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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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 한들신문
  • 승인 2023.08.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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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신용균

한국은 장구한 역사 속에서 어떻게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최근 외국의 역사학자 중에도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있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꼭 규명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중국이라는 초강대국 주변의 국가로서 한국처럼 독립을 유지한 민족이 드물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들기도 하지만, 실제 베트남의 역사는 한국사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동시에 이 주제는 한국이 왜 식민지가 되었을까, 나아가서 한국이 장차 독립을 유지하고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이웃 나라는 중국과 주변의 소수민족이었다. 한국이 장기간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변화에 민활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과거 1천 년을 되돌아보더라도, 동아시아 초강대국 중국에 대해서는 조공 책봉의 형식 속에서 독립국을 유지했고, 북방 이민족과 일본에 대해서는 강온 양면 정책으로 대응했다. 사대교린 정책이었다. 물론 일본의 흥기에 대한 무시로 임진왜란을, 만주족에 대한 오판으로 병자호란을 초래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위기는 19세기 말 서세동점기에 시작되었다.

  새로운 이웃은 서양의 침략자였다. 옛 이웃이었던 청과 일본도 침략주의로 변모했다. 그런데도 조선은 과거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했다. 제대로 볼 수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도 없었다. 예컨대 당시 실제 조선의 영토에 야심을 가진 나라는 청, 일본, 러시아였다. 영국과 미국은 국력이 조선에 미치지 못했다.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조선은 친청, 친일, 친러정책으로 국권을 지키려다 실패했고, 각종 이권을 제공하며 미국에 의존했으나 배신감만 맛보았다. 대외 인식의 오판이 빚은 결과는 쓰라렸다. 주권 상실과 식민지화였다.

  현재 한국의 이웃은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체제다. 반세기 전 미·소와 중·일의 대립은 분단과 전쟁의 배경이었고, 현재는 미···일 사이에 신냉전이 복원되고 있다. 한국사에서 전환기는 항상 위험했다. 이때 무엇보다 먼저 이웃 국가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각국이 추구하는 방향은 그 나라 화폐 속의 인물을 보면 된다. 국가는 자신이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역사를 화폐에 새겨넣기 때문이다. 화폐 인물은 과거 역사지만 실제로는 지향 모델이다.

  먼저 미국, 미국의 화폐 속 인물은 모두 대통령이다. 대표는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건국과 남북전쟁의 영웅이다. 건국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결과이며, 남북전쟁은 미국의 국민주의가 형성된 계기로 이후 서부 개척과 태평양 진출을 상징하니, 그 지향점은 세계를 향한 뉴 프런티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음은 러시아, 대표적인 인물은 표트르 대제와 니콜라이 무라비요프, 둘 다 황제로 영토를 확장한 인물이다. 전자는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고 발트해를 점령했고, 후자는 시베리아를 점령했다. 그러니 러시아의 이상은 국력 팽창과 영토 확장에 있는 셈이다.

  한편, 중국은 모두 같은 사람이다. 마오쩌둥 그는 공산당을 이끌고 항일전과 국공내전에서 승리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던 인물이니, 그럴만하다. 현재 비록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아직도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세계 인민 대단결 만세의 구호가 톈안먼 광장에 걸려 있는 것처럼, 팽창적 세계혁명의 이상을 버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일본, 화폐 속 인물은 노구치 히데요, 히구치 이치요, 후쿠자와 유키치다. 앞의 둘은 과학자와 소설가요, 마지막은 세칭 계몽사상가인데, 특징은 모두 메이지 시대의 인물이라는 점, 특히 후쿠자와 유키치는 한국 초기 개화파의 스승이자 일제의 한국 침략에 이론을 제공했던 인물이다. 그러니 현재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화와 제국주의 팽창을 이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인은 평화와 문화를 지향한다. 신사임당과 세종대왕, 퇴계와 율곡이 그러하며, 충무공 이순신은 왜적의 침략에 맞선 인물이다. 이런 한국이 팽창을 추구하는 4국을 이웃으로 두었으니,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나쁜 이웃에 이사도 가지 못하니 가히 운명적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은, 일본이 다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느니, 나는 친일파가 되겠다느니 하는 것은 천박한 역사의식이자 동시에 위험하다. 역사 공부를 다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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