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청년4] “청년에게는 관심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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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청년4] “청년에게는 관심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기획 취재단
  • 승인 2022.10.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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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한들신문은 2022년 기획취재 주제를 ‘청년’으로 정했다. 일자리, 주거 등 청년들의 현실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공동체 활동에 대한 인식 개선’과 ‘선순환 정책 마련’을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이다. 
  한들신문은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거창 지역 청년공동체의 식견을 넓히고, 시민들이 청년공동체 활동을 바라보는 안목을 기를 뿐만 아니라 행정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들과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한다.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공동대표인 박정숙 대표(가운데)와 김지수 대표(맨 오른쪽).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공동대표인 박정숙 대표(가운데)와 김지수 대표(맨 오른쪽).

 


‘제주에 정착한 청년 공동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프로젝트그룹 짓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청년들이 제주에 정착해 다양한 지역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짓다의 구성원들은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감자와 당근, 단호박과 같은 농산물을 재배해 판매하는 ‘반농’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농사를 통한 자급자족과 협업 농사를 통한 기본소득 창출, 이들이 말하는 ‘반농반X(엑스)’의 반농이다. 나머지 ‘반X’는 ‘나다운 삶을 만들기 위해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시간과 기회를 갖는 것’이다.

  청년 공동체로서 짓다는 문화를 짓고 있다. 평대리에 ‘마을 커뮤니티 공간’을 일궜다. 이곳에서 짓다는 ‘칸트의 식탁’, ‘월간 도시락’, ‘구좌 유희왕’ 등 평대리 주민, 혹은 제주지역 청년과 청년 활동가와 네트워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칸트의 식탁 같은 경우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자고 소소하게 모여 시작한 인문학 커뮤니티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제주도에서 펀딩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나는 ‘호모 파베르’라는 ‘제작하는 인간’이라고 프로젝트를 심화하는 과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원래의 취지를 살려 ‘연결의 가능성’을 감지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좌에서 우리만의 방법으로 유희를 즐겨보자는 뜻으로 ‘구좌 유희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제주도의 제철 식재료로 제주 전통 요리를 배우고, 팝업 레스토랑을 열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제주 ‘무조리실’과 함께 짓다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로 각종 레시피와 요리 개발, 미식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마침 셰프님들을 만나서 자연주의 카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조리실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제철 친환경 채소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 테스팅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짓다에서 만드는 ‘자연주의 비건 카레’는 소농로드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제주에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짓다’는 사실 모두 외지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 출신으로 제주에 정착한 청년들이다. 
  우리에게 짓다를 설명해 준 박정숙 대표는 서울에서 문화예술 교육자 겸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다. 제주에서 우연한 기회에 조준희 대표와 만나게 됐고, 제주까지 오게 됐다. 조준희 대표는 중국에서 청년대안학교 교사로 일을 했다. 그러다 청년이 함께 모여 잘 사는 삶을 꿈꾸며 제주로 옮겨왔다.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김지수 대표는 조준희 대표의 제자로, 중국에서 일을 하다가 이곳으로 합류하게 됐다.
  “초창기 7명 정도가 모여서 같이 활동을 했었는데요, 함께 기본소득 실험 과정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때 네 명이 나갔어요.(웃음) 지금은 법인을 만들고 기본소득을 나누면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어요.”
  박정숙 대표는 ‘어디든 청년들이 전혀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지역이든 외지에서 들어온 청년들을 처음 마주하는 현지인들의 반응은 세 갈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관심과 무관심, 그리고 배척이요. 현지인들과 외지인들이 다투고 있다는 소식도 종종 들리잖아요? 그런데 그건 어느 사회건 서로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표출이지 일방적으로 누가 잘못한 건 아닙니다. 공유 지대를 만들려는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짓다가 처음 정착했을 때도 ‘동네 삼춘*’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동네 삼춘’ 한 분이 계셔서 그렇습니다. 그분이 ‘열어주는 힘’을 가지고 계셨고, 그런 경험 속에서 저희도 지역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삼춘처럼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정숙 대표가 말한 ‘동네 삼춘’의 역할은 아주 소중했다. 처음 제주에 정착할 때 ‘돌을 쌓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삼춘을 만나게 됐다. 그렇게 만나 농사도 같이 짓고 마을의 궂은일을 맡게 됐다.
  “화장실이 망가졌다고 하면 고쳐주고, 비닐하우스 만드는 데 손을 더해주고 그런 여러 가지 마을 일을 하면서 주민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짓다’는 펀딩을 통해 진행하는 여러 강연이나 문화 공연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고 소통해 왔다.
  “저희는 외지인으로 이 지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마을에 아는 삼춘 한 명을 만나 그를 통해 마을의 세계가 열리게 된 거잖아요. 삼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외지 사람과 원주민 간의 경계 한가운데서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잘해주셨고, 이로 인해 저희도 잘 정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삼춘을 알기 전에는 우리가 경작하던 밭에 농작물이 왜 잘 자라지 않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삼춘한테 들어보니 ‘물이 차는 밭’이라 안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삼춘께서 저희에게 ‘같이 농사를 짓자’라고 해주셔서 저희가 이곳에서 농부라는 ‘반농’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던 거죠.”

  그러면서 박 대표는 지역이 청년을 보듬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에게도 지역 문제를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희도 마찬가지인 게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제주도)에 온 게 아니거든요. 지역에서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온 거예요. 다만,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돼요. 지역을 고민하지 않으면 먹거리가 해결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도 기다려주지 않고 ‘왜 지역을 같이 고민하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하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건 ‘지역을 고민한다는 건 이런 거야’라는 답을 미리 갖고 청년을 바라보는 것일 수 있어요. (구성원 모두) 열어놓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짓다의 두 대표가 카페 소농로드에서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짓다의 두 대표가 카페 소농로드에서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삼춘* : ‘삼촌’의 제주도 방언. 표준어 삼촌보다 더 넒은 범위로 남녀를 불문하고 먼 친척어른은 물론 이웃의 윗사람까지 지칭하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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