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 집배원, 박영희 시인
어머니의 방
유상철
텅 빈 어머니의 방에
가을 숲 사진을 걸어 보네은은한 빛깔과 향기가 퍼지더니
아련한 산새 소리 들리고
머리를 곱게 빗은 어머니
단풍나무 뒤에서 웃고 계시네
새끼들을 향하신 그 눈짓과 음성들이
어미새의 노래처럼 잎새들을 흔들어
우리 오 남매는 나무를 타며
산새가 되고 다람쥐가 되고텅 빈 어머니의 방에는 그렇게
환한 가을 숲이 깊어가네.
『화해』시집 중에서
눈에 물기가 많으면 / 같은 바람도 더 차가운 법이다
후회가 많으면 / 추억도 아픈 법이다
전남진 시인의 <뒤돌아보면 아프다>의 한 부분이다. 유상철 시인의 <어머니의 방>을 읽으며, 이 구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언제나 눈가에 물기 마를 날 없었고, 그래서 바람도 더 차가웠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새끼들을 향하신 그 눈짓과 음성들’을 헤아리지 못했던 우리들은 후회가 많고, 뒤돌아보면 그 추억이 더욱 아프다. ‘머리를 곱게 빗은 어머니’는 오늘도 ‘단풍나무 뒤에서 웃고 계시’는데…….
어머니가 그리운 겨울 밤, 이런 노래 나직이 한 번 불러보자.
시집 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 양단 몇 마름, 정태춘 작사 및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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