 선의의 경쟁을 하게끔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 우리는 뒤떨어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가리켜 구태라고 하는데 ‘한 번은 실수, 두 번은 고의, 세 번 이상은 습관’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피와 같은 세금이 습관처럼 구태를 거듭한다면 과연 여러분은 웃으실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부분에서도 거창군의 행정에 국한된 경험만 가지고 있다면, 대안 제시와 개선 방안, 타 지역 사례와 비교분석을 통해 오류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우리 지역에서 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사업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선제적으로 가져와 실행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산시장에 가서 회나 먹고 놀다 오자는 구태에 젖은 선진지 견학의 움직임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은 우리가 늘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것들 중 하나입니다.

 “저출생, 마이너스 성장시대”의 저출생은 인구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매력 없고, 활력 없는, OLD한 도시는 청년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청년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창의적인 업무환경, 창의적인 사고, 창의적인 사업, 창의적인 도시가 경쟁력입니다. “창의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밑 빠진 독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찾아내어 가까운 저수지나 인근 천으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매년 별다른 노력 없이 보조금을 지원받는 모든 단체나 사업들에 대한 혁신, 쇄신작업입니다. 구태라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지역의 “지학혈”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냉철하고 냉정한 외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내고 나면, 고였던 물이 제대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내와 천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따른 생태계가 만들어지며, 주변 환경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안정되어 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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