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124) 「우렁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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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124) 「우렁각시」
  • 한들신문
  • 승인 2022.12.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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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이정윤

“신통방통 이야기 세상”

한성옥 글·그림 / 보림 / 1998.07.
한성옥 글·그림 / 보림 / 1998.07.

 

겨울밤이 깊습니다. 이 긴긴밤 따뜻한 방에서 이불 펴고 옹기종기 앉아 구수한 ‘옛날이야기’ 한자락 어떠신가요?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경사회라 겨울이 한가했어요. 이때 입에서 입으로 재미난 이야기들이 널리 퍼졌지요. 오랫동안 구전되어 온 이야기들은 우리 문화의 기본 바탕이 되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들려주는 일이 흔하지 않지만 다른 형태로 우리 곁에 계속 남아있어요. 드라마나 연극, 영화, 소설이나 어린이문학 작품에서도 여전히 인기 있는 소재로 옛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림책에서도 겨레의 삶과 꿈이 녹아있는 옛이야기를 만들고 있어요. 보림 출판사에서 ‘까치 호랑이 시리즈’를 내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옛이야기의 참 맛을 옹글게 전하기 위해 구수한 입말과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정성껏 꾸몄습니다.’라고 전하고 있지요.

  그럼 오늘은 옛날이야기 그림책 중에서 ‘우렁각시’를 소개할게요.
  1998년도에 발간된 책이니 25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네요. 이 무렵 우리나라에 그림책 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어요. 유럽 작가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등 여러 작가들의 그림책이 한글로 번역되어 들어오고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 1세대들이 활발히 활동을 시작할 때입니다. 저는 그림책을 읽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서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그림책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작가들도 우리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주고 싶다는 열망이 깊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백두산 이야기, 강아지똥, 도깨비와 범벅장수 등 단행본 책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 옛날이야기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렁각시는 한 번쯤 다 들어본 이야기일 거예요.

옛날 옛날 어떤 마을에 마음씨 착한 총각이 살았습니다. 
총각은 너무 가난해서 장가도 못 가고 혼자 살았어요.
날마다 혼자 일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잠자고 늘 혼자 지냈습니다

“이 농사지어서 누구랑 먹고 사~나.”
“나랑 먹고 살~지”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보니 우렁이 한 마리가 있었어요. 총각은 우렁이를 집으로 가지고 가서 부엌 물독에 넣어둡니다. 다음날 총각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누군가 집안을 말끔히 치우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까지 차려 놓아요. 그다음 날도 그런 거예요. 그래서 숨어서 기다리다 우렁이에서 나오는 각시를 봅니다. 각시를 붙잡아 혼인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요. 
  그런데 그 나라에는 마음씨 나쁜 왕이 살았어요. 하루는 왕이 사냥을 갔다 오는 길에 우렁각시를 보고 홀딱 반합니다. 나쁜 왕은 총각을 불러 내기를 겁니다. 장기 두기 내기, 말타기 내기에서 진 왕은 화가 나서 ‘싸움’을 하자고 해요. 총각이 집에서 한숨만 푹푹 쉬니 우렁각시가 말합니다.
  자기는 용궁에서 왔고 이번에는 용왕님께 도와달라고 빌어야겠다고요. 바닷가에 가서 우렁각시가 손에 낀 가락지를 바다에 던지자 큰 파도가 일더니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와요. 거북이는 호리병 하나를 떨어뜨리고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바다로 들어갑니다. 호리병에서 푸른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서 마음씨 나쁜 왕과 군사들은 칼과 창을 내던지고 ‘걸음아 날 살려라,’ 모두들 달아났어요. 마음씨 나쁜 왕이 쫓겨나자 모두들 기뻐했어요. 총각은 집으로 돌아가서 우렁각시와 꼬부랑 할아버지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림이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해 그린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옛날 쓰던 상투와 흰 무명옷 망태기 등의 물건과 등장인물의 표정도 생생하게 잘 전달되어요. 가난한 총각이라고 했는데 집에 닭도 있고 염소도 있는 것이 좀 의아하긴 해요. 남 것인데 키워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선녀 옷이라던가 물독, 물레, 등잔불 등 사라져가는 옛날 모습들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책 마지막 장에 이런 글귀가 있어요.

우렁이는 논이나 못에 사는 고둥의 한 가지입니다. 우렁이는 약으로 쓰이기도 하고 된장에 넣어 찌개로 끓여 먹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농약 때문에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우렁각시》는 바로 그 우렁이가 예쁜 각시로 변한다는 신기한 마법 이야기입니다. 
이 마법은 단순한 마법이 아닙니다. 그릇된 일을 올바르게 바로잡는 마법이지요. 그 속에는 억압 당하는 약자에게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려는, 그리고 부당한 횡포는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는 우리 조상들의 생각이 잘 담겨 있습니다.
 
  옛날이야기는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살아서 내려온 이야기예요. 꼭 전하고 싶은 무엇이 있을 겁니다. 
  좋아하는 옛날이야기 있으세요? 신기하고 아름답고 재밌고 무섭고 이상한 이야기 세상, 신통방통한 이야기 세상으로 같이 나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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