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청년 인터뷰] 거창 청년 조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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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청년 인터뷰] 거창 청년 조안나
  • 강보배 시민기자
  • 승인 2023.02.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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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배 시민기자

“청년이지만 전통 전수자가 되고 싶습니다 ”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거창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은 고제면에서 살고 있는 91년생 조안나입니다. 현재는 짚공예를 전수받고 있습니다.

Q> 짚공예를 하게 된 계기는요?
A> 외할아버지가 짚공예를 하셨었는데 짚공예 수요가 없다 보니 집에서 계속 혼자서 취미로 만드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짚공예품을 보고 할아버지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추억으로 남기고 대학교를 졸업했었는데, 2000년대 초반 다시 잠깐 짚공예 붐이 일어나면서 그때 어르신들 찾아다니며 다시 조금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 만든 짚신을 가지고 직접 선생님들을 찾아가 배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짚공예를 처음 배우는 사람보다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게 있어서 좀 더 빨리 배울 수 있었습니다. 
  거창에서 짚공예를 하고 계신 이은숙 선생님께 몇 달 동안 배우고 선생님이 “거의 다 배웠다.”라고 얘기를 해주셨고, 그때 마침 제가 짚공예를 배우러 다니려고 운전을 연습을 했거든요. 그 뒤로는 순천에 가서도 배우고 여러 군데 많이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Q> 짚공예를 배울 때 어떠셨나요?
A> 짚신을 어릴 때 신고 다녔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80~90대 이상이에요. 60~70대 분들은 ‘나 이거 배우고 싶다’라며 찾아가서 배우신 경우가 많아서 능숙하게 하시는 분을 찾기가 되게 힘듭니다. 그리고 바구니 만드는 사람은 바구니만 평생 만들고, 짚신을 만드는 사람은 짚신만 평생 만드시거든요. 그러니까 짚신, 바구니, 옷, 항아리 등 여러 가지를 다 만드시는 선생님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를 배우기 위해 이 지역 가서 하나 배우고 저 지역 가서 하나 배우기 시작했고 그 과정이 되게 힘들었죠.
  지금은 충청북도 보은에 계신 이강록 선생님께 배우고 있는데 이분이 짚신, 바구니 등 다양하게 만들고 계셔서 다양한 짚공예를 배우고 있습니다.
  공예품은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도자기나 짚공예 같은 걸 만들면 사람들이 그 작품을 볼 때 거기에서 그 마음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좋은 마음으로 만드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 때 처음에는 어설퍼도 정감이 가서 좋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 가다 보니 애정이 담기고 세심한 부분을 바라보는 안목도 생기게 되어서 짚공예가 주는 과정 모든 게 좋습니다.

Q> 짚공예를 하며 바라는 점은요?
A> 일본 같은 경우에는 전통을 중요시하잖아요? 무형문화재의 혜택도 엄청 좋고 전수자도 따로 지원을 많이 해주고, 학교도 설립해서 지원해 준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지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형문화재가 되는 조건으로 경력이 한 20년은 되어야 하지만 그동안에는 지원이 없는 걸로 들었습니다. 모든 전통 공예를 배우고 싶어도 그 과정을 견디기가 힘듭니다. 생계를 유지하며 배우고 작품을 만들어야 되니까 전통 전수자 찾기가 힘들고, 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왜 이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라며 안타까워합니다. 이제는 어디 가나 제가 가면 선생님들이 애제자라고 말씀해 주시지만, 저도 처음 배우러 갔을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만드니까 그게 힘이 되고 포기하지 않는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부모님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행동으로 이어 올 수 있었습니다.
  짚공예를 하기 위해서는 짚을 삶거나 채취를 하고 말리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 까다로우니까 도시에서는 하기 힘들어서 활성화되기 힘들지만, 시골에서는 짚공예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지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짚공예 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거창에서 전통 공예를 이어 나갈 수 있게 전수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수강료 지원 같은 게 생긴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짚’에 대한 수요가 없기 때문에 배움에 어려움이 있고 배우려는 사람도 없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래된 짚 문화를 알리고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Q> 거창에서 느끼는 장, 단점을 말해주세요.
A> 거창은 되게 동적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좀 활동적이고 <열린 군수실> 이런 데 가도 사람들이 ‘뭐가 불편하다’ 올리잖아요. 다른 곳에 비해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런 걸 보고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뭔가 ‘활기가 있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포럼’, ‘의견 수렴한다’ 같은 문구가 있는 현수막이 보이는데 막상 합천이나 다른 군 다니면 ‘의견 수렴한다’, ‘포럼을 한다’ 이런 게 없거든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한참 ‘청년을 위한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이런 게 나오고부터 청년을 위한 정책이 거창군에 계속 생기고 지금도 생기고 있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거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단점은 미술관이 없는 게 아쉽습니다.
문화재단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었는데 가보니 야외에 상을 피고 그 위에 작품을 올려놓는 식으로 전시를 해주더라고요? 상황이 열악해 예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일상적으로 살면서 느낀 단점은 방지턱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고제면 쪽에는 방지턱이 엄청 많거든요. 방지턱이 많이 있으면 과일이 상해요. 컨테이너에 사과를 다 실어서 이동할 때 방지턱이 너무 높아서 한번 ‘덜컹’하면 사과에 흠집이 납니다. 그게 하루 이틀 지나면 다 멍이 되는데 상품성이 떨어지게 되지요. 그래도 사과의 산지인데 이런 고충이 있는 것을 고려해 줬으면 합니다.. 

Q> 청년으로서 거창에 바라는 것은요?
A> 거창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이 엄청 많잖아요? 문화센터, 평생교육원, 대학교에서 하는 것도 있고 원데이 클래스나 상상생활문화센터 등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많은데 이런 정보를 청년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밴드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년들을 위해 저렴한 대여비로 장소를 제공해 주는 공간이 있으면 엄청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집에 남는 방이 있어서 거기에서 작업을 하는데, 보통 청년들이 그런 공간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지요. 예를 들어 목공, 미술, 악기를 다루는 사람, 돌아온 대학교 전공자 등 집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개인 작업도 할 수 있고 개인 작업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또 ‘공간’에서 커뮤니티를 만들 수도 있다면 저는 그게 진짜 발전적인 모임이 아닌가 싶어요. 분야가 달라도 다른 사람의 목표를 보면, ‘아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상승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취미가 있다면?
A>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짚공예가 저에게 일이고 취미입니다.
  짚공예를 하는 동안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마비가 와요. 그래서 건강을 위해서 헬스를 다니며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요?
A> 저는 뭐 하나 만들기 전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하루 이틀은 가는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약간 부족합니다. 하지만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아, 그래도 내가 저 정도는 만들 수 있구나’라며 자기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 두려움을 이겨내서 20년 동안 꾸준히 짚공예를 배우고 작품을 만들 생각이고요.
  전통 있는 짚 문화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보편화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공방을 차려서 강의도 하고 싶고, 나중에는 책이나 영상을 하나씩 차례로 만들어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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