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사람을 멧돼지로 착각하고 총을 쏘았다?
상태바
[법과 사회]사람을 멧돼지로 착각하고 총을 쏘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2.05.10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문상변호사
권문상변호사

<사례>

A는 서울멧돼지 출현방지단 소속으로 은평구청 등에 등록된 엽사(獵師). A는 북한산 인근에서 멧돼지를 쫓아 내려오다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멧돼지인 줄 알고 총을 쏘았다. 그러나 그 총에 맞은 것은 멧돼지가 아니라 택시 기사 B였다. B는 운행 도중 차에서 내려 소변을 보다가 총에 맞았고 결국 사망하였다.

 

<범죄의 요소, 고의와 과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요소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즉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과는 별개로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 즉 고의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다.(형법 제2501) 그렇다면 행위자가 자기 행위로 인하여 사람이 살해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그러한 인식은 없었고, 즉 죄의 성립 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인식하지 못한 이유가 정상적인 주의를 게을리한 탓일 때 우리는 이를 과실(過失)이라고 하고 특별한 경우 이 과실을 범죄로 처벌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형법상 범죄는 고의범을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과실범도 처벌한다는 것이다.

 

<과실범 처벌 예>

고의범 처벌 규정이 있다고 과실범을 당연히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즉 길 가다가 앞사람이 떨어뜨린 휴대전화기를 그 주인을 골탕 먹일 생각으로 밟아 파손 시키면 손괴죄(형법 366)로 처벌하지만 남의 휴대전화기 옆에 있는 파리를 잡겠다고 빗자루를 휘둘렀는데 실수로 휴대전화기를 쳐서 파손시켰다면 이는 형법상 죄를 물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과실을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데 형법에 과실손괴죄가 없기 때문이다. 형법은 실화(失火, 형법 170), 과실일수(溢水, 181), 과실교통방해(1891), (업무상)과실치사상(致死傷,266,267,268), 및 과실장물취득(364) 다섯 가지 죄의 과실범을 벌하고 있다.

 

<사례의 경우>

사례에서 AB가 살인죄의 객체인 사람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즉 살인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그러므로 AB의 살인죄로 의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A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가?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A에게 과실(過失)이 있느냐는 것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 규정이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실치사죄는 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만약 A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업무상인지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살펴보고자 한다)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A에게 과실이 있을까? 과실을 정상적인 주의를 게을리함이라고 정의할 때 당시 주위가 어두웠고 또 그곳에는 평소에도 멧돼지가 자주 출현하는 곳이고 도로에서 상당 거리가 떨어진 곳에 사람이 있을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으므로 그것이 사람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상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피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 과실이 없었다고 판단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고 하더라도 혹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그것이 사람인지 멧돼지인지 더 면밀히 살피는 것이 정상적인 주의라고 판단한다면 A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의율하여 처벌을 받을 것이다.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실지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